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동동주 주조법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술은 알콜입니다. 시골에서 직접 만드는 술은 3가지를 말할 수 있습니다. 동동주, 막걸리, 곡주로 만드는 소주입니다. 우선은 密酒(밀주) 중에 동동주입니다. 술을 담그는데 필요한 재료는 쌀, 수수, 누룩, 항아리입니다.

 

우선 꼬두밥이라고 시루에 쌀을 올리고 무쇠솥에 올린 후 시루와 솥의 테두리를 쌀가루 떡으로 봉합을 합니다. 솥단지 안에서 끓어오르는 수증기압력이 옆으로 새지 않고 시루 아래 뚫린 구멍을 통해서 올라가 쌀을 익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쌀이 잘 쪄지면 넓은 멍석 위에 펼친 후 누룩가루를 뿌려 줍니다. 밥쌀 알에 누룩가루가 고르게 묻힌 후에 항아리에 넣습니다. 항아리는 조금 전에 불붙은 창호지를 넣어서 그 열기로 소독을 하였습니다.

 

항아리에 남아있는 다른 균을 제거하고 잡귀를 내보내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항아리안에 들어온 누룩밥은 오로지 누룩이 가지고 있는 효소에 의해 술로 익어갈 것입니다.

 

누룩은 통밀을 갈아서 물에 반죽하여 메주 크기로 만든 후에 생으로 베어온 쑥으로 감싸줍니다. 일주일쯤 지나면 발효되어 누룩곰팡이가 생성됩니다. 이 누룩곰팡이가 가득한 누룩의 푸른 곰팡이 가루는 빗자루로 쓸어내고 누룩속에 들어있는 곰팡이로 술을 빗는 것입니다.

 

곡물의 녹말성분이 알콜로 변화하는 과정을 술이 익는다하고 과학적으로는 화학적 변화라고 표현합니다. 녹말을 당분으로 변화시키는 기능은 보리싹을 말려서 갈아낸 가루입니다.

 

엿기름이라 불리는 흰 가루는 곡물속 녹말을 당분으로 바꿔서 쌀밥이 감주가 되게하고 그 감주를 보자기에 짜내어 무쇠솥에서 졸이면 조청이 됩니다.

 

조청을 더 졸이면 엿이 되고 다시 물을 조금 넣은 후 불을 때면서 쌀 튀김을 넣으면 강정이 되고 땅콩을 볶아 뭉치면 땅콩엿이 되는 것입니다. 엿으로 퍼서 콩가루에 올리기 직전에 참깨나 들깨를 넣어서 섞어 주기도 합니다.

 

엿을 제조하는 원리로 술을 빚는 것입니다. 엿은 열을 가해서 만들고 술은 시간을 보태서 제조합니다. 술은 기다림의 결과물입니다. 대략 3일 정도 醱酵(발효)를 시키고 보름 이상 熟成(숙성)의 시간을 갖습니다.

 

 

항아리에 들어간 술밥과 누룩과 맑은 물은 시간의 흐름을 타고 맑고 노랑색을 띤 동동주가 됩니다. 큰 항아리를 땅속에 묻어두고 보름에서 한 달을 기다리면 동동주가 탄생하는 것입니다.

 

술 항아리 윗부분에서 표주박으로 살포시 퍼낸 술이 동동주입니다. 달착지근한 맛이 일품입니다. 제사에 쓰고 어르신 대접하는 술입니다.

 

집안의 고추장과 된장, 간장 등 醬(장)맛이 변하면 안 되는 것처럼 술맛 또한 일정해야 합니다.

 

동동주를 퍼낸 후 항아리에 맑은 물을 한가득 붓고 마구 섞어서 퍼내어 대나무로 만든 소쿠리에 걸러내면 막걸리가 됩니다. 막 걸러 내니 막걸리인가 봅니다. 그리고 다시 남은 재료는 베보자기에 넣어서 꾹꾹 눌러서 진국을 짜냅니다.

 

보자기에 남은 마지막 재료는 ‘술찌거미’라 합니다. 술기운이 남아있고 누룩과 잡곡의 섬유소가 있어서 돼지와 소의 사료로 활용됩니다. 이 술찌거미를 한 바가지 먹은 돼지는 온몸에 붉은색을 띠고 기분이 좋아져서 꿀꿀 소리가 전과 다르게 풍성합니다.

 

동물도 술에 취하면 기분이 좋은가 봅니다. 영화 유리시즈에서 외눈 괴물에게 먹이기 위해 유리시즈가 동료들과 함께 포도를 따다가 술을 담그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괴물이 막고 있는 동굴문을 나오기 위해 포도주를 한가득 먹입니다.

 

술에 취한 괴물이 이리저리 몸부림을 치는 틈새로 주인공과 부하들이 빠져나오는 장면을 기억합니다. 술은 인류의 탄생과 함께 태어났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자자손손 풀지 못하는 술과의 전쟁이 오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폭탄주제조및음용에관한조례’라는 우수개 글을 써서 책에 싣고 경제지에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술을 조금 먹고 격식을 갖춰서 마심으로써 실수를 줄이고 다음 날 아침 숙취를 최소화하자는 취지에서 제가 만들었습니다.

 

박신흥 사진작가(안양시 부시장, 경기도의회사무처장)님의 지도를 받아 확정한 글입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곡주로 만든 소주 이야기입니다. 동동주를 그릇에 담아 장기간 보관하면 다시 식초로 변합니다. 신 맛이 강한 식초는 소량을 음식에 넣어 먹습니다.

 

농익은 동동주와 막걸리를 버릴 수 없으니 과학적 원리로 알콜 성분만을 빼내는 작업을 거치면 곡주에서 소주가 탄생합니다.

 

우선 무쇠솥에 마시지 못할 막걸리나 동동주를 넣고 아궁이에 약한 불을 피웁니다. 무쇠솥 중앙에는 소주를 받기 위해 무거운 옹기를 넣습니다. 무쇠솥 중앙에는 옹기가 자리하고 그 주변에 막걸리나 동동주가 담긴 모습입니다.

 

그리고 솥뚜껑을 깔끔하게 씻은 후 솥 위에 거꾸로 올려줍니다. 오목한 솥뚜껑에 찬물을 부어줍니다.

 

무쇠솥에 불을 때면 술에 함유된 긍정의 알콜이 氣化(기화)됩니다. 솥뚜껑은 찬물을 부어 식혀주므로 알콜증기가 액화되어 이슬이 됩니다. 그 이슬이 솥뚜껑 손잡이를 타고 미리 넣어둔 항아리에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집니다.

 

아궁이 불의 화력이 과하면 물이 수증기가 되어 섞이므로 소주의 농도가 낮아집니다. 불이 약하면 알콜조차 올라오지 않으니 생산성이 떨어집니다. 불의 강약이 소주 제조의 키포인트입니다. 수많은 경험과 노련한 불 관리가 중요합니다.

 

이 작업을 1시간 이상 반복하면 무쇠솥 안 도가니에는 맑고 투명하고 상큼한 소주가 반 정도 차게 됩니다. 이를 깔끔한 병에 담아두고 귀한 손님이 오시면 ‘곡주로 만든 소주’라고 자랑하면서 대접을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밀주는 세무당국의 감시를 받습니다. 특히 양조장 주인이 판매량이 저조하면 세무서 담당자에게 자장면을 사주면서 부탁을 하는가 봅니다.

 

어느 날 불쑥 청년 10여명이 트럭을 타고 동네를 急襲(급습)합니다. 일명 ‘술조사’라 불렀습니다. 이들은 동네 가가호호를 다니면서 밀주를 단속하고 술의 효소인 누룩을 찾아내고는 확인서를 받아갑니다.

 

이들이 올 때마다 밀주와 누룩을 틀킨 할머니는 잔꾀를 내봅니다. 둥근 물항아리에 汚物(오물)을 반쯤 담아두었다가 술조사가 닥치면 머리에 이고 뒷동산으로 피신하는 척 합니다. 올타구나, 술조사가 할머니 앞을 가로막아 섭니다.

 

“할머니! 술 항아리를 이고 어디를 가십니까?”

 

“술 아니에요, 술이 아니라니까”

 

할머니는 짐짓 도망가는 척하다가 오물이 든 항아리를 청년 앞으로 떨어트립니다. 펑하고 항아리가 터지면서 오물이 튀어 오르고 술조사 청년은 큰 봉변을 당합니다.

 

그날은 우리 동네 누구도 술조사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술도 누룩도 잡아내지 못하고 일행은 급히 트럭을 타고 읍내 목욕탕으로 달려갔다고 합니다.

 

시아버지 회갑을 위해 부엌 창고에 여러 항아리에 술을 담가둔 며느리는 술조사가 왔다는 동네 아이들의 고함 소리를 듣고 부엌에서 목욕을 했습니다.

 

술조사가 들이닥쳤지만 젊은 며느리가 목욕을 하는 부엌에 들어가 술항아리를 조사할 수는 없었습니다. 몇 차례 옷을 입고 나오라 경고하다가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술조사가 다녀가면 양조장의 술 판매량이 확연히 늘었다고 합니다. 누룩을 빼앗기고 술 항아리를 깨버리는 상황이 발생하니 근동의 양조장에 가서 막걸리 통으로 술을 사왔습니다.

 

어려서 기억에 화물 자전거 양쪽에 2통씩 4통의 막걸리를 매달고 도로를 질주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술 심부름을 하는 아이들은 목이 말라 한두 번 주전자를 기울여 막걸리를 마시기도 했습니다.

 

술이 부족한 듯 보이면 집 근처 샘물을 한두 모금 채웠다고 합니다. 독한 술이 아니고 싱거운 술이므로 물을 타도 그 농도가 낮아진 것을 눈치채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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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