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는 의인창고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냉장고에 몇 달째 잠들어 살고 있는 울릉도 명물 호박엿이 있습니다. 본시 엿이라는 것은 녹말을 당분으로 만들어 먹는 음식으로 오래전 조상부터 시작되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흔히 엿 먹어라 합니다만 이는 역설법으로서 좋은 일을 하면서도 이를 감추기 위한 전략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하게 합니다. 엿 먹인다는 말은 저속해 보이지만 꿀먹은 벙어리라는 말처럼 좋은 것을 먹음으로써 할 말을 잃었다가 아닐까, 아니면 뇌물을 먹었기에 할 말이 없음도 있기는 하겠습니다만요.

그런데 엿은 녹말 성분이 들어있는 쌀, 고구마, 수수 등으로 만드는데요 우선 이들 재료를 푹 삶고 쪄서 익힌 후 여기에 엿기름을 넣습니다요. 그 엿기름이라는 것이 보리삭을 길러서 그 노랑색 싹이 5~9mm 정도 자랐을 때 이를 볕에 말린 후 손으로 비벼서 싹을 버린 후 남은 보리알을 맷돌에 갈아서 가루를 낸다음 체로쳐서 가루를 냅니다.

이 성분이 녹말 성분을 당분으로 바꾸는 효소가 되는 것입니다. 마치 술을 담그는데 누룩이 들어가는 것과 같습니다. 누룩을 만드는 재료는 밀인데요 통밀을 대충갈아 메주처럼 만들어 쑥대와 함께 묶어 서늘한 곳에 매달아 두면 여기에 누룩곰팡이가 생겨나고 이후 이를 말려 가루를 내서 아까 엿기름 넣듯이 재료와 혼합하면 술이 발효되는 것이지요.

 

여하튼 쌀밥에 엿기름을 넣으면 감주가 되고 그 국물을 조리면 청이 되고 이를 더 조리면 엿이 됩니다. 엿을 퍼내고 나서 약간 남은 엿 성분에 물을 부어 불을 땐후 볶은 콩을 넣으면 콩엿, 깨를 넣고 비비면 깨강정, 쌀 튀기를 넣으면 쌀강정이 되는 것이지요.

엿을 퍼내기 전에 땅콩을 넣으면 엿판속에 송송히 박힌 땅콩의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답니다. 순서가 뒤바뀌기기는 했지만 아까 감주가 되는 과정을 지나 엿이 된다 했는데요 그 감주과정에서 마무리가 중요합니다. 즉 그 감주국물을 한번 끓여서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냥 두면 발효가 더 진행되면서 맛이 상할 수 있습니다.

그전 감주 발효 온도는 어쩌면 그렇게 보온밥통의 그 온도라고 합니다. 본시 엿은 고동색인데 흰색으로 변한 것들은 무수히 반복되는 엿 늘림 작업으로 공기가 끼어 들어간 결과랍니다. 공기구멍이 점점더 커지기에 사람들은 엿치기를 합니다. 공기 기포를 넣은 엿을 만들어 냅니다.

엿가락을 반으로 분질러진 면의 구멍이 큰 엿을 선택한 사람이 승리하는 게임입니다. 요즘 오징어게임이 유명하고 외국에까지 수출이 되었는데요 게임이란 확률경쟁이니 늘 짜릿한 맛을 주나 봅니다.

 

그 안에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재료들이 들어옵니다. 하지만 관리에 소홀하면 먹지 못하는 물건으로 변하게 되는데 그중 하나는 말라버리는 것이고 또다른 경우는 부패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제시간, 품질 좋을 때 출고되어 각각의 기능을 다하게 됩니다. 우선 서리태가 그렇습니다. 자그마한 검정콩은 물에 불어서 2배로 커진 후 비닐봉지에 담겨 냉동실로 들어옵니다.

우선 반쯤 얼리면 약간의 성애기 콩 사이에 끼는데 이때 창고에서 꺼내어 손으로 꾹꾹 눌러주면 각각 흐트러지고 다시 봉지째 냉동에 넣으면 더 이상 붙는 일은 없습니다. 매 끼니마다 한 줌씩 집어서 압력밥솥에 넣으면 됩니다.

다음으로 대파가 보관됩니다. 흔해 대하는 다음은 후 플라스틱 통에 넣어서 보관합니다만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비효율이 있으므로 미리 잘게 썱어서 비닐 봉지에 넣어 얼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필요할 때 한 줌씩 집어서 음식물 조리할때 넣으면 됩니다. 찌게를 끓일때 맨 나중에 파를 넣으면 됩니다. 시금치나물을 무칠때는 미리 파 한줌을 꺼내어 10분정도 녹인 후 사용하면 좋습니다.

두부는 쉽게 상할 수 있습니다. 우선 냉장하다가 찌게에 넣어 먹으면 됩니다. 찌개가 다 끓은 후에 두부를 넣고 국물이 두부 표면에 살짝 올라갈 정도로 가열한 후 식탁에 올리면 됩니다. 그리고 2일쯤 냉장에서 시간을 보낸 두부는 8mm 두께로 잘라서 살짝 익히면 됩니다. 식용유를 두룬 후라이팬에 초콜릿 전 색깔 정도로 익히면 좋습니다.

 

시금치는 일단 저정성이 좋습니다. 냉장으로 보관하다가 식재료로 사용하다가 4일정도 지나면 일단 삶아서 냉장합니다. 다시 냉장에서 2일정도 지난 삶은 시금치는 나물보다는 찌게재료나 시금치국으로 조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양파는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습니다. 건냉한 곳에 보관하면서 통째로 반으로 잘라서 찌게게 넣거나 날로 먹어도 좋습니다. 양파 2개를 썰어서 살짝 볶은 후 접시에 담아 식탁에 올립니다. 소금간과 조미료 약간이 필요합니다. 실파를 함께하는 것도 쎈스입니다만 담백하게 올리는 것도 좋습니다.

마늘은 보약이라고 합니다만 어린이들은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모든 요리에 마늘이 들어갑니다. 아마도 밥을 빼고는 모두에 가능할 것 같습니다. 마늘밥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마늘빵은 이미 있으니까요.

생마늘을 먹는 것보다 살짝 구워서 먹으면 좋다고 합니다. 우선 생마늘을 다지거나 믹서에 갈아서 저장합니다. 양이 많으면 일부는 냉동에 넣고 반은 냉장에 두고 수시로 음식 사이사이에 넣어서 아이들이 먹는 줄 모르는 사이에 먹도록 해야 합니다.

 

생강도 참 좋은 식재료인데요 다듬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일단 물에 불린 후 복잡한 모양을 인정하면서 적절히 잘라서 다음으면 의외로 쉽습니다. 채로 썱어서 먹기도 하고 다져서 음식에 넣기도 합니다. 장어를 먹을때 함께 나오고 물김치 붉은 김치 구분없이 사용합니다. 오래전부터 생강을 보약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참깨는 반쯤 다져야 합니다. 통깨는 영양소 흡수가 쉽지 않습니다. 고소한 맛도 덜하기 때문에 절구에 넣어 반파수준으로 빠아서 양념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통깨는 계란후라이에 얹거나 시금치나물 위에 올리기도 합니다.

잠깐! 신혼부부의 살림살이를 보면서, 또는 신혼부부에게 개가 쏫아진다는 말을 하는데 이는 농부가 깨 농사를 지어서 수확하는 모습에서 연유되었다고 합니다. 즉 베어말린 참깨단을 검정천 위에 거꾸로 하고 부지깽이로 톡톡톡 두드리면 흰 참깨가 쏫아지는데요 그 모습이 참으로 행복하답니다.

농부에게 있어서 수확의 기쁨은 그 무엇과 바꿀수 없겠지요. 그래서 흰 깨가 솔솔솔 쏫아지는 것처럼 재미있다 하여 신혼재미를 '깨가 쏫아진다'고 한답니다.

 

알타리 무를 다듬는 일이 힘드시다구요. 몸통과 잎새 사이를 깎아내는 수고를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잎새를 잘라내고 머리부분을 동그랗게 잘라내면 됩니다. 일단 통으로 소금에 저린 다음 씻어내고 양념을 합니다만 버무리기 직전에 통무를 반으로 자르고 굵은 것은 4등분하여 넣습니다.

맨 나중에 먹을 생각으로 10개정도는 통으로 넣어 숙성에 들어갑니다. 무우를 소금으로 저리는 이유는 일단 무속의 물기를 빼낸 후 양념으로 버무려서 그 맛이 속으로 배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저리는 이유는 배추김치도 마찬가지입니다만 배추는 소금기에 팍 사그러들지만 무우는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무속의 수분이 일부는 빠져나왔으므로 버무려 넣으면 양념과 소금기와 앙념의 맛이 무속으로 들어가 숙성되는 것입니다.

오늘의 마지막은 청국장입니다. 가급적 관련 재료를 넣어서 끓인 후 청국장은 먹기 바로 전에 넣은 후 한번 바르르 긇여서 식탁으로 갑니다. 오랫동안 청국장을 끓이면 맛도 덜하고 좋은 성분이 없어질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퇴직하여 산기슭에 혼자 사시는 어르신 중에는 청국장을 날로 먹는 분이 많습니다. 가끔 TV에 나오는 귀향 어르신들의 모습입니다.

청국장은 냉장으로 보관하기도 합니다. 제품으로 포장된 것은 특히 냉장이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집에서 청국장을 띄우는 경우에는 꼭 냉장을 요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늘 냉장고속 식재료와 조리과정을 이야기하다보니 정확한 표현에 자신감을 잃은 것 같습니다. 어려운 용어는 아닌데 철자법이 맞는지 자신이 없어 많이 송구스러웠습니다.

 

집집마다 1개 이상 있는 냉장고는 의인의 창고, 창고가 아닌데도 모여있는 재료들이 모두 사람격으로 얼굴을 하고 하루하루를 기다린다.

어떤 고기는 냉동된 채 해를 기다리고 어떤 채소는 파랗게 얼어버린 채 신록의 봄을 기다린다. 안동에서 온 간고등어는 소금을 머금기 이전의 동해 바다를 생각하며 동면하고 있다.

오징어도 작은 플라스틱 그릇에 다리를 구부린 채 낙점받을 날을 기다린다. 옆방에는 서리태가 온몸을 키워 아침을 맞는다. 압력밥솥에 들어가 국물을 흘리고 이내 작은 밥공기 위를 건강하게 장식하는 단백질의 보고란다.

가끔 보라빛 팥이 보인다. 해독의 기능이 있다는 재료이니 자주 먹어야 하는데 그 이전 냉장고는 숙성의 방이다. 음식은 숙성에서 그 가치가 높아지고 영양분이 고급화된다. 된장, 고추장, 청국장, 총각김치.

슬로프드가 우리를 건강하게 한다. 1층에는 생선이 반 냉동상태로 각각의 기능에 맞는 요리로 탄생하기 위해 때를 기다린다. 2층에는 고추장, 된장, 청국장, 과일들이 매일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3층에는 요구르트, 깍두기, 그리고 씨레기방이다. 장을 위한 칸이다

4층에는 야채실이다. 겨울 야채는 더더욱 소중하다. 비타민을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통문 안에는 음료수가 매일매일 수없이 드나든다. 안쪽 맨 위칸 4층에는 마른 김이 잠을 잔다. 다음 3층에는 치즈와 요구르트가 숙성을 자랑한다.

 

2층에는 소스방이다. 다양한 소스들이 기다린다. 이 방에서는 생년월일이 중요하다. 해가 바뀌면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냉장고는 삶의 축소판이다. 살아있는 것으로 즐거워하면서도 언젠가는 선택되어 요리가 되어 넓고 예쁜 접시위에 올려지기를 기다린다.

호빵은 따끈하게 익혀지기를 바란다. 불고기는 新鮮(신선)할 때 요리고자 하고 언 고기는 좀 더 이곳에서 살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 냉장고속의 모든 재료들은 주인님을 위한 것이다. 주인과 아내와 아이들을 위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매일매일을 즐겁게 기다린다. 사실 이들이 이 냉장고까지 오는데는 수 없이 많은 과정을 거쳤다. 채소는 뽑히고 차에 실려서 농산물도매시장에서 경매되고 며칠을 기다려 다시 중간 상인에게 넘어가고 어느 날 주부님의 손에 이끌려 이곳에 왔다.

저 고기는 캐나다에서 태어난 살다가 어느 날 분리되어 배를 타고 부산항으로 왔다. 그리고 냉동차에 실려서 수원까지 왔다. 어느 날 백화점 주방직원에게 찜 되어 일주일동안 매장 전시대에서 놀았다. 이곳저곳에서 온 다양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번쩍 몸이 들여지더니 카트에 실리고 이어서 계산대에서 바코드를 찍히고 나서 이곳 냉장고에서 잠을 자고 깨고 하기를 일주일이 넘었다.

음료수도 그렇고 다른 재료 소스도 조미료도 모두가 아주 먼곳에서 출발하여 이리저리 돌다가 이곳에 모여 새로운 친구 100여명과 살고 있다.

 

사실 냉장고는 거대한 집단이다. 인종도 다양하고 그 개체수도 많다. 우선 냉동새우가 한 30마리 산다. 소고기는 대충 3근정도 콩 3000개, 팥 600개, 밤 900개 정도가 산다. 안동 간고등어는 지금 15마리 정도이고 오징어가 3마리다.

풀도 많다. 시금치가 15뿌리, 무우 2개, 실고구마는 베란다에 사는데 모두 합치면 90개 정도다. 이외에도 많은 가족이 살고 있는 냉장고는 분점을 두고 있다.

1호 냉장고는 옛날 모델이어서 숙성된 간장, 된장, 간장의 집이다. 2호 냉장고는 김치냉장고다. 여기에는 김장김치와 마른오징어가 산다. 3호 냉장고는 하루에 20번정도 여닫는 가장 바쁜 방이다.

여기에 매일매일 가족을 먹여 살리는 재료들이 드나들고 있다. 냉장고는 비워야 한다고 배웠다. 그래야 냉매가 잘 돌고 필요한 온도로 냉동 냉장이 잘 된다고 한다. 냉장은 특히 중요하다. 무조건 영하로 보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하 5도, 영도, 영상 5도 등 다양한 온도에서 그 식재료에 맞게 보관하고 적당한 기간 안에 소비해야 하는 것이다. 정말로 소중한 냉장고를 우리는 늘 잘 관리하고 그속의 재고를 머리속에 넣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때로는 과감히 버리는 것이 새로운 것을 얻는 일인지도 모른다. 정말로 버리는 데서 좋은 글이 나오고 나를 버릴 때 이웃과 화합하고 사회에서 좋은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냉장고, 냉장고는 중요하다. 하지만 냉장고를 과신하는 것도 안 된다. 냉동은 조금은 오래 가지만 냉장은 그 기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냉장고를 과신하면 안 되고 냉장고를 바르게 이용해야 한다.

 

냉장고를 열었을 때 비닐 벽면이 나오면 안된다. 특히 냉동실은 비닐과의 전쟁이다. 오징어를 손질해서 비닐에 담아 냉동에 넣으면 그것이 완벽이라 생각하면 안된다. 냉장고와 함께 살되 냉동식품은 평생의 파트너가 아니라 한 달내에 내보낼 요리의 선수들이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