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이종만

 

 

천 년 동안 왕 노릇하는

하늘나라 가는 기도를 하였다

그의 기도는 천국으로 매일 다가가게 하였다

 

그는 하늘나라 향한 마음뿐이었다

회개하지도 않았다

남을 사랑하지도 않았다

 

첨탑의 종소리보다 빠르게

그는 승천을 하였다

그곳은 하나님이 계시지 않은 곳이었다

 

천국으로 간 사람들은 없었다

풀 한 포기 없는 곳이었다

천년을 그곳에서 그는 살아가고 있다

 

 


이종만 시인

1949년 경남 통영 사랑도에서 태어났다. 1992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오늘은 이 산이 고향이다』, 『찰나의 꽃』이 있다. 2017년 세종도서 문학나눔에 『찰나의 꽃』 선정, 2021년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문화예술지원금과 제24회 천상병시문학상을 받았다.


 

-시작메모-

 

이종만 시인은 자연과 함께하는 시인이다. 어쩌면 자연에 순응하며 자연이 건네주는 선물로 살아가는 양봉시인이기도 하다. 40여 년간 양봉을 생업으로 종사했으며 평생 꽃과 벌을 벗 삼아 살아왔다. 그의 시속에는 자연이 살아서 숨을 쉬고 있다. 그가 엮어 낸 시집에는 자연과 인간이 공존해야만 하는 법과 원칙이 담겨 있고 자연에 대한 고마움을 시의 행간 속에 숨겨 놓았다.

 

「천년」이라는 시를 보자, 천년이라는 긴 세월은 자연의 순리를 거역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어져 내려오는 시간이다. ‘천년 동안 왕 노릇하는 하늘나라 가기’ 위해 기도를 하다니, 이것은 결국 자연을 거슬리는 일이며,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한 것이다. 시인은 결국 천년 동안 기도를 해도 자연의 순리에 역행을 하면 천국으로 갈 수도 없고 오히려 풀 한포기 없는 지옥 같은 곳에서 천년을 살아야한다고 엄중 경고 하고 있다.

정겸(시인/한국경기시인협회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