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마음으로 기자에게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새벽에 일어나 이리저리 방황을 하고 아침을 먹은 후에 일단은 동네 한 바퀴를 돌았습니다. 집을 나서서 후문으로 나가면 효원고등학교가 나옵니다.

수능을 마친 후라 학교가 조용한 적막강산입니다. 새벽 예불시간을 기다리는 사찰의 탑과 닮은 교문은 그렇게 평온하게 서 있습니다. 성실이라는 명필의 글체가 어둠속에서도 빛나고 있습니다.

 

 

횡단보도에 서서 매탄중학교로 걸어갈 준비를 하면서 어제 보낸 보도자료를 오늘 아침 일찍 기사로 올려주신 기자님께 감사인사를 드리고 있는데 나중에 오신 행인이 '걸어가세요' 안내말씀을 하십니다.

더러 가끔 학생들이 스마트폰 보느라 신호등을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을 보면서 혀를 끌글 찬 바가 있는데 오늘은 역지사지가 되었습니다. 結草報恩(결초보은)하겠습니다.

 

다시 8800 버스정류장을 지나서 매탄위브에서 효원공원으로 연결되는 육교를 건너가게 됩니다. 이 육교 건설당시에는 위브아파트 주민들만 효원공원으로 건너도록 시공되던 중에 인근의 주민들이 앞으로 매탄위브 입주민들은 우리 아파트 앞의 인도를 지나가니 말라는 논리적인 주장을 받아들여서 4곳에 날개를 달아서 준공한 바 있습니다. 세상사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주의로는 발전하지 못하고 성공도 어렵습니다.

 

그 육교를 지나가서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雙馬(쌍마)모습의 흉터를 치유하던 은사시 나무가 이제는 그 아픔을 정리하고 다른 모습으로 자신의 발굼치를 관리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시간과 세월이 흐르면 모든 것은 변하고 발전하거나 퇴보하게 됩니다. 이 나무는 아직은 젊은 시기이니 무한한 변화와 발전을 거듭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관리실을 지나서 매탄파출소 울타리를 지나면서 조금의 언덕을 만나게 됩니다. 지평선 축제로 유명한 김제시의 어느 면에서는 밭두렁에 흙 서너 트럭 분량을 부어놓고는 산1번지라 했답니다.

 

면 산업계장이 면 전체에 산번지가 없어서 구색을 맞추기 위해 그리했다는 농담도 들었습니다. 작은 언덕도 아닌 둔덕을 지나면 중국에서 설립해준 월화원을 지나게 됩니다.

 

판다곰은 없지만 대나무는 참 건조하게 척박한 땅에서 열심히 버티고 있습니다. 굵은 대나무는 보이지 않고 줄기가 모두 잘잘한 것으로 보아서 영양이 충분하지 못한가 봅니다. 雨後竹筍(우후죽순). 비가온 후에 죽순이 자라는 모습이 刮目相對(괄목상대)하므로 붙여진 사자성어인 줄 압니다.

 

정말로 어느 나그네가 들판에서 볼일을 보느라 모자를 벗어놓았는데 잠시 후에 모자를 찾으니 그 자리에 대나무가 자라났으므로 하늘을 올려다보니 대나무 끝에 모자가 매달려 있더랍니다.

 

대나무 싹인 죽순은 수년동안 땅속에서 때를 기다리다가 충분한 비가 오면 그해 봄에 한 번 크고 한번 굵기를 정하여 성장하고 이후에는 수년동안 단단해 질뿐 굵어지거나 키를 더 키우지 않는다고 합니다.

 

속은 비었으나 마디가 있어서 단단한 대나무는 올곳은 분들을 칭하므로 과거에 '대쪽총리'라는 표현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다시 길을 나서니 효원공원의 문이 나옵니다. 공원에 길이 있으면 드나들 것인데 문을 만들었습니다. 행정의 과용인가 생각합니다. 뱀 그림의 다리인듯 보입니다.

 

그림그리기 대회에서 어느 선비가 뱀을 그리고나서 시간이 남았으므로 뱀의 가리를 그려넣었다고 합니다.

 

뱀은 다리가 없으니 없는 것을 있다하거나 안해도 될일, 추가 설명 등을 일러서 蛇足(사족)이라 하였습니다.

살면서 가끔 사족을 달게 됩니다만 사족을 다는 선비처럼 여유롭게 이 세상을 살아가자는 의미에서 존중하는 바입니다.

 

잠시 후에 경기도 아트센터를 만납니다. 그 안의 식당에서 허름한 갈비탕을 받아들고 아연실색한 바가 있습니다. 정말로 마음을 넓게 먹어도 초라한 갈비탕은 갈비뼈만 한가득 받아든 바였습니다.

 

문화의 전당도 꽤 수준높은 이름으로 보는데 '아트'라는 영어를 넣어야만 했던 이유가 따로 있었을 것입니다. 개칭으로 간판 바꾸고 전산시스템 수정하고 명함을 모두 새로 새겨서 잔량은 버렸을 것입니다.

 

행정구역 개편으로 시청의 이름이 바뀌고 일부 땅이 편입되면 시민들의 호적, 주민등록, 인감, 토지대장의 주소를 변경해야 합니다. 주민을 관리하는 기관은 법원의 등기, 행안부의 주민등록, 시청의 토지대장, 동사무소의 인감 등 아주 많다는 사실을 알고 행정구역 개편을 거론해야 할 것 입니다.

 

다시 효원공원과 야외음악당, 아트센터를 하나로 연결하는 의미의 교량을 만나는데 당시에 80억원이 들었지만 하루 이용자는 10명정도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요즘에도 이용자가 적습니다.

 

하지만 저녁에는 멋진 조명이 펼쳐지는 우아한 도로입니다. 이 다리는 공원과 공원사이 도로 중앙에 있으므로 대략 200m정도 발품을 팔아야 하는데 아침에 집을 나와서 걷기로 마음먹은 바이니 그냥 더 걸어도 좋습니다. 스마트폰 10,000보기에 그만큼 기록이 되므로 참 다행입니다.

 

그렇게 두 번째 공원의 야외음악당을 지나면 현충탑이 나오고 6.25대 전사하신 군인들의 사진을 전시하는 공간을 만나게 됩니다. 그 직전에는 수원의 유명 음악가들의 손도장을 볼 수 있습니다. 이른바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시는 수원시민을 위한 시청의 배려입니다.

 

이제 한 바퀴 돌았으니 아파트 후문으로 들어서서 아파트를 살펴볼 순서입니다. 후문으로 들어가면 테니스장이 나옵니다. 가을에는 이 시각에 테니스 경기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오늘은 비어있습니다. 바로 옆에는 어린이집이 있습니다. 아파트를 지으면서 단지안에 교육시설 부지를 확보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시청의 도시계획 권한속에 도로, 공원은 물론 공공시설용지를 확보하게 되어 있지요. 교통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건설업 사장님은 긴 세월 동안 여러가지 도시계획, 건축계획의 절차를 이행하여야 아파트를 분양하여 자금을 모으고 그 돈으로 집을 지어 분양하게 되는 것입니다.

 

큰 건물을 지으려면 주변의 교통시설에 투자해야 하는데 공무원이 투자하라 요구하는 형식은 아니고 스스로 투자계획을 가져오면 공무원이 심사해서 못이기는 척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진행합니다.

 

철문이 굳게 잠긴 시설물 속에서 폭포소리가 납니다. 이시각 임광아파트에서 주부들이 설거지를 하고 아들딸이 샤워를 하는 물이 한곳으로 모여서 원천천의 차집관거로 흘러가는 소리인듯 생각됩니다.

 

우리는 참으로 많은 양의 물을 쓰고 새벽부터 전기를 쓰고 넓은 길을 달리는 차량을 통해 화석연료 가스를 내뿜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구 온도가 올라가고 2090년 안에 해안지대가 침수된다는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차분히 5,000보를 완성하고 집으로 돌아와 절하기를 시작합니다. 2km 이상의 거리를 산책한 다리이고 근육이니 절하기에 불편함이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아침 절하기는 참으로 평온하였습니다. 염주를 머리앞에 모셔놓고 예불을 마쳤습니다. 부처님의 가피를 소원하는 절하기입니다. 부부가 쓰는 방을 향해 절을 하였으니 아내에게 그동안 참으로 여러 번 절을 하였습니다.

 

그래서인가 세월이 흐를수록 아내의 권한이 많아지고 남편의 권력은 약해지는 것 같습니다. 어느 가정이나 다 아내의 권력이 커져야 평안합니다.

 

오늘 아침 대한민국의 모든 중생이 행복하고 평온하고 코로나19 감염자는 4,000명 이하로 내려가도록 부처님께 가피를 청하며 절을 하였습니다.

 

어제 보낸 기사문이 오늘 아침에 더 많은 기자의 공감을 얻어서 인터넷으로 신문의 기사로 나오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보태고 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오늘아침의 일과를 여기에 기록해 둡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