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공선사 우대용 교통카드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무임 교통카드 이야기입니다. 지패스, 즉 "경기도 우대용 교통카드"입니다. 이 카드로 전철을 무료로 타고 내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선배중에 생일이 지나서 무료교통카드를 받을 수 있는데도 발급신청을 하지 않은 분이 몇 명 있습니다. 주변사람들에게 나이 든 것을 틀켜 버릴까봐 카드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카드를 쓰면 전철 개찰구 주변에서 만나는 알지 못하는 분들이 "저분은 나이가 드셨구나!" 정도로 알아차릴 것이지만 서로 누구인가는 모르는 사이입니다. 그러니 우대용교통카드를 이용하여 전철을 타고 내려도 그분에 대하여 나이가 60대 70대초인 것을 나중에 기억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리고 어쩌다가 아는이를 만나면 다른 이야기로 교통카드 음향을 듣지 못하게 하면 될 일입니다. 

 

이는 마치 산 정상에 올라 "야호!" 소리를 쳐도 주변의 등산객들은 이분이 누구인가 모르는 것과 같습니다. 오히려 나무와 바위와 시냇물이 누구인지를 알 것입니다. 자연은 인간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지만 말하지 안고 아는 체도 하지 않으며 다른 식물이나 동물에게 그 말을 전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연을 사랑합니다. 인간보다 자연을 좋아합니다. 자신에 대해서 알고 있는 바를 다른 매개체에게 전달하지 않는 자연의 과묵함을 신뢰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교통카드를 받지 않았거나 받은 후에 쓰지 않고 장롱카드로 삼는 선배들에게 한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우리가 매년 나이를 먹는데 누구의 잘못이 없었습니다. 부모님의 잘못도 아니고 배우자의 실수가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가족의 소홀함도 아닙니다. 오로지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돌아오는 바람에 1년이 지나고 10년이 흘러가다 보니 65세에 이르고 70을 향해 내달리는 것입니다. 그러니 오늘부터라도 2~3년 묶은 교통카드를 꺼내들고 집을 나서서 힘차게 전철문을 열고 들어서시기 바랍니다. 평생동안 나름 그래도 남을 위해 살아온 나날도 적지 않은 줄 우리 모두가 잘 알기에 하는 말입니다.

 

청년시절에 군대도 가고 국민을 위해 복무 열심히 하였고 자녀를 낳아서 저출산의 파고를 막아주신 어르신들이 이제 서울, 천안, 동두천, 연천 나들이에 교통요금 보태드린다는데 이를 사양하실 일이 아닌 줄 압니다. 교통카드 무료카드로 찍으시고 대중교통비 깍아 준 정부와 국민에게 보답하는 의미로 세상, 사회를 위해 더 큰 봉사를 이어가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시면 후배, 후손들도 선배, 어르신들 존경, 존중하고 그 멋진 모습을 따라하기에 전심전력하겠습니다.

 

오늘은 그런 마음으로 교통카드 신청하러 농협으로 달려갔습니다. 자신있게 농협문을 열고 들어가서 25년된 주민등록증의 젊은 사진을 자랑하고 이렇게 나이들고 주름진 세월을 거쳐서 드디어 오늘 무료교통카드를 신청하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더불어 주변에서 나이먹은 것을 창피하게 생각하는 선배들에게 오늘의 장엄한 무임교통카드 소유의 권리를 자랑하고자 합니다.

 

오늘부터 이 카드를 자세히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전철무료승하차카드, 대중교통카드, 신용카드, 입출금 겸용카드입니다. 단순히 교통카드로만 신청했다면 오늘 당장 카드를 수령하는 것인데, 신용카드 기능이 들어가므로 일주일 정도 기다려야 합니다. 일주일을 기다리면서 이 카드를 들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일먼저 전철 아침일찍 매탄권선역에서 승차하여 1호선을 환승하여 동장으로 근무한 동두천시 중앙동을 지나 소요산역에 내려서 자재암에 들렀다가 내려와 산채비빔밥을 먹고자 합니다. 다시 최근에 개통한 연천까지 달리는 전철을 타고 신탄리로 달려가서 동장시절 토요일에 가보았던 삼계탕집에서 저녁을 먹고 다시 2시간반 1호선을 타고 수원역에서 환승하여 매탄권선역을 통하여 귀가하고자 합니다. 교통비 제로의 여행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제 어른으로 대접받는 날이 시작되었으니 거기에 걸맞는 '에헴자세'도 잘 취하려 생각합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