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많을 수록 좋은 인사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인사가 만사라고 한다. 어느 조직이나 인사는 중요하다. 필요한 인재를 제대로 쓰는 일도 중요하지만 필요한 시기에 자리바꿈을 하는 일 또한 조직의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일이며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가정에서는 인사가 없다. 부모 자식은 태어날 때 이미 자리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도 함께 살아도, 따로 살아도, 돌아가셔도 그 위치와 호칭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리를 바꾸는 인사는 필요하지 않다. 잠에서 깨고 학교와 직장을 가고, 다시 하교하거나 퇴근해서 만나면 나누는 인사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많은 인사를 한다. 아내는 출근하는 남편에게 '다녀오세요'라고 인사를 한다. 또는 ‘일찍 오세요’라는 인사도 할 것이다.

 

오후에 가족모임이 있거나 부부파티가 있어서 일찍 오라는 것이 아니고 그냥 인사말로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열심히 일하세요’라는 인사가 어떨까 한다.

 

학생들은 ‘학교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인사를 할 것이다. 사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또 인사를 할 것이므로 ‘학교에 가겠습니다’라고 보고하는 인사를 하면 될 것이다. ‘학교에 잘 다녀왔습니다’라는 인사와 연결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그런데 부모와 자녀들이 가정에서 주고받는 인사방법은 알아볼 길이 없지만 정말로 학교에 가는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기가 참으로 어렵다.

 

시내버스 정류장 바로 옆에 고등학교가 있어서 출근길에 버스를 기다리는 10분 내외의 시간동안 수십명의 학생들이 부모의 차를 타고 학교 앞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

 

 

앞자리에 탄 학생, 뒷자리에 탄 학생, 차문을 열고 가방과 실내화를 챙기기에 분주한 학생, 우유를 먹으며 내리는 학생 등 그 모습도 다양하다.

 

수십명의 학생들이 부모의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지만 차를 내려 인사하는 학생은 보기 어렵다. 차문을 열기전에 인사를 했을 것이지만 차에서 내리자마자 문을 닫고는 학교를 향해 달린다. 그렇게 늦은 시간도 아닌 것 같은데 차문을 닫기전에 인사를 하는 학생을 보는 것은 행운이랄 정도로 어렵다.

 

부모들 마음이야 교실 앞까지 차로 태워다주고 싶을 것이다. 수업이 끝나면 교실 앞에서 차에 태워오고 싶을 것이다.

 

1970년대 시골버스에서 내리는 모든 중학생들은 처음보는 버스기사에게 인사를 했다. 버스기사도 학생들의 인사를 일일이 받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이처럼 돈 내고 버스타고 돈받고 태워준 학생과 기사간에도 인사가 오가는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 버스를 타면 내리는 의사소통은 벨로 대신한다. 기계화가 사회 전반에 확산되면서 인간적인 정이 배어있는 모습들이 사라져 가는 것 같다. 그렇다고 부모와 자식간의 인사가 이렇게 허술해서는 안될 일이다.

 

인사는 먼저 하는 예의라고 한다. 사무실이나 복도에 ‘먼저 인사하기’라는 표어가 있다. 상사이든 아니든 먼저 본 사람이 인사를 하자는 말이다. 인사는 ‘남에게 공경하는 뜻으로 하는 예의’다. 존경과 관심의 표현이다.

 

‘왜 나에게 인사를 하지 않느냐‘라는 말은 있을 수 없다.

 

다만 어느 부서에나 인사계장, 인사과장이 있는데, 이분들은 조직 내에서 인사를 가장 하지 않는다.

 

남을 공경하는 예의가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자리를 바꾸는 인사는 필요할 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인사(人事)부서에 근무하는 인사(人士)는 가장 인사(人事)를 잘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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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