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수영을 못하는 해군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사냥꾼이 개 한 마리를 사서 강가로 사냥을 나갔는데 총을 쏘면 쏜살같이 물오리를 물어오는데 어찌나 빠른지 물위로 달려갔다가 다시 물 위로 달려왔다.

 

아주 신기한 일이므로 사냥꾼은 친구를 불러놓고 다시 사냥을 하면서 사냥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참 빠른 개라며 자랑을 하자 친구가 말했다.

 

“응, 저 개는 수영을 못하는군!”

 

우리는 살면서 자신이 만들었거나 속해있는 조직의 틀을 가지고 세상의 모든 일들을 보려고 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물오리를 사냥할 때 사냥개는 반드시 헤엄쳐서 다녀와야 한다는 자신의 생각만 가지고 보면 물 위를 나르듯이 뛰어 다니는 사냥개가 수영도 못하는 것으로 평가하게 된다.

 

어린이들의 대화 내용을 하나 더 소개한다. 첫 번째 아이의 삼촌은 해군을 다녀왔는데 풀장에서도 수영을 못한다며 불평이었다. 두 번째 아이의 삼촌은 공군인데 전혀 날아다니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른들 이야기 중에도 되새겨볼 말이 있다. 거대한 건물을 가르키며 저거 내가 지었다고 한다. 수 십층 건물이나 수 백평이 넘는 시설이 설계되고 완공되기까지는 3년은 족히 걸릴 것이다. 아마도 그 사람은 건설기간 중에 관련부서에 잠시 근무했을 수도 있다. 건물이 지어지는 동안 건축관련 부서에서 잠시 근무했다고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일하다 보면 차라리 안 하는 것이 나을 뻔한 경우도 있다. 차라리 주어지는 일을 처리하고 다음 일을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지도 모를 일이다. 술 사고 욕먹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공술 먹고도 칭찬받는 경우도 있는 것이 우리사회의 모습이다.

 

적절한 예는 아니겠지만 김동성 선수가 금메달 2개를 따고 귀국했을 경우의 상황과 지난번 공항에서의 환영분위기를 비교한다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

 

김동성 선수의 안타까움은 거의 모든 국민들이 공감하기 때문에 이 같은 환영 분위기가 전국에서 일어나고 네티즌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 세계속으로 퍼져나가는 것이 아닐까.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일이다.

 

김 선수의 예에서 보듯이 세상사에 결과만이 전부가 아닌 것들이 많다. 혹시 하루라도 빨리 내가 무슨 일을 했노라 과시하기 위해 눈에 보이는 건물만 짓고 발전의 근본이 되는 SOC사업이나 환경투자에 소홀하다면 이 또한 결과에만 매달리는 모습일 것이다.

 

스페인의 건축가 가우디가 시작한 건축물이 100년째 공사가 계속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유사한 예가 있다. 둘 다 국민의 정신적 지주가 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세상을 발전시키고 이끌어가는 힘은 창의력과 앞선 생각이다. 앞선 생각이나 창의력이나 같은 의미일 수도 있겠지만 여하튼 좀 더 다른 각도에서, 입장에서 생각하고 때로는 상대편의 입장에서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일만으로도 우리는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초등학생들에게 수학 문제를 낼 때 7+2=□ 얼마인가만 낸다면 아주 단순한 일이 될 것이지만 9 = □+□-□이라고 낸다면 이 문제 하나만 가지고도 평생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공무원에 처음 들어와서 서무(庶務)를 담당했는데 서무(書務)로 잘못 이해하고 모든 문서를 혼자 가지고 있다가 사무실 전체가 월말 보고를 하지 못해 큰 문제를 일으켰던 일이 있다.

 

너무 독단적으로 판단했다는 반성을 하곤 하지만 혹시 지금도 자신의 네모난 안경으로 거대한 산을 근시안적으로 보면서 앞산은 동전 모양이라고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겠다.

 

나무를 보면서 숲을 보지 못한다면 서글픈 일이요 발 빠른 사냥개를 수영도 못하는 것으로 평가하면 안타까운 일이다. 차라리 눈높이에 맞게 생각한 첫 번째 아이의 수영 못하는 해군 삼촌이 어떨까.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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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