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와 언론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우리가 다중장소라 할 수 있는 회의실이나 강의실, 강연장, 전철 안에서 실수로 방꾸를 뿡~~~하고 발사했다 해서 무슨 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소리를 들은 주변 사람들이 저 사람 가스가 나왔구나, 조절이 안 되는구나 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옅은 미소를 지을 것이고 10초 후에는 다 잊어버릴 것입니다.

하지만 방구의 당사자는 그 순간의 쑥스러움이든 창피함이든 당황스러운 기억을 원하지도 않는데 평생 간직하거나 최소 수개월 머리속에 남아있게 될 것입니다.

 

 

더구나 언론에 우리의 이야기가 나오면 당사자는 정말 방구 뿡~ 이상으로 평생의 기억이 될 것입니다. 그것이 좋은 기사로 나온 것이라면 나이 80을 넘어도 자랑으로 남아서 어느 모임에서든 어찌해서라도 분위기를 바꿔서 지금 진행 중이던 이야기를 자신의 자랑스러운 TV방송에 나온 이야기나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기사가 났었던 사실을 자랑스럽게 영웅담으로 풀어낼 것입니다.

 

반대로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는 방송이나 신문의 보도나 기사에 대해서는 유사한 사례만 보아도 머릿속에 그 당시의 아픈 기억이 떠오를 것입니다. 트라우마(trauma)라고 합니다.

 

우리가 언론을 대하는데 있어서 지나치게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손해가 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행정을 하면서 겪게 되는 대 언론과의 好不好(호불호)의 사건들은 업무적인 것이지 개인사는 아닙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마치 공직을 수행하면서 만나게 되는 언론과의 이런저런 충돌에 대해서 뼈속의 아픔으로 느끼고 기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혹자는 트라우마가 되어서 다시는 언론인을 만나서는 말 한마디 하지 않겠다는 분도 보았습니다.

 

언론이 행정과 만나는 것은 기관과 단체의 對坐(대좌)입니다. 언론은 독자의 이름으로 행정기관을 취재·보도하는 것이고 행정공무원 역시 지자체 주민들의 투표로 결정된 기관장을 정점으로 위임받은 업무를 추진하는 것입니다.

 

위임 속에는 의회의 의결에 의한 것도 있고 지방자치법에서 포괄적으로 위임한 지자체의 정책을 우리가 집행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공무원에 임용을 받지 않았으면 이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기자를 만나지도, 기사로 보도되지도 않았을 일입니다.

 

운명적으로 우리는 행정을 집행하고 그 운명의 강물 위에 또 다른 언론이라는 나룻배가 떠다니면서 배가 하류를 향해 잘 가는지, 상류로 가는데 그 방향이 틀린 것은 아닌지 다니면서 툭툭 방향타를 건드려 주는 것입니다.

 

언론의 비판을 개인적 감정으로 보아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언론은 공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표피적으로 보면 마치 기자 마음대로 기사를 쓰고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듯 보일 수 있습니다. 공무원을 불편하게 하기위해 언론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언론도 사람이 하는 일이고 행정도 인적 조직체와 같은 것이니 개인의 私感(사감)이 개입될 틈새는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이지 아주 크게 사적인 이익을 취하는 것은 용인되지 않습니다.

 

그것이 과도하면 지역사회의 비판을 받고 사법당국에서도 그 무게를 재고 있다가 중량을 초과하는 과도한 언론인의 오버 플레이가 있으면 노랑카드를 보입니다. 축구에서 경고 두번이면 퇴장당하고 규정에 따라서는 다음, 그 다음 경기에 출전하지 못합니다. 언론인도 경고 몇 번 받으면 스스로의 자정해야 하는 물결을 감당하지 못하게 됩니다.

 

우리는 행정을 집행하면서 만나는 언론의 비판을 행정적인 용어로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최소한 기사가 났다면 우리가 가는 길에 약간의 틀림이 있다는 것입니다. 제아무리 좋은 행정을 펼쳐도 전봇대의 그림자처럼 약간의 부족함을 느끼거나 불편해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전기를 공급한다는 重且大(중차대)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맞지만 최소의 기둥이 서야 할 땅이 필요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태양을 만나는 반대편으로 작지만 긴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은 전봇대의 운명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미세하지만 그림자를 만들 수 밖에 없는 일이 행정이라고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 틈새에서 언론이 비판하고 언론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비용도 받지 않고 우리에게 전하는 것이 신문기사이고 방송의 뉴스라고 생각합시다.

 

그렇게 보면 어느 순간부터 언론에 대한 존경심이 우러러 나올 것입니다. 사골뼈를 사오면 붉은 피가 보이고 흰 뼈가 시각적으로 불편하겠지만 애벌 끓여서 회색 국물을 버리고 다시 재탕 삼탕 끓이면 어느 순간부터 뽀얀 국물이 나옵니다.

 

우리가 언론인을 만나고 언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삼탕까지의 담금질이 필요합니다. 쇠도 철의 성질 나름이어서 9번 담금질을 하면 단단해 지고 넓게 펼친 쇠판을 접고 다시 두드리고 담금질을 반복하면 그 접힘이 무늬가 되고 담금질이 강도를 높여서 아주 멋지고 단단한 칼을 완성하게 됩니다.

 

공무원 여러분에게 언론 친화적인 에너지, DNA를 전해 드리고자 합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여기에서도 통용됩니다. 평생 공무원을 하면서 언론을 피할 수 없고 여러분의 자리가 커지고 승진을 거듭할수록 언론인과 더더욱 가까이 만나야 하는 책무가 주어질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언론을 긍정의 마인드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나중에는 취사선택이 가능한 達觀(달관)의 경지에 이르러서 참 고마운 언론을 드넓게 잘 활용하여 성공한 행정인이 되시기 바랍니다.

 

언론과의 길에는 지름길도 없지만 결코 먼길만 남아있는 것도 아니라는 말을 전합니다. 그 속에서 우리가 취할 길은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음도 알려드립니다. 언론인과의 관계는 보험과 같아서 평소에 친소가 훗날 위기의 상황에 큰 작용을 하게 됨을 고해 드립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