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오리잡기

이강석 전 남양주시부시장

다음은 오리잡기 입니다. 요즘 가창오리떼가 군무의 멋을 보여줍니다만, 과거에도 저수지에 오리떼가 날아왔습니다. 사람팔자 뒤훔박 팔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박이란 풀섭이나 젖은 지붕위에서 영그는 흥부놀부전에 나오는데요 한여름을 지내고 가을에 그대로 굳어지면 하늘을 본 반쪽은 뽀시시하고 바닥에 눌린 쪽은 쭈구렁하고 검버섯이 가득합니다.

 

할아버지께서는 흰쪽면과 검버섯면을 갈라서 각각 말려서 바가지 제품을 완성하게 되는데 이때 뽀시시한 쪽은 탈이나 조각품의 소재가 되고 최소한 물바가지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만, 검버섯면은 좀 수준 낮은 분야로 배속되거나 박터지기 게임의 희생양으로 팔려가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사람팔자를 뒤훔박 팔자라 합니다. 남편을 잘 만나고 못 만나고, 아내를 잘 만나고 못 만나고, 사장을, 상사를, 동료를, 후배를, 그 누구를 어찌 만나느냐에 따라 본인의 팔자가 달라진다는 말입니다.

 

이 뒤훔박에 사람의 얼굴을 양면에 그린 후 저수지에 던져넣습니다. 둥둥 떠다니는 농구공처럼 생긴 뒤훔박이 처음에는 사람인줄로 알고 오리들이 피하다가 자꾸 접하다 보니 익숙해지고 나중에는 발로 툭툭 하면서 수구놀이를 하게 됩니다.

 

나중에는 오리 12마리씩 두 편으로 갈라서 찜뽈놀이를 하기도 하고 수상 축구를 하는가 하면 농구, 발야구, 테니스 등 오리들 맘대로 놀고 있습니다.

 

이 또한 일주일 정도 익숙하게 만든 후 아주 긴 나일론 줄을 메고 뒤훔박 아래를 잘라 눈구멍을 만든 후 복면가왕처럼 머리에 쓰고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천천히 오리떼가 놀고 있는 중앙으로 이동하면 스스로 움직이는 뒤훔박을 본 오리들이 장난을 치기 시작합니다. 물갈퀴를 저으며 뒤훔박 앞으로 다가오는 오리다리를 잡아 준비한 나일론 줄에 엮어나갑니다.

 

굴비 엮듯이, 씨레기 묶듯이 한 마리 두 마리 오리를 잡아 엮어 갑니다. 30분이 안되어 내 뒤에 오리 50마리가 한 줄로 서있습니다. 여러분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고도의 상상을 동원하여 호랑이를 잡아보겠습니다. 호랑이는 깊은 산속에 있는 영물이므로 준비가 많이 필요합니다. 우선 토끼 한 마리를 꿀과 참기름에 비벼서 매끄럽게 합니다.

 

그리고 아까 오리 잡을 때 남은 황색 빨랫줄로 허리를 묶어주고 그 줄에도 참기름을 듬뿍 칠해줍니다. 이어서 호랑이 다니는 길목 큰 나무에 토끼를 묶은 반대편 빨랫줄을 단단하게 묶어둔 후 산을 내려옵니다.

 

24시간 후에 다시 호랑이산에 올라가 보면 호랑이 5마리가 한 줄로 서서 우리를 기다립니다. 어제 참기름에 꿀로 코팅을 한 토끼가 깡총깡총 뛰어다니자 호랑이가 한입에 먹었고 매끄러운 토끼는 소화될 틈도 없이 불과 15초만에 항문으로 탈출합니다.

 

그리고 다음 호랑이가 토끼를 삼키고 다시 나오고 다시 먹고 나오기를 반복하면서 그 길을 지나던 호랑이 가족 5마리가 빨랫줄을 타고 한 줄로 서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더라는 말입니다.

 

허구가 지나쳤으니 이론적으로 가능한 곰 잡기 방법 하나를 보너스로 소개하겠습니다. 곰은 꿀을 좋아합니다. 곰이 다니는 길목에 충분한 꿀을 뿌리고 그 위 나뭇가지에 줄을 맨 후 50kg짜리 바위를 튼튼한 동아줄에 매어 매달아 줍니다.

 

몇 시간 후에 곰 한마리가 꿀냄새에 끌려서 바위 앞에 도착하니 곰이 좋아하는 꿀을 바위가 막고 있습니다. 꿀을 먹기 위해 머리로 밀어보니 살짝 밀립니다. 그래서 꿀을 먹고 있는데 바위가 자꾸만 성가시게 합니다.

 

그리하여 곰은 그 돌을 머리로 툭 쳐냅니다. 저만치 밀려간 돌이 다시 돌아와 곰의 머리를 건드리고 다시 밀치자 더 멀리 갔다가 돌아와 머리를 때립니다.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곰이 좋아하는 꿀을 먹고 있는데 바위가 머리를 귀찮게 하므로 이번에는 아주 강력하게 돌을 밀쳐냈고 더 멀리 날아간 돌은 여지없이 돌아와 곰의 머리를 강타합니다.

 

결국 하루가 지난 다음날 현장에 도착하니 곰 7마리가 여기저기 뇌진탕으로 쓰러져 있다는 말입니다. 실제 가능한지는 실험과 연구가 필요하겠으나 어린 시절 膝下(슬하)에서 들은 이야기와 이후 초중시절 책에서 본 이야기에 뻥을 조금 보태서 여기에 올려봅니다.

 

퇴직하고 집에서 쉬로 있으니 장문을 쓰는데도 어려움이 없고 공무원증을 반납하였으므로 조금 거시기한 표현을 써도 걱정이나 담이 적습니다. 하하하!!!

 

페친께서 산토끼 잡던 추억을 말씀하시므로 첨언합니다. 겨울날 눈이 무릎까지 빠지던 그 시절 산에 올라 토끼 발자국을 만나면 열심히 따라가다가 좁은 나무틈새로 지나간 자리를 발견하면 눈에도 보이지 않는 가느다란 철사줄 올무를 설치합니다. 산토끼는 한번 지나간 발자국을 따라 다시 뛰어 간다는 점을 이용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운동도 할겸 눈이 가득한 산을 산토끼 발자국을 따라 한바퀴 돌다보면 조금전 설치한 올무에 걸려든 토끼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 토끼를 잡아 가죽을 벗겨 백반으로 작업을 하면 가죽이 부드러워지므로 목도리, 귀마개 등 방한물품으로 요긴하게 쓰이며 고기는 매콤하게 토끼탕으로 조리하여 맛나게 먹습니다.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