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양어장의 물고기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논밭의 풀을 죽이는 제초제가 나오기 전에는 좁은 하천에도 물고기가 가득했습니다. 폭우가 내리면 추녀 끝에 미꾸라지가 올라왔습니다. 누구는 구름 위를 떠돌던 물고기가 빗물을 타고 내려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생각해 보면 힘 좋은 미꾸라지가 상류로 거슬러 올라오다가 폭우가 내려 물살이 강하므로 이를 치고 올라와 우리집 추녀 끝까지 당도한 것으로 봅니다.

 

물고기를 잡는데 큰 그물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작은 그물이나 양동이, 투망으로 고기를 잡아서 집안에 양어장을 만들어 넣어줍니다. 수초까지 장착해주면 평화로운 양어장이 됩니다.

 

어릴적 양어장에 키운 물고기는 붕어, 금붕어, 버들무지, 송사리, 가재 등 다양합니다. 작은 물고기를 소주병에 담아서 키우면 보는 각도에 따라서는 볼이 빵빵하게 크게 보였습니다. 유리병이 볼록렌즈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물고기를 키우다가 한 여름에 큰 비가 내린 다음 날에는 모두 가출해 버리곤 합니다. 비가 내려 물이 차오르면 물고기가 뛰어올라 우물가 하수구를 통해 밖으로 나가는 것입니다.

 

더 넓은 하천으로 나가서 강을 타고 내려갔을 것입니다. 더 큰 물고기가 되고 큰 가족을 이루고 살았을 것입니다. 아니면 동네 웅덩이에서 수구초심으로 고향을 떠나지 않은 물고기도 있을 것입니다.

 

웅덩이에서 송사리 낚시도 했습니다. 보리밥 알을 낚시바늘에 꿰어 담그면 드르륵 치는 손맛이 느껴집니다. 송사리가 바늘에 걸리는 느낌이 있습니다. 조사들은 이를 손맛이라 말합니다. 나이 들어 큰 붕어를 잡을 때의 손맛을 기억합니다.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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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