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20일 새벽입니다. 2시입니다. 올여름 폭염을 몰아가는 소나기가 내립니다. 자연현상에 이래라 저래라 할 일은 아닌줄 알지만 올여름 만큼은 9월17일에 중추절을 지냈으니 가을이 오라고 부탁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국민학교, 초등학교때 배운대로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여 살기좋은 나라이어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자연과 환경에 지나치게 기대어 지난 100년을 살아왔으니 미안한 마음이 가득합니다만 그래도 계절은 계절이니 그 계절의 기본을 유지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어제의 일기예보를 오늘 새벽에 하늘이 실천하는 중입니다. 소나기가 내립니다. 좀더 큰 표현으로 소나기입니다. 잠에서 깨어났을때 이미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이 소나기에 올여름 폭염을 모두 실어서 서해바다로 보내고 진정한 가을의 풍광을 선사해 주기를 바랍니다. 커튼으로 막힌 창문을 열고 가을비의 전령들을 모두다 맞아 들이는 중입니다.
이 비에 놀란 귀뜨라미들이 풀섶밖으로 달려나와서 오늘 밤에는 제대로된 합창의 시간을 함께 할 듯 보입니다. 가을을 의미하는 다양한 자연현상을 잊었나봅니다. 가을의 전령을 맞이한다고 했지만 지금 막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가을을 상징하는 자연의 무엇들이 오고 있을까요. 바람과 빗소리와 상상의 귀뜨라미소리뿐입니다. 다른 어휘들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생각해보면 가을비는 잔잔한데 오늘 내리는 가을비는 풍성합니다. 그러니 여름내 달궈진 땅속의 열기도 이 새벽 내린 빗물로 가을의 온도를 맞추고 있을 것입니다. 중추절이 지났지만 이제부터 제대로 온도를 관리해서 열기에 지친 가을과일을 제대로 숙성하고 지친 벼는 알곡을 여물게 하고 늘어진 해바라기 줄기에도 힘을 보태어 줄 것입니다. 역시 가을은 가울다워야 가을입니다. 여름같은 가을을 맞이하는 슬픈 마음의 한구석에 정말로 가을인듯 여기는 새바람이 불어오기를 바랍니다.
잠시 비는 소강상태입니다만 잠시 힘을 모아서 주변의 구름을 불러모아 한번더 세차게 비를 뿌려주기를 바랍니다. 이미 소하천에 물이 한가득이고 저만치 원천천, 수원천에도 물이 불어나서 돌다리 위에 가을 낙엽을 뿌리고 흘리고 다시 씻어내고 있을 것입니다. 혹여 오리들이 둥둥 황구지천으로 떠내려가서 저만치 세마대가 보이더라도 오리들은 마라톤으로 다시 수원천 지동시장부근으로 돌아올 수 있으니 물을 더 불려서 수원천의 묶은 2024년 여름의 기억을 말끔하게 정리해 주기를 바랍니다.
혹시 수원천에 시 예산을 들여 방류한 잉어들이 떠내려가도 좋습니다. 잉어들이 황구지천을 구경한 후 살만한 곳은 수원천 지동시장 인근이라는 사실을 알게될 것입니다. 다시 힘을 모은 잉어떼가 비상활주로 인근을 지나 세류동의 하천을 타고 팔달문, 지동시장을 향해 달리고 이중 젊은 잉어 수백마리는 화홍문을 넘어 용지에 이를 것입니다. 방화수류정의 빗방울이 모이는 용지에서 잉어들이 세월을 낚아 승천하는 용이 되기를 기원할 것입니다. 인근 수원사 부처님께 승천의 소원을 빌게 될 것입니다.
오늘 새벽에는 좀더 가을스러운 기분으로 차분히 매사를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더위에 부담없이 평온한 가을을 맞으면서, 어린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차분하게 겨울을 기다리는 가을의 문학소년이 되게 하여 주기를 소망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이 새벽을 힘차게 시작합니다. 가을은 정말로 우리 주변에 성큼 다가옵니다. 새벽비를 맞고 가을이 탄생합니다. 반가운 가을의 기분이 오래가기를 바랍니다. 여름이 길었으니 겨울은 짧아지기를 소원합니다.
정말로 올여름은 힘들었습니다. 땀을 많이 흘렸습니다. 열대야로 잠을 설치고 뙤약볕에 벌초를 하고 땀흘리며 콩밭의 풀을 뽑았습니다. 도시형 농부들의 노고에 대해서도 사계절의 큰형이 된 여름이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여름이 여름이라고 뽐내서는 안됩니다. 겨울은 겨울이라지만 적정하게 자신을 나타내기를 바랍니다.
융합의 시대에 대한 IT청년들에게는 계절 역시 융합성을 보여야 합니다. 서로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유기체의 완성을 이루는 것처럼 이제는 4계절이 서로 양보하고 융합해서 평온하고 일상적인 4계절의 연결고리를 완성해 주기를 바랍니다. 지나친 여름도 불편하고 짧은 가을은 허전하고 더 짧은 봄은 아쉽습니다. 겨울이 길어서 좋은 것이 아니듯이 여름이 더워서 그 기능을 다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인간이 자연을 어찌할 수 없다지만 이제 자연도 인간과 호흡하는 시대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동안 인간이 자연에게 무리한 부탁을 하였습니다. 자연을 힘들게 하였습니다. 화성연료의 낭비, 굴뚝산업의 양산, 자원의 불합리한 소비를 통해 자연에게 고통을 주었습니다. 1900년까지 2000년간의 평온함위에 지난 100년간 인류는 자연에 큰 상처를 주었습니다. 그래서 봄여름가을겨울이 엉키고 한반도의 폭염, 중국땅의 폭우, 일본 열도를 치고 올라가는 태풍을 겪고 있습니다.
더이상 인류는 자연을 아프게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 합니다. 150년전 조선시대의 봄여름가을겨울처럼 우리나라 한반도에는 역시나 사계절이 뚜렷한 금수강산으로 리모델링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한사람 두사람이 자연사랑에 앞장서고 자연에 대한 경외심마져 가져야 할 것입니다. 자연이 더이상 자연스럽지 않은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