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음주측정을 자원한 사연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음주운전은 근절되어야 한다. 음주운전은 자신을 버리는 행위이며 불특정 이웃을 다치게 하거나 사망하게 하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지난해 어느날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 음주측정을 받았다. 다행히 기준 이하 음주상태였다. 그런데 음주운전 측정후 생각이 달라졌다. 음주운전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평소 다니지 않던 길로 가던 중 음주측정을 받았는데 때마침 먹자골목이어서 단골 장소였던 것이다. 앞사람을 기다려 내 차례가 되었는데, 조금 먹은 상태임에도 심장이 뛰는 소리가 귀에까지 들리는 것 같고 숨을 쉬기가 거북할 정도의 긴장상태가 되었다.

 

이러다가 심장병이라도 걸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측정후 측정기의 숫자가 올라가는 순간 혈압도 상승하는 것 같았고 어둠속에서 본 숫자는 영영 구속되는 것 같았다.

 

다행스러워 하는 경찰관의 표정에서 조금 덜한가보다 하는 기대를 하는 순간. 그 경찰관이 “이 대롱은 다시는 음주운전을 하지 마시라는 기념으로 드린다”며 하얀 물체를 내민다.

 

 

운전을 할까말까 망설이면서 소주 한 두잔 마시는 것도 스트레스요 음주단속하나 살피고 피해가야 하는 부담도 스트레스이며 다음 날 아침에 출근하면서 왜 술을 마시고 차를 운전했나 후회하는 것도 스트레스다. 흔히 스트레스 풀려고 술을 마신다고 하는데, 오히려 술 먹고 스트레스 숫자만 가중시킨다면 손해다.

 

어제저녁에는 저녁식사 중 소주 반병을 마셨는데 동료차에 편승하여 내가 사는 아파트 근처에 하차했다. 역시 음주단속이다.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에 경찰관에게 다가가서 측정을 자청했다. 다음번에 이 정도 마시면 운전을 할 수 있을까 알아보기 위해서인가. 아니다.

 

술 마시고 운전하지 않았다는 자부심과 또다시 음주운전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기 위해서 그리 하였고, 지난번 음주측정 때 받은 스트레스를 풀어내기 위해 ‘도보음주측정’을 자청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기꺼이 측정해주신 경찰관께 감사드린다. 경찰관의 상급 관리자가 측정하는 모습을 보았다면 그 경찰관에게 무슨 말을 했을까.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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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