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마이너스#운동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골프는 4명이 함께 잔디밭을 이동하면서 골프채를 이용하여 자신의 공을 홀컵에 넣는 경기입니다. 골프는 타수가 적어야 기분이 좋고 골프채 운동을 적게 하고 타수 잘 나왔다고 기분 좋아하는 스포츠입니다. 흔히 말하는 주말골퍼들은 100돌이라 해서 95~100타를 오가면서 이 타수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다수의 사람들은 땀을 흘리며 산 정상에 올라가서 '야호'하면서 기분 좋아합니다. 반면 정신과 신체 건강을 위해 나선 골프는 운동내용보다는 타수를 가지고 그날의 운동 결과를 평가합니다. 타수가 적으면 운동량이 적은 것이고 타수가 많으면 운동을 많이 한 것인데 운동을 많이하면 화가 나고 운동을 적게 하고도 기분 좋아하니 골프를 하지 않는 이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이처럼 오묘한 골프를 골프라 말하지 않고 '운동'이라고 말하게 된 이유는 과거 일부 층에만 허락된 골프를 대놓고 말하기 어려워서 그리 한 것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아마도 자신들만의 귀족 스러운 운동으로 신비감을 주기 위한 이유도 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누구나 편안하게 ‘골프 간다’고 말합니다. 반면에 1980년대에는 절대 비밀이었고 그래서 골프장에 가면서 '골프장에 간다'고 말하지 못하거나 칭하지 않고 그냥 돌려서 하는 말로 '운동을 간다'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해 보면 골프의 3요소 중 가장 중요한 '동반자 4인'은 골프 실력보다는 마음이 통하는 사이이어야 합니다. 9홀 골프장에서 훈련 겸, 운동을 위해 골프를 하는 주말골퍼들은 골프장에 도착한 순서로 모르는 이들이 만난 4인이 차면, 명함을 주고받으며 인사를 한 후에 '운동'을 시작합니다만 이는 연습과 운동을 병행하는 분들의 급조팀인 것이고 사실 골프는 대략 2주전에 마음 맞는 사람, 이해관계가 깊은 이들이 약속을 정하고 마음속으로부터 그날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나름 힐링의 시간을 갖는가도 모르겠습니다.

 

해서 골프 타수보다는 마음으로 뭉쳐진 4인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사실 공무원으로서 현직에 근무하면서 주말에 몇번 필드에 나간 경험이 있는데 이때 함께한 동료 공무원을 청사 복도에서 우연히 만나면 불쑥 악수를 했다는 유 경험자의 후일담을 여러 번 들었고 실제로 같은 경험을 한 바도 있습니다.

 

공직자에게 골프를 유념하라고 하는 이유는 사업상 로비의 매개가 된다고 해서 막은 것입니다만 순수하게 공무원끼리 N분의 1로 계산하고 돌아가면서 저녁을 사고 식사 후에 평온하게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건전한 골프는 권장할 스포츠의 하나라 하겠습니다. 그래서 골프장에서 만나 티샷을 날리고 경기 후 샤워를 마치고 주차장에서 각자의 골프채를 트렁크에 실은 후 헤어지는 악수를 나누기까지의 5시간 동안은 일심동체로 움직이는 바이니 그 과정 속의 돈독한 우정은 오래도록 간직된다고 합니다.

 

지금도 수십 명 퇴직 공무원들이 총무를 뽑아서 주중에 필드에 나간다고 하니 약간의 중독성은 있지만 각자의 체력과 역량에 맞게 무리하지 않고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골프를 운동이라 표현한 것은 과거에는 숨기기 위한 측면이 높았다면 이제 나이 70을 바라보는 퇴직자에게는 정말로 자신을 위한 '운동'이 된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운동을 통해서 자신의 체력을 관리하고 우정을 다져나가는 것도 노년의 힐링 종목 중 하나로 추천합니다.

 

골프 이야기를 조금 구체적으로 하겠습니다. 골프장의 18개 홀컵의 지름은 108mm입니다. 그래서 주말골퍼들은 골프를 108번뇌라고 합니다. 불가에서 마음의 평정심을 얻기 위해 108번 절하기를 권장합니다. T-샷이나 퍼팅은 늘 마음이 흔들리는 번뇌의 순간이라 말하는 분이 많습니다. 평정심을 가지고 편안하게 골프채를 움직이고 미세하게 퍼팅을 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늘 멘탈이 흔들리고 평점심이 깨지는 것을 걱정합니다.

 

 

다음은 부킹이야기입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부킹(booking)이란 좌석을 미리 예약하거나 배우가 출연 계약을 함이라 설명합니다. 골프의 종주국이랄 수 있는 영국에서 귀족들은 돈을 모아서 골프장을 건설하고 각자 날짜를 정해서 골프#운동을 했다고 합니다. 골프장의 클럽하우스 현관에는 커다란 노트가 한 권 놓여있고 자신이 골프를 하고 싶은 날짜에 이름을 적어 넣었다고 합니다. 신사의 나라 영국이니 다른 이가 정한 날을 피해서 적정하게 자신이 골프장에 오는 날을 적어 넣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골프장에 언제 몇 시에 오겠다는 날짜와 시간을 적어넣는다 해서 골프장 예약을 'booking'이라 했답니다.

 

그런데 1987년경 근무하던 사무실의 공직 선배들은 전화로 booking을 했습니다. 골프장으로부터 몇개의 시간을 얻어내서 이를 실제로 '운동'을 하러 갈 분들에게 전화로 알리는 장면을 소개하겠습니다.

 

"따르릉, 응, 날짜를 적어두세요. 4월1일 만우절날 아침 07시15분 인코스, 이름은 도인수"

 

지금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만 골프장은 9홀이 2개 또는 3개가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인코스와 아웃코스가 있어서 이를 적절히 활용해서 골퍼들의 18홀 운동을 진행하고 관리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이름이 부킹한 골퍼를 '도인수'라고 불렀습니다. 다른 설명은 시간과 장소인듯 이해했습니다만 이름이 도인수인 분이 7시15분에도 있고 조금전에는 6시30분에도 나옵니다. 새벽 시간은 골프장 회장님의 시간이라 해서 일반에게는 거의 제공되지 않는다 합니다. 하지만 도인수라는 분은 홍길동이 아닌데 4시간이상 걸리는 골프를 6시대와 7시에 두번 참여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래서 선배에게 물었습니다. "도인수라는 분은 어찌하여 이리도 자주 골프를 하시는 것일까요?" "도인수란 도에서 인수한 부킹"이라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골프장 부킹에서의 철칙이 있습니다. 누구든지 수도권, 경기도에서 받은 골프장 부킹은 100% 소화해야 합니다. 1980년대 주당들의 사자성어에는 청탁물문, 상대불문, 안주불문, 주야불문 등 거나하게 술마시는 자들은 가릴 것이 없다는 말을 했습니다. 역시 골프에서도 같은 맥락으로 시간불문, 장소불문, 날씨불문입니다만 '상대불문'은 아니고 골프 4인은 여하한 인과관계가 중요하게 설정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경기도내 골프장의 부킹은 어려우니 일단 골프장에 부킹이 잡혔다면 여하한 이유를 대지말고 그 시각에 달려가서 운동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내기골프를 금합니다. 오늘 90타를 넘었다고 스트레스 받지 마시기 바랍니다. 100타를 친 사람들은 운동 많이 했다고 스스로 즐거워해야 합니다. 80타 쳤으면 그만큼 운동을 덜한 것이니 억울해해야 합니다.

 

이제는 대놓고 ‘골프 하러’ 간다고 말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타수로 인해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주말골퍼들은 골프장 운동을 힐링의 시간, 교류의 기회로 삼아주시길 바랍니다. 골프라는 운동은 타수가 적어서 기분 좋은 마이너스형이 아니라 많이 걷고 동료들과 깊이 있게 교류하고 소통하는 플러스형의 골프 본연의 기능을 이룩하는데 충실하시기 바랍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