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공선사 전철카드

이강석 전 남양주시부시장

1958년생으로서 65세가 되는 2023년 생일 다음날부터 지하철 무료카드를 받게 된다. 그런데 주변에서 일부 선배들은 그 카드를 '노인인정카드'라면서 거부한다는 말을 한다. 나이를 먹은 것은 본인의 잘못이 아니고 국가나 사회가 잘못한 일이 아니고 정치인이 제대로 정치하지 못해서 국민들이 나이를 먹는 것은 아니다.

 

철학적으로 생각해보면 지구탓이다. 지구가 태양을 돌면서 사계절을 연출하다보니 1년이 지나고 10년이 흘러서 청년들의 머리에 흰눈이 내리고 얼굴에는 사막같은 주름을 일으켜서 노년으로 이끌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말했다. 선배의 잘못없이 나이를 먹은 것이고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나이든 것이 불편할 이유가 없다. 그러니 받아들이고 '지공선사' 신분증을 받으시라 권한다. 지공선사란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나이든 분을 줄어여 칭하는 말이다. 몇몇분들이 불편해 하시므로 지하철 공짜를 전철무료로 호칭해 본다.

 

청년시절, 장년시절을 거치면서 88올림픽 때 꽃길을 가꾸고 IMF때에는 금 서너돈 국가와 국민을 위해 바친 이들에 대해 지하철은 무료로 타시라고 만든 제도다. 그러니 가슴에 달고다닐 훈장까지는 아니어도 나이들어 국가에서 내려주는 지공선사 전철카드를 흔쾌히 수령하시기 바란다.

 

 

공직 초기에 선배 공직자께서 훈장을 거부하신 사안이 있었다. 당시로선 사건이었다. 그리하여 긴 세월 1984년부터 1999년까지 15년, 8급에서 5급 중참에 이르기까지 이삿짐 1호로 선배님의 훈장을 관리했던 바이다. 훈장받기를 거부하신 이유는 여기서 말할 바는 아니고, 당사자 선배님은 법령을 찾아보셨다. 수훈자가 훈장을 국가에 반납하는 제도가 있는가, 규정이 있는가 법령을 며칠동안 연찬하셨지만 적당한 조문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선배님은 당시에는 당연스레 받아들인 퇴임식도 마다하시고 짐을 챙겨 40년 공직을 마감하시고 농촌에서 목장일을 하셨다.

 

세월이 흘러 선배님의 따님이 공무원이 되었고 공직을 파악하면서 아버지에게 훈장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되었고 그 훈장을 누군가가 보관 중이라는 전언을 들었다. 연락을 받고 만나기로 하고 집에 모셔둔 훈장과 염보현 경기도지사님의 이임자에 대한 시계와 관련 물품을 가져와서 따님에게 전했다. 이후 따님이 아버지께 훈장을 보여드렸는지, 혼자서 보관중인가는 알 길이 없다.

 

훈장은 본인에 대한 명예일뿐 다른 혜택은 없다고 들었다. 혹자는 경찰서에서 조서를 쓸 때 훈장이 있다고 하면 조금 너그럽게 해준다는 이야기 있다. 하지만 모든 경찰관과 검사가 훈장의 의미를 가슴에 새기는 바도 아니니 그냥 쉽게 하는 시정의 이야기 정도로 치부해 두자. 하지만 훈장만큼은 아니어도 오히려 하루 수천원을 세이브할 수 있는 지공선사카드를 마다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해 본다.

 

훈장은 일방적으로 국가가 헌법에 의해 주는 명예이다. 헌법 제80조에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훈장 기타의 영전을 수여한다고 규정했다. 공무원으로서 일정기간 일한 공로로 주어지는 훈장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점을 앞에서 확인했지만, 지공선사 교통무료 카드는 거부는 아니고 신청하지 않으면 발급되지 않는다. 발급을 받고서도 쓰지 않는 분이 있다.

 

국가가 제공하는 무료교통서비스가 미안해서 카드를 지하철 플랫홈 앞에서 꺼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나이 든 것을 남에게 보이기 싫어서 돈이 나가는 신용카드를 쓴다고 했다. 이 지공선사카드를 찍으면 노인임을 알리는 음향이 나온다 들었다. 손자손녀들이 할아버지 할머니의 지공선사 카드를 쓰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이제 이글의 본심이 나온다. 평범한 디자인, 일반적인 색상으로 교통카드를 만들고 이를 쓰는 경우에 65세가 넘었음을 알리는 음향을 없애면 된다. 손자손녀가 이 카드를 쓰는 문제는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제도를 개선한다면 시내버스 하차시에 두번째 테그시에 나오는 "이미 처리되었습니다"를 "하차입니다"로 몇번이고 반복되도록 개선해 주기를 청한다.

 

어르신들은 이른바 노파심에 한 번 더 태그를 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 것 같다. 그때의 메시지는 다소 신경질적인 느낌이 드는 것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똑같은 기계음이지만 다소 짜증스럽게 말하는 것인가 할 정도이다.

 

흔하지 않은 훈장반납 시도는 따님이 받아갔으니 잘 된 일이고 자주 발생하는 교통카드 미발급이나 발급받고도 사용하지 않는 세태를 국가가 고민해서 좋은 방안을 제시해 주기를 바란다. 연말이 되면 바로 다음날에 지공선사 카드를 발급받으러 갈 마음에 기분이 들뜬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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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