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지 못하는 이유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한때는 숨 쉬는 소리조차 시가되고

낙엽 2장으로 수필을 쓰고 남겼던

시골 마을 작은 꿈 소년이었던가

이 봄, 벚꽃이 지나고 진달래가 지고

벌써 영산홍이 길을 막아서도

한줄 한자 원고지 반장을 넘기지 못하는

휠체어 턱에 걸려 빙빙 돌듯

생각의 활자들이 조각조각 자리잡지 못해

이내 떨어지는 꽃처럼

기억 니은 디귿 리을

오랜만에 ‘가갸거겨’한다

세월이 쌓이면 소설이 되고

시간이 중첩되면 시가 되고

생각이 편해지면 수필이 된다

중학 국어 한문 선생님이 그랬다

한문선 선생님

그래서 자칭 한문선생

고등학교 윤리 선생님은 신충교

충실하게 가르치라는 부모님 뜻이라 했다

가람 이병기, 교장선생님 이병기

고1 까까머리속에

골라 골라 간직한 어휘들

그땐 정말로 생각이 시가되고

말이 수필이 되었다

이제 이순 벌써 지천명으로 가면서도

4벌 타자기 글자조합 안된다고

2벌 키보드로 아랍어를 그리고 있다

손 떨리는 새벽의 봄비소리에도

머리는 텅 비고

생각은 이슬에도 젖지 않으니

건조한 마음속에 세월의 연고를 바른다

더 이상 시를 쓰지 못하는

시선 한곳 고정한 비둘기처럼

생각의 조각들이 바스러져

창공의 여름 무대에 뿌려진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