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오솔길의 산삼뿌리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신문 한구석에 작은 기사지만 큰 이야기 소재로 등장하는 것이 山蔘(산삼)을 얻었다는 소식이다. 측량기사가 산삼을 캣다고도 하고 학술연구팀의 한사람이 심 봤다고도 하고 등산 갔다가 우연히 산삼을 발견하기도 한다.

 

드라마 태조왕건에서 백성이 보내온 산삼을 부인을 위해 쓰지 않고 적장 견훤의 아버지인 아자개의 병을 고치는데 쓰고 결국 그를 투항시키는 내용이 나온다. 견훤에 사람을 풀어 여러 산을 더듬어서 500년 묶은 산삼을 찾아내지만 아자개에게 먼저 도착한 왕건의 1,000년 산삼을 이기지는 못하였나보다.

 

산삼은 신성스러운 것이어서 보통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더구나 마음씨 나쁜 이에게는 더더욱 보여주기를 꺼린다고 한다. 그 많은 산삼이야기 중에 아주 오래 전 어린시절에 어느 잡지에서 본 산삼이야기가 떠오른다.

 

산삼을 캔 사람은 늘상 자주 다니던 오솔길에서 산삼을 여러뿌리 캤다고 한다. 사람들이 가끔 지나는 산길은 아주 좁지만 곱게 다져진 오솔길이 생긴다. 그 길가에 뿌리를 내린 산삼은 가끔 지나는 나그네의 발길에 채이고 5일장을 오가는 소 발굽에 밟혀서 뿌리와 줄기부분이 빙빙 꼬이고 상처를 입었다고 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동안 수많은 사람이 그 길을 오고갔고 산삼은 매년 봄에 다시 돋아나 잎을 펼치고 붉은 꽃을 피웠으련만 수 십년 동안 사람들의 눈을 피하고 있다가 그 나그네에게 發見(발견)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발명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상의 작은 불편을 단순한 불편으로 느끼면 그것을 개선하지 못한다. 그러나 진취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우리의 삶을 편안하게 해준다.

 

 

산삼은 몇 사람의 건강을 증진시켜 줄뿐이고 오히려 산삼이 발단이 되어 우정이나 의리를 훼손하는 경우도 있지만 발명이나 새로운 발견은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편리함을 주게 된다.

 

하나의 예를 들고자 한다. 공무원들이 쓰는 공문서 윗 부분에 기관의 주소, 담당자, 연락전화번호, 팩스번호를 기재하자는 아이디어가 이제는 E-Mail과 홈페이지까지 알려주어 편리함을 주고 있다.

 

그 이전에 공문서를 보면 ‘중구청’이라고 기관명을 표시하는데 우리나라 도시 중에 중구청은 여러 곳이 있다. 획일적인 행정기관 표시도 문제가 있지만 직인을 들여다 보아야 인천시 중구인지 부산시 중구인지 알 수 있었다.

 

또, 한옥을 짓기 위해 목재를 다듬을 때 한 사람은 어깨에 메고 다른 사람이 손질을 한 것이 1960년대에 흔히 볼 수 있었던 풍경이라고 한다. 그 후 사람들은 A자형의 틀을 만들어 목재를 끼워 고정시킨 후 작업을 함으로써 능률적으로 일하는 지혜를 발휘하고 있다.

 

이외에도 생활주변에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사례는 참으로 많이 있다. 외기둥 옷걸이는 바닥과 천장을 이용해 고정시킨 것이고 24국에 2424를 비롯해 4989(사구팔구), 5292(오리구이) 등 전화번호와 업종을 연결시킨 튀는 아이디어도 많다.

 

50년 이상을 기다려서 마음씨 착한 사람에게만 보인다는 산삼은 그 효용가치를 한 사람만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산삼은 아니어도 우리의 작은 아이디어는 아주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발명품이 나오게 된다는 점에서 산삼보다 비싼 것이고 값진 것이다. 요즘 같은 복중에는 덥다고 짜증만 낼 일이 아니다. 더위를 이길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야겠다.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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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