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나 가정에서나 금고는 그 존재로만으로도 큰 의미를 갖습니다. 금고 안에는 귀중품이 들어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금고속에는 귀금속이나 금전, 채권 등이 들어있으므로 금고라 하는 것입니다. 사무실 금고에는 중요한 계약서나 소중한 자료 등이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팔탄면사무소에 근무하면서 회계담당을 하게 되었는데 아주 오래된 금고가 하나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궁금하였는데 어느 날 총무계장님께서 수첩 안쪽에 글씨를 보시면서 금고를 열어서 서류를 꺼내십니다.
그리고 두달 정도 지나자 회계담당인 저에게도 그 금고 다이얼 번호를 알려주시면서 서류를 꺼내라 하시고 다시 넣으라 하십니다.
어느 토요일 오후에 시간이 나기에 금고속을 상세히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문을 열고 서류와 내용물을 살펴보니 오늘날 이해하는 비밀문서, 을지연습 문서 등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오래전 폐기된 직인함, 기타 고무인 등이 있습니다. 내용물 확인이 끝나고 나서 금고의 내부시설을 살펴보았습니다. 사람이 만든 것이니 인간의 머리로 이해될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일본제 금고인 것 같습니다. 우선 다이얼이나 손잡이가 금색입니다. 바닥과 외벽에는 많이 녹슨 부분이 있지만 내부는 튼튼해 보입니다. 두꺼운 금고 사이에는 모래가 차있는듯 부식된 틈새로 실모래가 흘러내립니다.
그리고 다이얼에 일본어가 적혀 있습니다. 目力人視(목력인시)입니다. 그래서 네 개의 글자를 나만 아는 다른 다이얼로 바꿔보았습니다.
어느 날 계장님께서 금고앞에서 쩔쩔매십니다. 돋보기를 쓰시고 수첩을 열어 보시고 다시 다이얼을 맞추십니다.
“아!!! 계장님, 제가 번호를 바꿔보았습니다.”
“ 죄송합니다. 지난주에 번호를 바꿨습니다.”
“그러냐! 그럼 열어 보아라.”
즉시 열어드렸습니다. 이후부터 계장님께서는 금고문지기 담당자를 저로 지정하셨습니다. 필요하면 열라 하시고 업무를 마치신 비문을 주시면서 넣으라 하십니다.
팔탄면사무소를 떠나면서 이 금고 번호를 인계한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물론 인계하였을 것입니다. 만약에 번호를 모른다면 아주 오래전에 금고는 폐기되었거나 금고가계에서 강제로 열어 문서를 꺼냈을 것입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열쇠같은 사람, 입안의 혀와 같은 인물이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정말로 꼭 필요한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금고번호를 혼자만 관리하는 것은 위험이 따릅니다. 요즘의 금고는 지식과 정보로 봅니다. 금전은 은행에 들어있고 보석은 은행 개인금고에 넣어두니 말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공유해야 하는 지식재산, 즉 금고는 공유함으로서 그 가치를 더합니다. 공유하지 못하는 지식은 쇠퇴합니다.
함께 하는 집단지성을 바탕으로 복잡한 요즘의 사회의 난제를 함께 풀고 어려움을 타개해 나가야 합니다. 몇 사람의 두뇌로 만들어진 문명이 있습니다만 거기에 보태는 수많은 지성이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오늘은 팔탄면사무소 금고 이야기에서 출발하여 오늘날의 집단지성의 중요성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변의 지혜를 모아서 시너지효과를 높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고자 합니다.
잘난 상사보다는 못나도 공감하는 선배를 원하는 시대이니까요. 잘난 상사는 필요 없습니다. 지식은 인터넷 포털에서 다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