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뒤늦은 반성

이강석 전 남양주시부시장

공무원으로 청년과 장년시대를 보낸 후 정년퇴직하고 나서 그동안 공무원으로서 최선을 다했는가, 진심으로 열심히 일하였나를 돌아보았습니다.

 

나름 바쁘다는 생각을 가지고 일한 것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는데, 공직자로서 도민에게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당시 과천청사에 있는 기재부 사무실에 가서 이틀 이상 투쟁을 한 기억은 없습니다.

 

2000년 전후에 비수도권 기초자치단체장의 법인카드를 들고 상경한 공무원 열사들이 기재부와 중앙부처의 사무관을 만나기 위해 청사에서 장사진을 치고 있다는 풍문을 들었습니다.

 

이른바 비수도권 지방의 시청과 군청의 공무원들이 당시에 서울 광화문과 과천 정부청사에 몰려있는, 예산을 쥐고 있던 중앙부처를 방문하여 투쟁적으로 예산을 따냈다고 합니다.

 

예산확보는 높은 나뭇가지에 매달린 과실을 따오는 모습을 연상하게 합니다. 지난날 호남, 영남, 충청, 강원도 공무원들은 4박5일치 짐을 미리 챙겨서 서울로 과천으로 올라왔답니다. 요즘에는 지방공무원들이 세종시로 출장을 가고 있습니다.

 

열정적인 공무원들은 아침과 오후에 현장으로 달려가서 중앙의 귀하신 국가 공무원에게 가난하고 인구가 줄어가는 군민 3만 규모의 기초자치단체를 살려달라며 건평 300평짜리, 대지 3,000평짜리 전통 한옥, 근대식 문화회관, 국악수련원 예산확보 전쟁을 벌였습니다.

 

동시에 이 지역 국회의원들은 여의도에서 쪽지예산으로 고향동네 군청과 자신의 지역구가 있는 시청의 재정을 보탠다는 이야기는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언론에서 대형기사, 신문짝만한 "쪽지예산"에 기사를 쓰고 있지만, 결국 이 기사는 고향을 위해 노력하는 국회의원을 홍보하는 결과에 이르고 있습니다.

 

중앙부처 공직자로 근무하면서 고향마을 예산을 많이 확보하고 다양한 노력을 하신 이가 퇴직하여 단체장이 되고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줄 압니다. 이에 비해 경기도내에는 중앙, 지방 공무원 출신 의원, 단체장, 국회의원이 타 지역에 비해 적을 것이라는 추측도 해 봅니다.

 

그리고 지방여행을 하다보면 자주 '공무원 직업병'이 도지곤 합니다. 최근에 깔끔하게 개설하여 검정색 아스팔트위에 노랑색 두 줄 중앙선을 긋고 흰색 차선 3줄이 선명한 '신작로' 대로를 나 홀로 달리며 독백을 합니다. ‘국회의원이 여의도에서 한밤중에 예산 끼워 넣어서 이 도로를 건설하였는데 이 길을 달리는 사람은 우리 부부뿐이네.’ ‘목조건물을 이 산속에 이처럼 멋지게 지어서 전통수련관, 사료전시관을 지었는데 관람하는 사람은 10명이 안 되네.’

 

그래도 도로는 낮이나 밤이나 지역사람, 타지역 국민들이 차타고 지나가는 용처가 있기는 합니다만, 저 거창한 건물은 드넓은 부지를 깔고 앉아서 1년 동안 하는 일은 군수님과 지역 유지들이 모여서 군단위 행사 한번 하고 동원된 주민들과 함께 전시회 몇 번 여는 것이 전부일 것이라는 가정을 해봅니다. 하지만 정부의 교부세를 받아서 매년 유지관리비 예산을 편성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민간에서, 기업에서 많이 채택하고 있는 ‘공유공간’ 개념을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적극 활용해 주기를 바랍니다. 공설운동장은 주차장도 충분히 확보하고 있으니, 요즘처럼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개인차를 타고 오는 추세에서 공적인 회의나 교육의 장소로 제공하면 낮은 효율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지인이 늘 걱정하는 미용업, 요식업 등 위생관련 종사자와 사장님을 위한 공적 교육의 장소로 제공하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문화관련 시설에서도 이 같은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에서 배려한다면 민간단체의 회의실 임차비용을 줄여주는 1석2조, 3조의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공직자로서 중앙정부 예산을 따오지 못한 부분을 반성한다고 말해놓고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잔치만 비판하고 말았습니다. 그런 생각의 가운데에서 국가예산을 얻어내서 우리지역에 집행하는 노력이 미미했던 지난날 공직자로서의 노력을 크게 반성하고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그래도 6급 공무원 때 과천청사 기획예산처로 경기도청 예산계장님 세분을 모시고 ‘예산로비’하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신호위반으로 범칙금 독박을 쓴, 쓰디쓴 추억은 마음에 작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가을 어느 날 양주시 오봉산 石窟庵(석굴암, 주지 오봉도일스님) 산상 무대에서 만난 가수들은 TV에서도 가끔 노래하는 모습을 본 분들입니다만, 최선을 다해 관객들과 호흡을 합니다. 덤블링 쿠션을 노래 흥 돋우는데 활용하고 칼군무로 관객을 압도하고 호쾌하게 장구를 치면서 노래하는 가수들의 열정을 보면서 또 한번 크게 반성하였습니다.

 

퇴직공무원으로서 현역시절에 저들 가수만한 열정으로 일했나 반성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주어진 작은 일에서 열과 성을 다해서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야 하겠다는 다짐을 하였습니다. 현직에서 다하지 못한 역할을 이제라도 조금 보충해야 하겠습니다.

 

열심히 일하지 않은 것을 반성하고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저의 반성하는 마음을 언론기고와 공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강연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후배 공직자들에게 간절하게 전해야 하겠습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