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도심거리의 푸른 은행잎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올 가을에는 먼저 온 겨울 때문에 대부분의 은행나무들이 프른 잎을 회색 보도위에 뿌리며 아주 짧은 생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가을이 겨울을 미워하지 않고 겨울도 미안해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풍성한 가지를 머금은 은행나무는 그 잎새들과 약속도 안한 것 같은데 순서도 없는 것 같은데 겨울날 눈 내리는 모습을 미리 배워왔는지 차례차례 내려와 차곡차곡 쌓입니다.

 

쌓인 잎새들은 아직도 푸르지만 서로 불편함 없이 쌓이고 포개져서 대지의 품으로 돌아갈 채비를 합니다. 다만 인간들이 만든 시멘트 블럭으로 인해서 잎새들이 원하는 토지가 아닌 곳으로 이리저리 굴러다니다가 곱디고운 잎새 피부가 이리저리 흐트러진 후에야 아주 낯선 땅으로 보내집니다.

 

이 가을에는 모든 이들이 본래 태어난 대지와 토양을 생각하고 그곳을 향해 잠시 두 손 모아 생각하고 여인들은 노랑 저고리 여미며 기도하고 남정내들은 잃어버린 과거를 되돌려보려 애써보는 것 같습니다.

 

어느 도시의 환경미화원들은 떨어진 은행잎을 자루에 담아 제약회사에 팔았고 그 돈으로 동료 자녀의 장학금으로 전달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그래서 올가을 은행잎이 저렇게 이른 아침을 택해 일시에 떨어져 그 값을 올리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올가을 은행잎은 보시는 분에 따라 다르게 보일 것 같습니다. 은행원은 저만큼의 예금을 유치하기를 바랄 것이고, 문학소녀는 저만큼의 은행잎을 간직할 詩集(시집)을 갖고 싶어 할 것이고, 졸부는 그래도 부족하여 저만큼 더 돈을 벌기를 원할 것입니다.

 

그리고 정치인은 다음번 그 다음번 선거에서 저만큼의 표를 얻기를 바라겠지요. 매년 낙엽이 떨어지듯이 표는 나오고 표가 부족한 후보는 낙엽처럼 떨어지고 4년후 다음번 선거 개표를 기약하겠지요.

 

 

그리고 우리는 예년보다 일찍 겨울이 다가오는 이 가을에 지난해보다 일찍 떨어지는 푸른 은행잎을 보면서 우리는 이웃을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여름은 가난한 자의 계절이요 겨울은 富者(부자)들이 기다리는 계절이라고 했던가요. 날씨가 추워지면 스키, 스케이트를 즐길 수 있음은 물론 값비싼 모피 옷을 자랑할 수 있기 때문인가요? 반대로 빈자들은 여름보다 비싼 겨울옷 값이며 연료비를 부담해야 하고 빙판길을 헤치며 돈벌이를 해야 하는 고통을 걱정하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이제 우리 모두는 가을 도심에서 은행잎이 푸른색 낙엽으로 떨어지는 것을 논하고, 노랑 잎새로 떨어지는 것을 이야기하는 시심과 抒情(서정)에 젖어드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더 좋은 일을 생각해야 합니다.

 

낙엽이 떨어지는 만큼 마음 시린 이웃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다양한 복지시설 주변의 나무들은 도심의 은행나무보다 일찍 낙엽을 떨구고 추위속에 나목으로 서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나무 울타리속 우리의 이웃들은 더더욱 추울 것입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도 은행나무 잎새가 가지에 매달려 있다면 아직 늦은 것은 아닐 것입니다. ‘마지막 잎새’가 찬바람을 가르며 떨어지기 전에 한 번만 더 이웃의 ‘그들’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낙엽이 지는 초겨울이 오히려 따뜻한 우리의 사회를 다 함께 만들어야 합니다.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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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