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1%보다 작은 차이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강원도 출신 이형택 테니스 선수의 세계 재패가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리고 1월13일에는 최경주 선수가 골프대회에서 2위를 했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맞선 경기에서 2등을 하였다는 것은 아주 높은 성과다.

 

골프의 박세리 선수가 여성골프의 선두에 나선 이후, 남자선수인 최 선수도 2002년9월 미PGA투어 탬파베이스클래식 우승, 5월 컴팩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국제무대에 나선 것이다. 바둑의 조치훈, 조훈연, 이창호 9단과 비교되는 일이다.

 

이번 대회에서 최경주 선수는 외국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TV중계에 아주 많이 나왔다고 한다. 외국 방송도 최경주 선수 취재에 열정적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신문, 인터넷이나 방송에서는 1등을 하지 못하였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 11의 이형택 선수를 한국 테니스 100년사를 다시 쓴 쾌거로 보도한 반면, 최경주 선수가 준우승을 차지

한데 대한 기사는 활자나 화면에서 독자·시청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대거 참가한 대회(메르세데스챔피언십)에 출전한 일만도 대단한 일인데 2위를 하였으니 더더욱 큰일을 한 것이다. 그런데도 아쉬움을 표현하는 쪽으로 보도를 한 것 같다.

 

 

불과 6개월전 우리는 월드컵 축구 본선 1승을 기대하면서 2002년 월드컵을 시작했고 4강의 신화를 창조한 후에도 결승에 나가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만약에 결승에 나가서 브라질에 패했다면 또다시 아쉬워했을까? 아마도 결승진출 좌절보다 아쉬움이 더 컸을 것이다.

 

우리는 늘 경쟁속에 놓여있다. 놀이방에서도 보이지 않게 경쟁이 있는 것 같고,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매달 경쟁을 치러야 한다.

 

물론 인간에게 있어서나 동물의 세계에서도 경쟁은 자신과 조직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TV를 통해 보는 동물세계의 본능적 경쟁상황은 목숨을 건 처절한 싸움이다.

 

하지만 인간에게 있어서 경쟁은 목숨까지 거는 싸움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최선을 다한 결과에 대해서는 이에 맞는 평가를 해야 할 것이다. 운동경기에서 결승전에 맞섰다면 그 팀의 기량이나 선수의 실력 차이는 微微(미미)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세계적인 선수들이라면 테니스, 골프, 야구 등을 어려서부터 시작하여 전문가의 지속적인 지도를 받아 오늘에 이른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계대회에서 본선에 진출하여도 대단한 사건이며 더구나 결승에 나갔다면 우승과 준우승의 차이는 소숫점 이하의 기량 차이일 것이라 생각한다.

 

무조건 1등만을 최상으로 평가하는 우리 사회의 관행은 이제 개선되어야 한다. 우리의 어머니들이 초등학교 전후의 아이들에게 밥 빨리 먹은 것도 ‘우리 아기 1등’하면서 치켜세우고 있으니 이 또한 큰 문제가 아니겠는가.

 

1등은 아름답고 멋있다. 하지만 2등이 있어서 1등이 돋보이듯이 1등 다음의 2등도 1등에 버금가는 평가를 받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좋겠다.

 

에디슨이 “천재란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라고 말했다. 우승자와 준우승자의 차이는 1%보다 더 작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는 방송에서 볼 수 없는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眞(진)보다는 善(선)이 더 예뻐 보이는 것도 미에 대한 심사위원의 평가는 1% 미만인데 비해 우리 눈의 착각은 6.25%(1/16초)나 되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한다.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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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