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의 눈

​정겸

코로나19를 못 버티고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김씨

눈치 싸움에 밀려난 귀농 초년생이다

 

얼떨결에 고추 배추 호박

백화점식 농법에 아직은 혼란하다

튼실하게 올라온 고추모

배추 호박모의 작은 숨소리 이랑에 가득하다

병들고 나약한 어린 모를 찾아 솎아내기 한창이다

 

새싹들은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푸른 웃음으로 세상에 화답하고 있다.

눈동자와 색깔의 빈도에 따라

퇴출 대상이 결정된 순간

가느다란 잎사귀는 작은 경련 일으킨다

병든 녀석과 허리가 굽어진 놈

뽑을까 말까 망서려 진다

 

시베리아 바람을 몰고 다니던

인사부장이 실루엣처럼 스쳐 지나간다

내 눈은 어느새 악어의 눈을 가진

인사부장 눈을 닮아가고 있다

 

꽃샘추위 속에서도 솎음질 한창이다.

 

 

 


정겸 시인

1957년 경기 화성출생(본명 정승렬), 2003년 시사사 등단, 시집 '푸른경전', '공무원', '궁평항', 공무원문예대전 시, 시조부문 행정안전부장관상, 경기시인상 수상, 현재 칼럼니스트와 한국경기시인협회이사로 활동


 

-시작메모-

 

​산다는 것은 어쩌면 고달픈 여정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주기적 생애에서 별의 별 일을 다 경험하기 때문이다. 인간들은 코로나19와 3년 넘게 싸우고 있다. 지칠 대로 지친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설사 살았다 하더라도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유행이다. 물론 가진 자들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없는 자들은 패배자의 쓰라린 아픔을 가슴에 묻고 비정한 세계를 원망하며 하나 둘 이 세상과의 인연을 끊고 사라지는 것이다. 얼마 전 고향동네에서 낯 선 사람을 만났는데 본인 스스로가 귀농인이라 소개한다. 대기업은 아니지만 서울에 본사를 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기업이다. 그 기업에서 영업을 담당하는 부장을 지냈는데 코로나 사태이후 영업 손실의 차이가 크자 구조조정을 실시했는데 본인이 대상자였다 한다. 도심 생활에 찌들어 있었던 터라 아내를 설득 아파트를 전세주고 본인 또한 농지 천여평 정도를 임대 얻어 농촌으로 내려 온 것이다. 그래도 이 동네는 외가 근처이기 때문에 어릴 때 놀던 동무들도 있어 조금은 위안이 된다고 했다. 농사라는 이야기는 초등학교 시절 실과를 통해 접한 것이 전부이다. 관할 시의 농촌지도센타 등에서 운영하는 각종 영농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농사를 짓는 유튜브 프로그램을 구독하며 나름 농사를 짓고 있지만 이론과는 너무 동떨어져 가끔 한 숨이 나온다고 한다. 귀농인 역시 배추 모판에서 튼실한 묘를 생산하기 위해 솎음작업을 했는데 뽑히는 어린 싹을 보니 구조조정 당시 본인의 모습과 같았다 고한다. 막상 속음질 당하는 어린 싹을 보니 뽑아 버리기는 아깝지만 어쩔 수 없이 솎아 버려야 더 튼튼한 모종을 생산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별 작업을 통해 여린 싹을 솎음질 하는 사이 눈은 어느새 악어의 눈을 가진 인사부장 눈을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정겸(시인/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