[80] 편안한 친절이 중요하다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2002년 월드컵 손님맞이의 화두는 “질서·친절·청결”이다. 이미 외국팀 선수단이 입국하였고 축구를 좋아하는 외국 관광객들도 입국하고 있을 것이다.

 

평가전에도 외국 관광객들이 무리를 지어 응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이니 삼삼오오 공항과 항구를 이용해 들어오고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정말로 외국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그런데, 질서․친절․청결 중에서 질서의 대상은 거리질서, 경기장 질서, 교통질서를 말한다고 생각하고 친절은 적극적인 안내와 밝은 웃음이라고 여거진다.

 

그리고 청결의 화두는 깨끗한 거리, 특히 편안한 화장실에서 결판이 날 것이다. 아울러 경기 종료후 경기장이 경기전의 모습을 유지해 준다면 더욱 좋은 일이다.

 

친절은 월드컵에서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분야에서 친절은 늘 가까이 해야 할 우리의 친구요 가족이다. 친절은 큰일도 힘든일도 아니다. 작은 친절로 큰 감동을 주는 곳이 있어 조금만 소개하고자 한다.

 

경기도청 부근에 식당이 하나 있는데 집 구조가 안채와 사랑채처럼 2개동이 있고 안마당이 있고 화단이 있어 마치 한옥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들어가는 입구에는 자갈이 깔렸고 마당에는 철마다 색다른 채소가 심겨져 있다.

 

 

이 식당은 세분의 자매가 운영하는데 웃 언니는 맏며느리 같고 둘째언니는 둘째딸 같고 셋째는 신세대 여성스타일이다. 손님이 많은 편이어서 예약을 해야 하는데 식사를 할때마다 느끼는 색다른 면이 있어 소개하고 이를 우리 일상의 의전에 귀감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식당에 가면 작지만 큰 친절을 몇 가지 맛보게 된다. 저렴한 식당일수록 수저는 통에 담아두고서 손님들이 각자 챙기도록 하는 것이 요즘의 경향인데, 이 식당은 예약을 하면 수저와 물컵이 정갈하게 세팅하고 예약 없이 가는 경우에는 안주인이 수저를 놓아준다.

 

그리고, 흔히 공기밥이라고 말하는 밥을 이분들은 ‘진지를 올릴까요’라고 말한다. 시골에서 듣던 ‘진지’리는 말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떠올리고 어린시절 향수를 불러온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의 향수(鄕愁)는 물론 유채꽃과도 같은 향수(香水)를 우리의 마음속에 뿌려준다.

 

한국적인 차림상과 과하지 않은 친절이 고정손님, 단골손님을 많이 확보하는 비결인가 생각된다. 그리고 반주정도의 소주는 선뜻 올리지만 과음한 듯한 방에서 술을 더 주문하면 ‘걱정하는 표정을 들키고 마는 것’도 술을 더 마시게 하는 원인(遠因)일지도 모르겠다.

 

이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의 분위기는 가히 압권이다. 조금 늦은 시간이고 주방정리로 바쁠텐데도 앞마당에 나와서 행주치마에 손을 모으고 인사를 한다. 그 모습이 또한 한국적이다.

 

친절은 높은 곳에 있을 수 없고 그렇다고 낮은 곳에 위치해도 안 된다. 눈높이 친절, 가슴속 인사, 과하지 않은 예절이 초여름 목련꽃 향기처럼 모든 이를 감동시키는 것이다.

 

한국적인 친절과 신세대 미소, 한국적인 아름다운 예절과 여유있는 의전으로 월드컵 손님들에게 ‘은근과 끈기’의 한국혼을 심어주는데 모든 이들이 동참할 것을 권해본다. <2002년 글>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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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