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장을 면하는 정치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요즘 정치잇슈를 보면 우리의 정치가 진일보할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를 하게 합니다. 특정하게 어느 당, 어느분야, 어떤 분을 지목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정치의 중심에 선 분들의 활동반경을 보면서 어떤 변화를 시도하는가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려서는 여당과 야당을 잘 몰랐습니다. 동네 어르신들이 사랑채에 모이면 개헌을 해야한다 했습니다. 1967년경의 이야기입니다. 유신헌법인가 몰라도 어른들이 그 깜깜한 시골동네 사랑방에서 개헌을 말했습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으니 TV도 없고 냉장고를 돌릴 수도 없었던 시절인데 말입니다.

 

 

당시의 소통은 오직 라디오입니다. 새농민이라고 월간지가 들어오면 한권을 가지고 온동네 40집이 돌아가면서 읽었습니다. 표지가 떨어져나가고 내지는 담배말고 딱지접어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반쯤남은 새농민은 이장님집 화장실에 매달려서 매일매일 달력처럼 한장씩 찢겨져 나가기도 했습니다. 가끔은 화장실 바닥에서 습기를 머금어 더욱 선명해진 활자를 자랑하다가 파리새끼 구더기의 먹이가 되기도 했습니다.

 

1981년 새마을교육에서 유명강사는 시골에서 일주일 시간을 내서 화성시 태안읍 기산리 315번지 소재 경기도청 소속기관인 경기도농민교육원에 오신 새마을지도자들에게 과거삶을 설명했습니다. 화장실에 매달린 동아일보, 조선일보, 한국일보를 언급하면서 여러분의 몸에 선명하게 찍혔을 신문의 대형활자를 상상했습니다. 강의준비 오리엔테이션에서 교관님은 화장실 사용법을 설명했습니다. 화장실에 매달린 동그리 화장지는 용변후 사용하고 그대로 화장실에 버리는 것이라 말했습니다. 

 

아마도 시골마을 화장실에는 아직 두루마리 엠보싱 화장지가 매달려있지않고 동아일보, 한국일보, 조선일보를 잘라쓰거나 그 이전의 원시적인 방법으로 처리를 하는 분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1981년 교육장에서는 화장실사용법, 화장지 처리법을 이야기하였던 것입니다. 구내식당에서 교육 첫번 급식을 하였더니 식기를 들고 숙소로 가져가서 식사를 하는 것입니다. 방을 다니면서 구내식당 식탁에서 드시도록 안내한 기억도 있습니다. 

 

그렇게 살았던 시절에도 우리의 정치는 수준이 있고 품격이 있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치가 담당할 분야가 있고 행정이 추진할 업무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어떠한가요. 정치가 행정을 하고 정치가 읍면동 행정을 추진합니다. 가끔은 동장의 정무수준에 미달하는 정치인의 행태를 봅니다. 청문회, 본회의, 상임위에서 도대체 중소기업 주주총회같은 행태를 보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마음이 아픕니다.

 

논문은 읽기에 불편하지만 전문가들의 약속으로 서론, 본론, 결론, 참고문헌이 있고 각주와 미주, 前揭書(전게서), 상계서가 있어 일정한 룰을 지키고 있어서 품격을 유지합니다. 댄스는 보디랭기지로 소통하는 고급스포츠입니다. 골프는 4인의 경기이지만 앞팀 4인, 뒷팀4인과도 시간과 거리를 맞춰가는 운동입니다. 골퍼들은 과거 몰래가는 골프라서 골프라 하지 않고 '운동'이라 했답니다. 요즘에는 골프간다 편하게 말하지만 1980년대에는 운동이나 하시지요 하면 골프를 제안하는 말이었습니다.

 

돈많은 회장님의 전유물이었기에 과거 평생에 한번 홀인원을 하면 앞팀, 뒷팀을 포함 15명에게 저녁사고 선물내고 골프장 홀인원 구간에 나무를 심었습니다. 오죽하면 홀인원보험이 유행했습니다. 서민들은 홀인원할까 걱정을 했습니다. 그것이 골프의 흥미로운 스토리였습니다. 이처럼 정치에서도 일정한 룰을 지키는 품격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자 합니다. 어느 정치인의 말처럼 국민학교, 초등학교 반장선거도 이렇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정치인 여러분이 이시대 나라와 국민을 이끄는데 품격을 보여주시고 이를 바탕으로 후대 정치인들이 그 격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토대를 여러분 정치인들이 마련해 주시기 바랍니다. 할아버지를 고려장하는 날 아버지가 아버지를 등짐지고간 지게를 할아버지의 손자가 지고 돌아오자 아버지가 만류했고 아버지의 아들은 아버지 나이들면 이 지게에 지고가서 고려장할 것임을 밝혔습니다. 정치가 정치답게 품격있게 성장하도록 오늘의 과욕을 줄이고 양보와 중용의 도를 지켜 주시기 바랍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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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