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중이라는 의미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어린시절 아버지 슬하에서 들은 이야기가 있다. 부재중이라는 말인데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달리 들리는 말이라고 했다.

 

 

이야기는 어느 시골에서 돈을 빌린 아버지와 그 아들이 함께 있는데 돈을 빌려준 사람이 오는 것이다. 돈을 갚기 싫었던 아버지는 급히 다락으로 숨으면서 아들에게 말했다.

저 아저씨가 와서 아버지를 찾거든 “부재중”이라고 말해라. 잠시후 도착한 전주(錢主)는 아이만 있으므로 지나가는 말로 물었다. 아버지는 어디에 가셨느냐? 네, 아버지는 부재중이십니다.

돈 받을 사람이 집에 없다고 생각한 전주는 그냥 돌아가려다가 어린아이가 문자를 쓰는 것이 대견하여 또다시 지나가는 말로 물었다.

 

“너는 부재중이라는 말의 의미를 아느냐?”

“네, 압니다. 부재중이라는 말은 아버지가 빚쟁이를 피해서 다락장에 숨었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소년의 아버지는 다락장에서 내려와 아들앞에서 큰 망신을 당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눈다. 말로 대화를 하고 글로 말하며 손으로 의사를 소통한다. 영어로 “바디랭기쥐”라는 말이 있듯이 몸으로도 말을 한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이 상대편에게 한 의사표현이 100% 전달되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 전달되는 비율은 높지 않은 것 같다. 따라서 자신의 의사표현을 정확히 하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계발해야 한다.

인간이 정보를 받아들이는 5개 기관이 있는데 미각 2%, 후각 3%, 촉각 15%, 청각 20%, 시각 60%를 차지한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는 시각적인 전달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라디오도 쳐다보면 더 잘 들린다는 농담도 있듯이 시각적인 효과는 크다. 상대편을 바로 보면서 말하고 듣는 이도 말하는 이를 보아야 의사표현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이 같은 물리적인 의사 전달력은 물론 때로는 이야기하는 상황에 따라 이해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점심을 어떻게 드시겠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숟가락으로 먹겠다는 답변이 나올 수도 있다. 묻는 이는 아마도 무슨 음식을 먹고자 하는지를 물었을 것이다.

 

다방에 가면서 커피 마시러 가자고 해서 반드시 커피를 주문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차를 주문해도 되는 일이다. 따라서 의사표현 방법에는 오랜 관행이나 그들만의 은어가 있는 것이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의사소통에 착오가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대화는 눈높이가 맞아야 한다. 부재중이라는 말의 의미는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지금 상황이 빚쟁이를 피해 숨는다는 사실을 이야기 해야 했다.

 

아들이 이 정도로 이야기하면 충분히 상황을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하였겠지만 눈높이가 맞지 않았다.

부재중의 의미를 그렇게 소상하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아들이었다면 차라리 빚쟁이를 만나 사정을 해보거나 일부라도 갚았어야 옳았을 것이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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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