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전해지는 통로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그 길을 걸어가면서 느낀 삶과 내세에 대한 생각을 어제 저녁을 먹으면서 '상가에서'라는 제목의 8개 시중 한편을 낭송하는 것으로 술안주 삼았다.

 

그러니까 아주대 영안실을 가거나 조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텅빈 마음, 헐렁한 손안을 들여다보면서 자신의 삶과 최근의 생을 관조하던 추억을 말했습니다.

 

사실은 1월말 언론사방문을 자랑하는 자리인데 그냥 이야기 소재로 상가에서는 늘 마음이 가벼워진다는 점을 강조해서 시 한수를 낭송한 것입니다.

 

 

그 시의 내용은 대략 이러합니다.

 

상가는 그러하더이다. 많은 이들이 이제 떠나는 어느 노인을 배웅하는 그런 자리 같기도 하고 아님 모든 인간들이 자신이 출연하게 될 빈소이며 무대라고 칭하고 리허설을 하는 것 같기도 합디다.

 

그리고 부모를 보내는 자식이나 그 손자손녀들이나 무조건 슬픈건 아니고 아버지 할아버지는 죽어서도 오랜만에 일가친척을 만나는 그런 새로운 만남의 장을 만들어 주시는군요.

 

2006년 어느날 아주대 상가를 다녀와서 적어둔 글입니다. 어제는 이런 말도 했습니다. 지난날 용처없는 자료를 이것저것 바인더에 담아두었는데 그 것이 30년 세월의 이슬을 맞아 부엽토가 되어서 문학의 밑거름이 되어 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가끔 과거의 자료를 들춰내면 그 당시의 향기와 정경이 나타나면서 새롭게 기억의 세포를 끌어오는 묘약의 힘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42년전 문학의 꿈을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가봅니다. 글은 나이 들어서 쓰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하곤 했지요. 26세 국문과 학생이 시나 수필의 장원상을 받은 것이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생각해 보자는 말입니다.

 

음악가처럼 악상에 대한 천재적 지혜가 있는 경우는 있겠지만 인생을 말하는 문학이 26년의 삶에서 숙성되기에는 그 청춘이 아주 많이 싱싱한 채소가 아닐까요. 최소한 2년은 지나야 묵은지가 되는 것이고 김치찌게의 깊은 맛이 우러나와서 밖으로 표현된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물론 문학, 인문학에서도 천재성은 있을 것입니다. 다만 예술분야의 그림이나 음악성은 따로 유전자를 얻어 합해서 타고나는 것이라 할 것이지만 글은 인생의 경험과 손마디의 굵직한 주름 틈새에서 피어나는 작은 향기같은 삶이 녹아내린 김치찌게의 불맛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자 합니다.

 

밤을 새워 고아낸 뼈 국물에 묵은지 2쪽 얹어준 그 해장국이 어제 밤을 불태운 소주와 막걸리의 알콜을 일거에 풀어낸다는 말입니다. 밤새운 술을 맥물에 고추가루로 컬러만 맞춘 국물로는 대적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오늘부터 40년 묶은 자료를 공손히 잘 관리하고 시간에 여유를 하지고 한 장 한 면 잘 살피면서 그 속에 숨어있는 봄날 아침 10시 광릉 정원의 나비같은 생각들, 초겨울 서릿발 처럼 성성한 추억의 소품들을 하나둘 장식장에 정리하고 책꽂이에 다시한번 순서대로 정리해 보는 인생의 여유로운 시간을 갖고자 하는 것입니다.

 

꿈꾸는 자에게 꿈이 이루어진다는 말을 공감하면서 월드컵 뿐 아니라 오늘의 인생사에서도 모든 사람이 꿈을 꾸고 그 꿈속에서 현실을 새롭게 발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아침을 새롭게 시작합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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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