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상전벽해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桑田碧海(상전벽해)란 뽕나무밭이 바다가 되었다는 말입니다. 1960년대에 시골 마을 산기슭에는 뽕나무를 심었습니다. 누에고치가 완성되면 뜨거운 물에 삶아서 외국에 수출하던 시절입니다.

 

누에고치는 누에가 4잠을 자고나서 몸속의 진액을 비단실로 뽑아내어 자신의 羽化(우화)를 준비하는 방을 만듭니다. 이를 우리는 누에고치라 하는데 통으로 삶아서 수출하였다 합니다.

 

더러 가정에서 고치를 끓는 물에 넣어 첫 번 가닥을 잡아내어 비단실을 뽑아내기도 하였습니다. 비단천을 만드는 실이 나옵니다. 한 번에 몇 개의 고치실을 잡아당겨서 돌돌 말아내면 비단실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제조 기술이 부족하였으므로 고치를 통으로 출하를 하고 정부가 수매하여 외국에 수출하여 달러를 벌어와 석유를 사다가 산업발전에 투입했다고 들었습니다.

 

누에는 일시적으로 많은 노동력이 투입되는 농사입니다. 그래서 시골 마을 아낙네들의 손길이 많은 집에서 누에를 쳤습니다. 기른다 말하지 않고 누에를 친다 했습니다.

누에씨 1장에는 수 천마리의 씨누에가 있습니다. 이를 받아다가 뽕잎을 잘게 썰어 먹였습니다. 한잠을 자고 뽕잎을 먹고 두 잠을 자고 뽕잎을 먹었습니다. 네 잠을 자고 나서는 엄청나게 뽕잎을 많이 먹었습니다.

 

썰어서 주던 뽕잎을 가지 채 잘라서 넣어주면 희거나 회색을 띈 누에들이 뽕나무 가지 위에 올라가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드디어 그날이 오면 통통하게 살찐 누에들이 집을 짓기 시작합니다. 대략 10cm 길이의 누에가 몸을 구부려 3.5cm 정도 크기의 누에고치를 만듭니다. 고치 하나를 풀어보면 그 실의 길이는 1,200~1,500m에 이른다고 합니다.

 

누에를 치는 집에 가보면 집안 여러 곳에 고치를 만들고 있습니다. 고치를 만들라는 직사각형의 틀이 주어지지만 일부 발 빠른 누에는 벽채로 올라가서 거미처럼 줄을 맨 후에 타원형의 집을 짓기 시작합니다.

 

머리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집을 만드는데 초기에는 타원형의 실망 속 누에가 보이다가 어느 정도 작업이 진행되면 안개속으로 사라집니다.

 

누에고치를 만드는 시간은 60시간 정도랍니다. 3일 가까이 몸을 움직여서 단단하고 값진 고치를 완성하는 것입니다.

 

나름 누에 평생 먹은 뽕잎으로 비단실을 만들어 집을 짓고 알을 낳으려 준비하는 단계에서 사람들이 가로채는 것입니다.

 

비단은 우선 가볍고 통풍이 좋은 고급 소재입니다. 주로 옷을 지어 입고 부유층에서는 이불로 만들어 덮기도 합니다. 부의 상징이지만 관리가 어려워서 불똥이 튀면 상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외출복이나 의전복으로는 좋을 것이나 평상복이나 작업복으로는 안될 일입니다.

 

이 같은 비단을 만드는 누에를 치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 뽕나무입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누에는 뽕잎을 먹어야 한다는 말은 아마도 조선시대 신분사회를 지키라는 말로 들어야 하겠습니다.

 

누에는 뽕잎을 먹고 자라서 누에고치를 만들어 줍니다. 누에는 습기를 싫어하고 담배 냄새는 더욱 싫어합니다. 혹시 뽕나무밭 인근에 담배밭이 있으면 안 될 일입니다. 123층 555m 서울타워가 있는 蠶室(잠실)에서는 담배를 피우면 절대로 안 됩니다.

 

이제 상전벽해에 대한 설명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뽕나무 밭이 바다가 될 정도의 큰 변화는 흔하지 않습니다. 뽕나무를 심는 자리는 산기슭이기 때문입니다.

 

평지의 논밭 근처에는 뽕나무를 심지 않습니다. 그 잎이 무성하여 주변 농작물에 피해를 줍니다. 주변의 땅속 영양분을 많이 빨아들일 것입니다.

 

그래서 비교적 땅값이 싸고 농작물에 피해를 주지 않는 산기슭에 뽕나무를 심게 됩니다. 한여름 무성한 뽕나무밭에서는 바로 옆에서 일하는 이를 찾기도 어렵습니다.

 

영화 뽕이 여러 속편을 찍은 것도 무성한 뽕밭 안에서 흥미로운 영화장면을 촬영하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옆의 줄에서 작업을 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뽕나무밭은 뽕잎으로 차단됩니다.

 

그리고 상전벽해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만큼의 비가 와서 뽕나무밭이 바다가 되는 것은 장마, 폭우가 아니라 대재난, 큰 재앙일 것입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살다보면 크게 변하는 바를 접하게 되는데 이를 보고 상전벽해라 하면 맞는 말입니다.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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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