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에 대한 상상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대한민국의 큰 언론사의 월간지에 일부가 실린 글입니다. 당사의 상상이 서울 강남~화성동탄 구간에서 실현, 시연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시에 써냈던 원고를 정리하여 여기에 올려 둡니다.

 

경기도청은 수원 팔달산에 있습니다. 하지만 경기도청 공무원들이 근무하는 청사는 보통 생각하시는 것보다 많습니다. 우선 소방공무원들은 도청직원입니다.

 

 

의정부에 경기도 제2청사가 있습니다. 제2청이 아니고 청사(廳舍)입니다. 즉 경기도청의 조직 중 가족여성정책실, 기획행정실, 경제농정국, 문화복지국, 도시환경국, 교통도로국, 제2소방재난본부 사무실이 의정부에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팔당수질개선본부는 팔당호 주변에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광주시 남종면 분원리입니다. 조선시대 도자기를 굽던 분원리 말입니다. 풍성한 나무가 우거진 축령산 휴양림 관리소, 물향기수목원 등 많은 기관이 도내 여러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제2청 의정부 청사에 근무하는 간부들이 회의에 참석하거나 의회에 나가 도정을 설명하려 하면 아침에 사무실로 출근했다가 다시 버스를 타거나 승용차를 이용해 1청사인 수원으로 와야 합니다. 참 번거로운 일이지요. 물론 영상회의시스템을 활용하기도 하지만 대면하는 회의가 효율적이고 의미전달이 정확한 법이지요.

이 상황을 본 것은 4년전 일입니다. 그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의정부 2청사와 수원시 1청사를 연결하는 지하통로를 파자. 지금 1.2m 정도의 흄관 형태의 통로를 설치하고 캡슐형 둥근 통에 사람을 태운 후 고속으로 밀어 보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이 생각은 서울대학병원에서 본 문서수발 장치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러면 2청 간부들이 “자 회의 갑시다.”하고는 캡슐 장치에 들어가고 쌩하고 한 10분만에 1청 수원에 도착하는 것입니다. 의정부-수원간은 80km쯤 됩니다. 그리고 회의가 끝나면 다시 2청 의정부로 쌩하고 달려가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해본지 한 3년정도 지났을때 경기도에서 GTX발표가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대심도라 해서 지하 깊은 곳으로 터널을 뚫고 기차를 다니게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저기서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언제부터인가 서서히 인정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에는 서울특별시에서도 도심을 가로지르는 지하도로를 건설하겠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서울은 서울입니다. 가평군보다 작은 면적이고 그렇게 빠른 지하도로를 이용할 사람은 적어 보입니다.

반면 동탄에서 강남으로 GTX가 연결된다면 서울 과밀도 줄이고 동탄의 쾌적한 주거환경의 가치가 더더욱 커질 것입니다. 서울로 출근하는 회사원과 동탄에서 직장을 다니는 친구와 오늘저녁에 식사를 하기로 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강남에서 GTX를 타고 출발하면서 서울 직장을 다니는 친구가 동탄 친구에게 전화를 합니다.

‘나 지금 출발한다.’

그러면 동탄 친구가 말합니다.

‘지금 삼겹살 올린다. 금방 와라 친구야!’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20분이면 강남 직장에 다니는 친구가 동탄의 삼겹살집 문고리를 잡는 것입니다. 통탄 친구들은 이제 소주 2잔씩 마신 정도이고 삼겹살은 노릇노릇 익어갑니다.

장기이식을 위해 헬기를 동원하기도 하는데, 마침 GTX로 연결되는 위치에 환자와 기증자가 있다면 어떨까요? 이것도 됩니다. 헬기는 내리는 곳이 만만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GTX는 저렴합니다. 토지보상비가 적게 든다고 합니다. 驛舍(역사)가 설치되는 곳의 토지 일부를 보상하면 끝입니다. 법에 보면 땅속 깊은 곳은 내 땅이 아니랍니다. 하긴 우리 집 하늘위로 비행기가 다니지만 통행료를 내지 않더군요.

서울 지하철 공사장에서 20여년 전에 있었다는 소설 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주민들이 지하철 공사장에 와서 우리 집, 내 땅 아래를 파고 들어갔으니 보상을 해달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하철 공사장 공무원이 답했습니다.

‘보상을 위해서는 이 땅속에 지하철이 지나간다는 공고를 크게 해야 합니다. 신문에 방송에 크게 알려야 합니다. 그러면 땅값이 크게 내일 것인데요.’ 이 말을 듣고 주민들은 곧바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땅속까지 땅주인이 아니라는 법과 조례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GTX동력이 전기라면 공해는 거의 없겠군요. 화석연료를 쓰면 연기, 가스, 분진 등이 발생할 것이지만 전기는 공해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전기는 가스나 기름처럼 누설될 염려가 없습니다. 아마도 에너지중 전기가 가장 안전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GTX는 건설공사 중에 불편을 주지 않습니다. 땅속으로 기계가 파 나가는 것이니 말입니다. 우리나라의 터널 기술은 세계적이지요. 소리없이 꾸준하게 파나가는 것입니다. 땅강아지가 흙을 파내듯이 앞에서 파고 뒤로 밀어내면서 골조를 설치하면 터널은 완성되고 그 바닥에 철길을 깔면 됩니다.

혹시 자기부상열차를 생각해 보였는지요. 공중에 떠 있는 상태에서 이동하는 것이지요. 우선 마찰이 없고 소음도 적을 것입니다. 쾌적한 승차감은 마치 고급비행기처럼 편안 할까요.

제 생각으로는 GTX 역사는 지상이나 주상복합건물의 3-4층에 설치하면 좋겠습니다. 영화나 만화에 나오는 미래도시는 공중에 떠다니는 열차처럼 말입니다.

 

지하에서 시속 300㎞로 달려 와서는 서서히 지상으로 올라와 역사에 도착하면 승객들이 내려서 곧바로 상가나 건물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지상에서 손님을 태우고 엘리베이터로 열차를 내려 지하에서 출발하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GTX에 비치할 책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단편집이나 시집이 적당하겠습니다. 소설은 안되겠습니다. 승차시간에 맞춘 간단한 읽을꺼리가 필요할 것입니다. 승무원은 말을 빨리하는 사람으로 뽑아야 합니다. 느릿한 말로는 기차의 스피드를 당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GTX를 이용하는 티켓은 핸드폰에 칩을 내장해야 할 것입니다. IT기술을 최대한 활용하여 카드로 결재하면 핸드폰에 표가 들어오고 핸드폰을 주머니나 핸드백에 넣고 타거나 내리면 센서가 표를 감지해서 좌석을 안내해 주고 내릴 때 표 검사를 대신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GTX가 경기도의 연구와 열정으로 건설된 것임을 한 3년동안 친밀하게 홍보하는 방안도 미리 강구해 두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 GTX가 개통될 즈음이면 경기도 1청사는 광교로 이사를 갈 것인데요 혹시 동탄에서 강남가는 GTX 길에 광교역사가 있는지요. 모든 열차보고 다 섯다 가라 하지는 않겠습니다. 가끔 잠깐 도청 손님을 내려주고 가면 좋겠습니다.

세계속의 경기도의 1청사가 있는 곳이기 때문에 하는 말입니다. 1990년경 의왕-과천 유료고속도로는 지방자치단체가 건설한 1호 고속도로입니다. 그 후 이 도로를 연계한 더 큰 도로들이 건설되어 교통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동탄~강남간 GTX길은 앞으로 더 큰 교통수단으로 발전할 것이고 그때를 대비하여 광교의 도청 청사부근에 GTX 역사를 건립해야 합니다. 이제 경기도의 GTX는 동탄-광교를 거쳐 평양으로, 중국으로, 소련을 지나 독일, 파리, 도버해협을 지나 런던까지 달려야 합니다.

 

프랑스의 유명패션 시제품은 비행기가 아닌 경기도의 GTX를 타고 한반도로 들어오고 서울과 경기도와 전국에 퍼져나갈 것입니다. 그래서 GTX가 필요합니다. 앞으로는 5가지 이상 GTX가 필요한 이유를 경기도민 모두가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수원 광교산은 시민들이 많이 오르는 등산하기에 참 좋은 산입니다. 오르고 내림이 자주 나타나고 산 정상만을 수시간 걸어갈 정도로 넓은 자리를 차지한 이름 그대로 光敎山(광교산)입니다.

그런데 전문가의 말씀을 들어보니 등산은 올라갈 때 근육의 운동효과가 있고 내려오는 길은 관절과 연골에 고통을 주니 조심하라 합니다. 산은 오르면 내려와야 하는 법인데 이를 풀어볼 생각을 했습니다.

 

광교산에 하산통로를 만들자는 제안을 드립니다. 지금 통신대 부근, 형제봉 인근에 대형 미끄럼틀을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1인당 2,000원을 받고 태워주시면 좋겠습니다. 배낭과 등산스틱을 안전하게 잡은 후 슝~하고 미끄러지면 됩니다. 대략 3분이면 산기슭에 당도할 것입니다.

걸어서 등산을 하였으니 건강에 좋고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왔으니 관절과 연골에게 미안함이 적습니다. 오히려 고맙다는 인사를 받을 상황입니다. 그런데 걱정은 환경단체의 반대입니다. 광교산 자락에 최소 3개의 하산 미끄럼틀을 만든다 하면 크게 반대할 것입니다. 의왕, 성남 방향으로도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이 들어오면 더 큰 일이라면서 야단법석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먼저 걱정을 합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