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시골 방앗간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벼와 보리와 쌀과 보리쌀로 변신하는 곳이 방앗간입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한다는 말은 술을 좋아하는 이가 술집 앞으로 그냥 지나가지 못하고 반드시 들러서 한잔한다는 말입니다.

 

신라 金庾信(김유신) 장군이 젊은 시절에 馬上(마상)에서 졸았는데 평소대로 말은 그를 태우고 기생집으로 갔다고 합니다. 술집 앞에 멈춰선 말 위에서 잠을 깬 이순신은 말의 목을 베고 말았습니다.

 

그는 집으로 돌아와 무공훈련과 공부에 전념하여 삼국을 통일한 장수가 되었고 왕이라는 칭호를 받았습니다. 김유신 장군 묘지 비석에 왕릉이라고 쓰여있습니다.

 

1960년대 시골 마을 방앗간의 동력은 원동기입니다. 초콜릿으로 만든 사찰의 탑이 조금 녹아내린 형상을 한 기계로서 양쪽에 회전을 고르게 하는 커다란 바퀴 모양의 휠이 있습니다.

 

아마도 그 기계 안에는 실린더와 피스톤이 있고 학교때 배운 대로 흡입·압축·폭발·배기의 4행정 기관입니다. 승용차나 기차 등 비교적 큰 장비의 엔진은 4사이클을 거쳐서 동력을 만들어 냅니다.

 

이 동력을 방앗간의 각종 기계에 연결하면 벼를 퍼 올리고 기계에서 껍질을 벗기고 현미를 갈아 백미로 만드는 것입니다. 7분도 쌀이란 껍질을 벗기고 70%정도 껍질을 갈아낸 거친 쌀이고 9분도는 더 갈아낸 백미입니다.

 

건강을 위해서는 3백을 피하라고 하는데 이는 흰쌀, 밀가루, 설탕을 지칭합니다. 그러니 벼 껍질을 벗겨낸 후 껍질을 조금만 갈아낸 7분도 쌀을 먹어야 건강에 좋다고 합니다. 9분도까지 가면 탄수화물이 많아지고 좋은 영양소는 쌀겨가 되어 배출되는 것이니 참고하시라 합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는 이유는 제 아무리 기계화가 잘 되었어도 벼나 쌀알이 바닥에 떨어지기 때문에 방앗간 주변에는 먹을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텅 빈 들판을 뒤지면 벼 이삭 몇 개를 얻을 수 있을 것이지만 방앗간에서는 정제된 9분도 쌀알도 만날 수 있습니다.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도로 보내는 이유도 기회가 많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나 홀로 산골에서 바닷가에서 노력하기보다는 다수가 경쟁하는 도시에서 원하는 바를 이룩할 가능성이 높고 기회가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음으로 어린이의 눈에 비친 원동기는 참으로 신기한 기계였습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데 경유통에서는 링거액 줄을 타고 연료가 들어가고 그 옆의 대형 수조에는 뜨거운 물이 콸콸 쏫아집니다.

 

엔진을 수냉식으로 식히기 때문에 다량의 물이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미지근한 찬물인데 원동기가 한 두 시간 돌아가면 뜨거운 온천탕이 됩니다. 엔진 주변을 다녀온 물은 뜨겁게 데워지고 큰 수조에서 잠시 식힌 물은 다시 엔진속으로 달려갑니다.

 

이 물이 흡입·압축·폭발·배기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열을 식히는 역할을 하고있는 것입니다. 가벼운 엔진을 쓰는 오토바이에는 수냉식이 아닌 공랭식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오토바이 엔진 주변에는 소장의 융털돌기와 같은 팬이 설치되어서 엔진속에서 발생하는 열을 공기중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휘발유를 쓰는 오토바이 엔진은 흡입+압축#폭발+배기의 2행정 기관입니다.

 

그러니까 흡입하면서 압축하고 폭발하면서 배기되는 2개의 행정기관입니다. 조금 크고 경유를 연료로 쓰는 엔진은 4단계인 흡입·압축·폭발·배기의 과정을 거치는 반면 작고 예민하고 쉽게 잘 터지는 휘발유 엔진은 4행정을 2행정으로 하고 그 속도를 빠르게 진행합니다.

 

그래서 경유 원동기 4행정기관은 텅!텅!텅!텅! 박자를 맞추며 돌지만 오토바이, 예초기, 분무기 등 가벼운 2행정기관은 앵~~~~하면서 돌아가는 것입니다. 소리만으로 4행정인지 2행정 사이클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회전은 에너지 중 가장 아름다운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에너지의 움직임이 가장 정확하게 보인다 할 것입니다.

 

물은 위에서 아내로 떨어지는 위치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서 나름 그 멋을 자랑합니다. 아스팔트를 뚫고 올라오는 잔디의 힘도 에너지입니다. 치열하고 무서운 에너지입니다.

 

꽃이 하늘을 향해 펼쳐지는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올까요. 씨방의 꿀이 그 힘의 원천인가 생각합니다. 명주실보다 가벼운 개미허리로 커다란 나방을 끌고 가는 힘도 경이롭지만 뒤로 먹이를 밀고가서 땅속에 저장한 후에 그 속에 알을 낳는 말똥구리, 쇠똥구리의 에너지도 대단합니다.

 

시골 방앗간의 회전 원동기는 에너지를 설명해 줍니다. 방앗간 벽을 뚫고 나와 돌고 있는 회전봉에 새끼줄을 잡아 매두면 이 또한 재미있게 빙빙 돌고 있습니다.

명절이 다가오면 큰 회전을 작은 회전으로 내려서 가래떡을 만들어 냅니다. 쌀을 곱게 빻아서 시루에 올려 뜨거운 증기로 쪄낸 후에 이를 기계에 올려줍니다.

 

주걱으로 슥슥 밀어 넣으면 천천히 돌아가는 회전축 안으로 밀려 들어가 찰지게 밀려 나옵니다. 반드시 2개의 쇠구멍, 지름 2.5cm의 틀을 통해 희고 긴 떡이 밀려 나옵니다.

 

뜨거운 김을 내뿜으며 내려온 떡은 그 아래에 미리 준비한 플라스틱 고무다라의 찬물 속으로 내려가 열기를 식히게 됩니다.

 

그리고 방앗간 아저씨의 거칠고 물에 퉁퉁 불어버린 손가락으로 슥슥 잘라내어 싸릿대 채반에 머리를 맞춰서 진열됩니다. 대략 50cm길이로 쪽 고르게 쌓아준 후 쌀 2말 작업이 끝나면 할머니에게 인계됩니다.

 

집으로 떡을 가져온 할머니는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서로 들러붙은 가래떡을 떼어내어 적정하게 건조시킨 후에 어슷하게 대각선 방향으로 썰어줍니다. 가래떡이 떡꾹떡으로 변신하는 것입니다.

 

손 빠른 할머니는 떡쌀을 쩌 낼 때에 말린 쑥이나 마른 호박꼬지를 넣어서 색상을 내기도 합니다. 특히 절편에 쑥 등 다양한 소재를 넣으면 영양이 좋아지고 그 색상이 아름다우며 식감도 좋습니다.

 

요즘 젊은 전문가들은 파프리카, 비트 등 여러 가지 채소의 색상을 떡 속에 넣기도 합니다. 젊은이의 상상력은 무궁하고 그 영역은 무한대이니까요. 이렇게 시골 방앗간은 곡식을 알곡으로 변신하기도 하고 알곡을 떡으로 진화시키는 재주를 가진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참새뿐 아니라 동네 아저씨와 아낙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방앗간은 모든 곡식이 변신하는 멋진 아트센터였던 것입니다.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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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