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참깨#들깨

이강석 전 남양주시부시장

신혼부부에게서 깨가 쏟아진다고 하고 참기름 냄새가 난다고도 합니다. 정말로 농부로서는 참깨 수확하는 행복은 신혼부부의 사랑과 견줄만하다 해서 깨가 쏟아진다는 말을 붙인 것 같습니다.

 

우선 참깨는 팔각모양의 사찰 탑처럼 생긴 씨방에 8줄 깨알이 한 줄로 늘어섭니다. 한여름에 참깨밭에 15줄기씩을 베어 묶어서 세워 말려둔 참깨를 수확하러 갑니다. 행정용어로는 小束立乾(소속입건)입니다. 작은 단으로 묶어서 세워 말린다는 말입니다.

 

잘 마르면 할머니는 검은 천과 부지깽이 막대를 가져갑니다. 세워둔 참깨 묶음 바로 옆에 검은 천을 펼치고 두 손으로 정숙 보행하여 묶음을 이동시켜 검은 천 안에 안착시켜 줍니다.

 

그리고 나서야 묶음을 거꾸로 들고 준비한 부지깽이로 톡톡 건드려줍니다. 한여름 태양열에 바싹하게 마른 씨방안의 흰 깨알들이 소르륵 쏟아져 나옵니다. 농부의 수확의 기쁨이란 이런 것입니다. 신혼부부의 행복입니다.

 

들깨는 회생의 동그란 씨앗입니다. 참기름은 고소하고 들기름은 향긋합니다. 들깨는 자라면서 깻잎을 제공합니다. 삼겹살에 싸 먹는 쌈 중에 깻잎은 들깨잎입니다. 참깨잎은 타원형인데 작기도 하거니와 거칠어서 쌈으로 먹지 않습니다.

 

특히 참깨잎은 장어나 삼겹살을 싸먹는 채소로 유용합니다만 잎사귀를 뒤집어서 거친 부분에 고기를 올리고 말아주면 부드러운 부분이 입안에 접하므로 식감이 더 좋다고 합니다.

 

잎사귀가 멋진 들깨도 수확을 하면 그 알이 떨어지는 모습을 봅니다만 그 정경이 흰 가루가 쏟아지는 참깨수확 장면을 따라가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수확해서 기름을 짜면 생각보다 많이 나옵니다. 참깨보다 들깨가 기름 소출이 많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마도 참깨는 단단하고 들깨는 동그란 씨앗 안에 기름을 가득 머금은 것 같습니다.

 

 

기름을 짜낸 덩어리를 깻묵이라 합니다. 과거에는 이 깻물을 갈아서 떡밥을 만들어 낚시에 활용했습니다. 저수지 포인트에 던져넣어서 물고기를 유인하는데 활용했습니다. 구수한 기름향과 부드러운 가루가 물에 퍼지면 물고기 먹이에 안성맞춤입니다.

 

어려서 할머니들은 깻묵을 갈아서 밥에 보태어 먹기도 했습니다. 기름 향이 조금은 남아있고 탄수화물이나 기타 영양소가 들어있다고 봅니다. 버릴 것 없는 참깨와 들깨에 대한 추억이 그립습니다.

 

방앗간에서 참기름, 들기름을 짜내면 묵직한 쇠붙이 기계속에서 소리없이 기름이 나옵니다. 금빛 기름을 유리병에 담습니다.

 

노랑색 뚜껑은 들기름이고 빨강은 참기름입니다. 언제부턴가 방앗간 사장님들이 그렇게 정했나 봅니다. 대부분의 어머니, 주부들도 그렇게 아십니다. 오늘도 참깨이든 들깨이든 깨가 쏫아지는 부부로, 가족으로 사시기 바랍니다.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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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