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공무원의 긍지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도민을 위해 일한다는 말을 한 기억이 있다. 공무원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직장을 구하기 위해 지방공무원 시험에 응시했고 1차 시험에 합격하여 면접을 보게 되었는데 면접관의 질문에 그렇게 대답했다.

 

그리고 20년 넘게 공무원을 하면서 공무원 임용 면접때 한 말을 얼마나 지켰는지 생각해 본 것은 아주 때 늦은 일이기는 하지만 남아있는 공무원 생활에 새로운 잣대를 삼기 위함이라면 스스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70년대 후반까지도 공무원들은 공무원의 신조라는 것을 외워야 했다. ‘국가에는 헌신과 충성을’로 시작해서 5가지 명구를 외워야 하는데, 그 당시 나이드신 선배들은 본인도 외우시는지는 모르나 부면장님 앞에서 시험을 보아야 했고 가까스로 통과하고 나서 머쓱해 하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때 외우신 내용대로 공무원으로서 일하고 가장으로서 살았다면 그분들은 정년퇴직이라는 명예를 얻었거나 지금도 흰머리 염색하면서 공무원으로 일할 것이다.

 

 

하지만 외우지 못한 분이 있다 해도 공무원 임무를 다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5가지 지표와 또 다른 5개의 신조를 외우고 못 외우고가 중요한 일이 아니라 그 내용을 포함한 品格(품격)으로 일했다면 충분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무원을 들어오면서 지녔던 생각들이 어린 마음속의 순수한 생각이야말로 공무원이 늘 지녀야 할 품성이고 나아가서 사회활동을 하는 모든 이들의 좌우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짧은 경험으로는 아직까지 공직사회에서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차라리 자신을 위해서 공무원을 한다는 말이 옳을 것이다. 나를 위해 일하다 보면 결국 열심히 일하고 성실히 민원인을 대할 것이고 그 결과 도민들이 만족하고 공무원의 노력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구호만의 爲民(위민)봉사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노력을 하는 것만으로 국민은 공무원의 애쓰는 모습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많은 국민은 지난 수십년간 공무원들이 애써온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1999년에 작성한 글입니다.>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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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