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한겨울에 꿩 잡기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꿩의 암수는 구분이 있습니다. 새타령에 나오는 까투리는 암컷입니다. 까투리는 ♀이고 숫꿩♂은 장끼라고 부릅니다. 농악에서 깃대에 매단 멋진 깃털은 바로 숫꿩 장끼의 꼬리털입니다.

 

꿩은 성질이 급해서 산길 풀섭을 지나가는 나그에 간담이 서늘할 정도로 푸다낙하고 날아갑니다.

 

이 꿩을 몇 마리 잡아보겠습니다. 재봉틀에 매단 송곳돌리기로 흰 콩 가운데를 동그랗게 파낸 후 ‘사이나’라는 약을 미량 넣은 후 촛물로 봉합합니다.

 

사이나는 극약이므로 아무에게나 판매하지 않지만 1960년대에는 은밀히 구매가 가능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재봉틀이 있는 집 아들에게만 가능한 싸이나 꿩잡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싸이나 극약을 내장한 사이나콩을 이른 새벽 꿩들이 자주 날아와 먹이를 찾는 양지바른 산기슭에 흰 종이를 깔고 3알씩을 놓아줍니다. 그리고 산기슭에 숨어서 꿩이 날아오기를 기다립니다.

 

이 작업은 폭설이 내린 다음날이 좋습니다. 동장군이 활개를 치는 겨울날 효과적인 작전입니다. 먹이를 찾아 날아온 꿩은 까투리와 장끼가 있습니다. 이들이 한겨울 폭설속에 배가 고픈 차에 맛있는 콩을 발견하고는 잠시 주변을 경계하는 척 하다가 이내 낼름널름 먹어줍니다.

 

그리고 몇 분 후 스르르 잠이든 꿩들은 사람이 다가가도 날아갈 힘이 없습니다. 꿩사이나 사냥꾼들은 즉석에서 배를 갈라 내장을 버리고 바구니에 담아 집으로 돌아옵니다. 물에 푹 삶으면 꿩 탕이고 무쇠칼로 뼈채 다듬어 밀가루 반죽한 만두피로 감싸면 꿩만두가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 꿩사냥법은 실전을 확인하지 못하였습니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할 것이라는 말씀을 전제합니다. 그런 내용으로 옛날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선 꿩이 모일만한 한적한 산속에 수수깡대로 울타리를 세웁니다.

 

 

그리고 꿩의 시선에 잘 보일 것으로 생각되는 남쪽방향에 5손가락 모양의 나무구조물을 내밀고 흰 장갑을 끼운 후에 먹이로서 쌀이나 콩, 벼 등을 올려둡니다.

 

4-5일 동안 수시로 가서 먹이를 보충합니다. 아무리 조류머리라고 하지만 새보다 꿩이 몸집이 크므로 뇌의 양도 조금 더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꿩들이 이웃의 친구들을 데려옵니다. 여기 무한리필 회전초밥집이 신장개업하였으니 구경 오라는 전갈을 보냅니다.

 

꿩들에게도 삐삐나 시티폰이 있을 것입니다. 요즘에는 스마트폰을 쓰는 귀족 집안 꿩집 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인근 근동의 꿩들이 거의 다 모였다 생각될 즈음에 본격적인 꿩사냥을 시작합니다. 수수깡대 울타리 안에 직접 들어가 흰 장갑의 나무마네킹 손을 안드로 끌어들이고 직접 내 손에 흰 장갑을 끼고 먹이를 놓은 다음 밖으로 내미는 것입니다.

 

이는 흡사 이항복 어린이가 옆집 영감마님이 우리 집 감나무가 자기것이라 주장하므로 영감님집 창문 창호지를 뚫고 팔뚝을 들이민 후 이 팔뚝이 누구의 것입니까 하고 물은 것과 같습니다.

 

옆집 영감님 답변은 그 팔뚝은 너의 것이다. 그럼 저의 집에서 영감님댁으로 가지를 뻣은 감나무의 감은 누구의 것입니까? 그것도 너희집의 것이다. 뭐 이런 스토리인줄 압니다.

 

그리하여 수일동안 먹이를 먹어온 꿩들은 의심없이 내가 내민 손바닥에 날와 먹이를 먹습니다. 이때 와락 다리를 잡아 안으로 끌어들인 후 다시 먹이를 올린 손을 밖으로 내밀어 두번째 희생꿩이 날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