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새벽을 여는 사람들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 이 새벽의 사람들

이른 아침 새벽에 일어나 다양한 일에 종사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고맙게도 이 시각에 부처님 앞에 108번, 3번 절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드립니다. 머리를 조아리고 깊은 숨을 몰아 쉬면서 무거운 마음으로 절을 합니다.

 

나무서가모니불(南無釋迦牟尼佛)

나무서가모니불(南無釋迦牟尼佛)

나무 시아본사(南無 是我本師) 서가모니불(釋迦牟尼佛)

서가모니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서가모니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우리들의 본사 서가모니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매일 아침 절을 올리는 중생이 흔하지 않을 것인 줄 알기에 더더욱 감사드립니다.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평온하게 절할 수 있게 加被(가피)를 내려주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연말까지 이어간다면 5년을 기록합니다. 1년도 긴 세월이고 5년은 더더욱 깊은 시간의 흐름입니다.

절을 하면서 왼발과 오른쪽 발등을 머리속에 그리면서 몸은 그대로 영혼이 시키는대로 움직이고 있음을 알겠습니다. 몸은 내가 근육으로 움직이는 듯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영혼이 근육을 운동시키는 것 같습니다.

 

절을 해야 한다는 의지는 다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출발한다는 말입니다. 몸은 그저 시키는 일을 합니다. 하지만 번뇌는 머릿속에서 혼란스럽게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절하기를 하는 것에 대한 저항이 있습니다. 몸은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움직임을 지휘받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지시를 맹종하지는 않습니다. 反應(반응)을 하기도 하고 더러는 反抗(반항)합니다.

오늘 아침에 만난 話頭(화두)는 꼭 절을 해야만 하는가 하는 번뇌입니다. 절을 한하고 그냥 편안히 누워서 잠을 청하거나 쉽게 생각하고 그냥 대충 살자는 생각을 하는 검은 색 옷을 입은 번뇌의 모습이 보입니다.

 

하지만 흰 방석위에 땀을 흘리며 절을 하면 행복함을 느낄 것이라는 긍정의 하얀 옷을 입은 번뇌가 나타나서 검은 옷을 밀쳐내고 있습니다. 두 색상의 번뇌가 어느 날에는 10분이상 치열한 싸움을 벌이다가 결국에는 합의하기를 무릎을 꿇고 5분은 기다려보자고 합니다.

그리하여 두 무릎은 1분을 채우지 못하고 발목과 무릎이 아프다는 신호를 보내고 결국 한쪽이 양보하여 절하기를 시작합니다. 관절이 아픈 것보다는 근육이 움직여 땀이 나는 것이 오히려 편하겠다는 두 세력간의 합의에 이른 결과입니다.

 

고정된 자세로 관절에 아픔을 주기보다는 일어서고 앉기를 반복하면서 절을 하면 근육들이 고르게 조금씩 움직이면서 관절도 편안하고 근육도 개운하며 몸 전체가 평온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정말로 90배에 이르면 이마에서 땀이 흘러 머릿속을 거쳐서 목으로 지나가면서 시원한 기분을 줍니다. 이미 매해 여름마다 땀이 나면 온몸의 혈류가 느껴지고 내 다리 속에 뼈가 있음을 알게되는 경험을 반복해 왔던 바입니다.

 

더위에 땀 흘리는 것은 체온을 조절하기 위한 인체의 기본적인 생존책이고 운동해서 흐르는 땀은 개운함을 주는 엔돌핀의 작동을 알리는 일입니다.

오늘 아침 절하기는 땀이었습니다. 이마에 흐르는 땀이 목줄기를 타고 내려가면서 오늘 치열한 번뇌를 넘어선 절하기의 행복함을 느끼게 합니다. 사실 어느 날에는 절하기 후기를 적어보면 열 줄이 힘든데 절하기가 제대로 먹혀주는 날은 20줄을 쓰고도 할 말이 남아서 계속 주절대기도 합니다. 이제 밸런스의 진폭이 커지는 나이인가 생각합니다.

 

아침 저녁으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는 말이 있습니다. 성질머리가 죽 끓듯 한다고도 합니다. 청년시절에는 그 혈기가 왕성하느 늘 텐션을 유지합니다만 나이 들어가면서 그 긴장성과 긴박함이 가을날 기온의 日較差(일교차)처럼, 주식시장의 騰落(등락)폭처럼 변화가 심해집니다.

사실 20~30대에는 그냥 첫 글자를 써놓고 거기에 맞춰서 일기를 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글을 쓰고자 하는 마음을 먹고 키보드를 잡고 있어도 도무지 글이 떠오르지 않아서 안타까워하는 날이 늘었습니다.

 

100세의 김형석 교수님이 조선일보에 100세 일기를 쓰십니다. 참으로 대단한 열정입니다. 그 힘은 아마도 규칙적인 생활과 긍정의 마인드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

최근 활동이 보이지 않았던 이어령 교수님이 방송 인터뷰에 나오셔서 참으로 반가웠습니다. 정치권에 노 政治人(정치인)은 많은데 元老(원로)가 없다고 합니다. 역사에서도 원로가 젊은이를 이끌어야 하는데 중장년이 세상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어제 10회로 종영한 보좌관이라는 드라마는 현 정치상황을 치열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한분이 중간에 자살하더니 마지막회에서는 동료 보좌관의 보궐선거 출마를 보면서 그의 친구가 자살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참으로 세상을 보는 눈이 각자 각자입니다. 누구는 현실을 타올라 정치에 나서고 기성 정치인을 돌려세울 수 있는 엄청난 不正腐敗(부정부패)의 자료를 버리고 사라져주는 상황도 있더라는 것을 드라마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혹시 최근의 정치상황인가 할 정도의 느낌이 있지만 방송의 자막으로 어느 정당, 정치인 등과는 무관하다고 원하지도 않는 알림을 게시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월요일, 새롭게 할 일을 만들고 찾아서 추진하고자 합니다. 서프라이즈 프로그램을 보니 월남전, 워터게이트사건, 실업 등으로 어려웠던 시절에 미국에서는 애완용 돌을 판매해서 수백억원을 벌었다는 일화가 나옵니다.

실제로 200명 직원이 근무하는 회사에서 동그란 돌을 포장해서 판매를 했습니다. 그리고 애완돌 훈련법에 보면 받는 즉시 신문지에 올려놓은 돌에게 손, 발, 앉으라 외쳤을 때 아무런 반응이 없다면 정상이라 했습니다.

 

아울러 이 애완용 돌은 비탈진 곳에서 아래로 굴려보내면 말을 잘 듣지만 평지에서는 훈련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서 내용도 소개했습니다. 우리가 당연시하는 현실의 원리에 대해 한번 뒤집어 생각하게 하는 일입니다.

명품 가방보다는 에코가방이 물건을 넣고 꺼내기에 더 편리하다는 사실을 아는 분이 적을 것입니다. 하지만 비싼 가방은 손잡이를 잡고 열어야 물건을 꺼낼 수 있는데 에코가방은 즉시 주머니안에서 원하는 물건을 꺼내고 물건이 없으면 접어서 주머니에 넣을 수 있습니다.

 

 

오늘 아침 이런저런 생각을 바탕으로 새롭게 시작하고자 합니다. 지난 토, 일요일은 푹 쉬었으니 오늘 월요일에는 아침 8시반부터 열심히 일하고 12시에 점심먹고 2시부터 다시 업무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가택연금 시절에 안방에서 넥타이 매고 옆방 서재로 출근하여 독서를 하시고 다시 점심에 식탁으로 이동하여 식사를 하고 1시에 서재로 출근했다는 이야기에 공감합니다.

 

이 새벽에 버스를 움직이고 전철을 운전하고 신문을 배달하는 이들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밤새 화재를 감시하고 국경을 수비하고 순찰 돌면서 우리를 지켜준 군인, 소방관, 경찰관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우리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도 밤새 전기와 가스, 수도를 관리하신 경비원들이 함께하셨습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