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도자기엑스포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KBS드라마 태조왕건을 보면 술상이 나온다. 반찬그릇, 술병, 술잔이 모두 토기다. 후삼국시대의 그릇은 대부분 토기였을 것이다. 색을 넣은 무늬가 없는 투박한 그릇이었나 보다.

 

그리고 왕건으로 이어지는 고려시대에 세계적인 수준의 청자문화를 발전시켰다. 맥이 끊긴 도자기 문화는 조선시대 백자로 다시 피어났다.

 

오늘 흔히 골동품을 연상하는 도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은 고려와 조선으로 이어져온 도자문화가 밀레니엄을 뚸어넘은 2001년에 새롭게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2001년 8월10일부터 80일 간 열리는 세계도자기 EXPO2001 경기도는 우리 도자문화의 제3세대라고 불러주고 싶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비취보다 더 고운 비색의 고려청자, 백옥보다 우아한 조선백자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우수한 도자기를 생산하면서도 이러한 전통을 계승하여 작업하고 있는 도예가들의 근황과 그들의 작품을 세계적으로 소개하는 노력이 부족한 현실이었다.

 

임창열 경기도지사가 “한국의 도자기 가마 100선”을 발행하면서 역사를 향해 던진 말이다. 김종민 세계도자기에스포 조직위원회 김종민 위원장은 지난 1만년 역사를 빛내 온 우리 도자기가 새천년에도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게 되는 뜻 깊은 전기가 될 것으로 도자기 엑스포를 평가한다.

 

이천, 여주, 광주는 앞으로 명실공히 우리 도자기가 세계로 나아가고, 세계의 도자기가 우리나라로 소개되는 전진기지이자 진정한 도약으로 터전으로 자리잡게 되었다고 첨언한다.

 

경기도는 2년 넘게 올해의 도자기엑스포 행사에 공을 들여왔다. “흙으로 빚는 미래”라는 주제 아래 새천년 세계인의 한마당 문화잔치로 열리게 될 이번 엑스포는 정부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고 국제도자협의회(IAC)와 미국도자교육협의회(NCECA), 그리고 미국세라믹협의회(ACerS)가 공인하고 참여하는 가운데, 세계 80개국 이상에서 작품이 출품되고 5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의 참관이 예상되는 국내 초유의 세계적인 도자행사다.

 

또, 전국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할 수 있는 국제규모의 축제로서 3천7백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1천억원의 소득효과, 2천2백억원의 부가가치 창출, 그리고 많은 고용효과와 경기도는 물론 우리나라의 홍보성과도 기대된다.

 

 

이같은 예측은 2000년 10월 13일간 3개 행사장에서 열린 Pre-EXPO에 163만명이 관람하고 56억원의 매출을 기록함으로써 확실하게 검증되었다.

 

이천, 여주, 광주에 마련되는 행사장은 지역의 장기적 발전방향과 부합되면서 지역적 특성이 부각되고 도자벨트로서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천은 주행사장이자 우리 도자예술과 산업의 세계화 기지로, 여주는 한국 생활도자기의 메카로, 광주는 동북아 문화교류의 거점으로 각각 발전되어 나갈 계획이다.

 

모든 시설은 경제성과 효율성을 우선하여 고려함으로써 행사 이후에도 지역발전에 기여하도록 건립되고 있다.

 

경기도가 수원월드컵 경기장을 건설하면서 2002년 행사 이후 각종 시설의 구체적인 활용계획을 미리 정한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경기도적인 행정마인드의 산물이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정부나 자치단체의 대형시설들이 준공과 함께 잠자는 사례를 많이 보아온 터라, 경기도의 엑스포 행사장 사후 활용, 월드컵 경기장의 생산적 운용을 위한 선진형 준비성에 박수를 보낸다.

 

이제 도자기엑스포의 성패를 가늠하는 주사위는 도민과 국민들에게 넘겨졌다. 국민적 참여와 성원, 그리고 외국과 거래하는 기업인, 경영인, 유학생, 관광객이 모두 도자기엑스포 홍보요원이다. 외국과의 상담일정을 2001년 8월로 조정하여 도자기엑스포 현장을 둘러보면서 바이어에게 우리 전통과 문화적 우수성을 가슴에 새겨주는 일은 기업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국내 여행사에서는 도자기엑스포 현장을 반드시 관광코스에 넣어야 한다. 외국인들이 가져가서 자자손손이 물려줄 수 있는 한국의 명품 도자기를 기념품으로 구입하는 일은 어쩌면 평생을 바쳐서 다시는 얻을 수 없는 기회라는 것을 그들은 알 것이기 때문이다.

 

땅위의 모든 생물은 흙으로부터 나와 흙으로 돌아간다. 흙은 그래서 살아있는 모든 것의 어머니요 고향이라고 한다. 경기도의 도자기엑스포 마스코트는 토야(TOYA)다. 흙덩어리인 땅(地)를 분리하면 土와 也(야)가 되는데서 작명한 것이다. 열린 머리, 열린 마음을 상징하여 새 천년 도자문화를 열어간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그릇이 비어있는 것은 음식을 담았을 때 비로소 그릇이 제 기능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새 천년 역사의 현장에 있는 우리는 모두가 토야(土也)처럼 생각하고 흙의 포근함을 새롭게 인식하는 여유를 느껴보았으면 한다.

 

토요일과 일요일이 기다려진다. 쉬고 싶어서가 아니라 태조왕건 드라마에 나오는 토기들을 이번에는 더 신경 써서 보고싶기 때문이다.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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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