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보

정겸

정갈한 사진마다 웃음꽃 활짝 피었다

안개 속에 감추어진 희망의 노래

지난번 선거에서는 주인님이 원하신다면

달도 별도 따다 준다 했다

이번에는 태양까지 따다 준다고

번호 밑에 붉은 도장을 꾹꾹 눌러 써 놓았다

 

파랑꽃 빨강꽃 노랑꽃 보라꽃

연분홍꽃 만화방창이다

꿀벌과 나비는 보이질 않는다

지나가던 중학생들이 한참을

쳐다 보다 키득거리며 웃는다

 

궁금해서 왜 웃냐고 물었다

저 사람들 당선되면 겁나요

그리고는 저희들끼리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잽을 날리며 주먹질과 욕을 하는 퍼포먼스 한창이다

 

나도 물끄러미 바라본다

답이 없는 세상 이제 지구의 수명은 다 되었다

다시 백아기 쥬라기시대가 그리워진다.

 

 


정겸 시인

경기 화성출생(본명 정승렬), 경희대학교 대학원 사회복지학전공

격월간 시사사로 등단. 시집 『푸른경전』, 『공무원』, 『궁평항』

공무원문예대전 시부문, 시조부문 행정안전부장관상수상.

현재 경기시인협회 이사와 칼럼니스트로 활동.


 

-시작메모-

제22대 국회의원을 뽑는 4.10 총선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후보들은 앞 다투어 선심성 공약과 온 국민의 머슴이라며 한 표를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우리나라 통치구조상 국회는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의원들이 모여 국민들로부터 위임된 권한을 수행하는 유일한 입법기관이다. 국정을 감시하고 비판하며 예산을 심의하고 의결하도록 헌법에서 막중한 임무를 부여했다. 그럼에도 국민의 안녕은 등한시 한 채, 당리당략에 의해 오직 당파의 이익과 자신들의 보신을 위해 서로 헐뜯는 것도 모자라 거친 말싸움을 주고받는 등 저급한 정쟁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 민생과는 상관이 없는 작은 언행의 실수를 빌미삼아 물고 뜯으며 물 타기 한다. 이 시에서도 나타났듯이 선거 벽보를 바라보는 중학생들도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잽을 날리며 주먹질과 욕을 하는 퍼포먼스로 국회의원들을 비하시키고 있다. 한편 이런 모습을 보는 어른들도 창피하다. 이번 선거에서 뽑힌 선량들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고 대변하는 국회의원들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정겸(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