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ID와 패스워드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고부간의 갈등에서 중심역할을 하는 것이 쇳대다. 요즘말로 하면 열쇠요 신세대로 말하면 키(key)다. 창고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는 곧바로 안살림의 상징이며 고부간의 갈등은 늘상 이것에서 시작되었으며 이 열쇠가 이동함으로써 그 집안은 시어머니 시대가 지나가고 며느리의 시대를 맞게 된다.

 

그리고 이 같은 일을 무수히 많은 집안에서 고부간에 권력이동으로 나타났다. 그것이 역성(易姓)혁명이든 쿠테타이든 아니면 콩가루 집안처럼 갈라지든 분가를 하든 여러 가지 형태로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권한의 의미를 지녔던 열쇠는 금고로 바뀌고 요즘 금고에는 키 이외에 번호판이 달려있다. 열쇠 이외에도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금고를 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PC를 쓰려면 최소한 2번의 패스워드를 입력해야 한다. 그리고 메일을 쓰는데도 패스워드가 필요하다. 패스워드는 여러 곳에서 필요하다. 한집안의 살림살이를 꾸려가는데 열쇠 한 두개면 되던 것이 이제는 개인에게 그 이상의 키가 필요하다.

 

패스워드가 모든 생활을 지배하는 시대라고 해야 할 것이다. 신문사 기사검색에도 패스워드, 인물을 찾는데도 패스워드, 패스워드를 찾는 패스워드가 필요한 실정이다.

 

그런데 요즘 패스워드는 전보다 조건이 까다로워졌다. 흔히 공용으로 쓰는 비밀번호로 1234를 많이 사용하였지만 이제는 조금 보안에 신경쓰는 프로그램에서는 용납되지 않는다. ID와 패스워드를 같게 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4자리면 되던 패스워드가 8자리까지 가고 숫자와 영문자를 혼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옛날 군부대 암구호라는 것이 있었는데 흔하게 누구를 호칭할 때 홍길동 하듯이 군부대의 그 날 밤 암호를 “화랑담배”로 말했다. 이쪽에서 “화랑”하면 저편에서 “담배”하면 통하는 것이다. 그리고 암호를 대라는 신참 말에 고참이 “나야! 나야!”하다가 끝까지 제지를 받았고 신참은 포상휴가를 갔다.

 

 

그저 홍길동, 화랑담배, 나야나야 하면 되던 것이 과거의 패스워드요 키였다면, 이제는 8자리 중 한자리만 틀려도 더 이상 진도를 나갈 수 없는 것이 요즘 시대다.

 

더구나 키보드상 숫자판은 오른쪽 789,456,123으로 배열된 키와 123....0키가 있는데 이것도 패스워드는 차별화 되고 있으니 패스워드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휴일에 사무실에 나와 일을 하는 데는 더더욱 패스워드가 중요하다. 자신의 PC는 물론 다른 직원의 패스워드를 알아야 작성된 문서를 인쇄할 수 있고 문서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패스워드와 ID가 중요하고 필요한 시대다. 패스워드는 나만 알아야 하는 비밀이지만 ID는 반대로 사람들이 쉽게 기억되어야 하는 또 다른 자신의 명함이요 정보다. 수첩을 보지 않고도 쓸 수 있는 ID가 몇 가지 있는데 sinsa(신사), iamna(아이엠나), banwon(반원) 등이 있다.

 

그리고 이제 수첩 제작을 기획하시는 분들이 해야 할 일이 생겼다. ID를 기록하는 수첩이 필요하고 패스워드를 본인만 기억할 수 있도록 기록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그리고 명함을 만드시는 분들은 원고에 E-Mail이 없으면 반드시 되물어야 한다. 조만간 개인홈페이지가 없는 명함은 구세대 취급을 받을 지도 모를 일이다.

 

쇳대를 가지고 창고문을 열 수는 있겠지만 그 속의 금고는 패스워드를 요구하는 시대인 것이다.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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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