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정겸
출생 : 1957년 경기 화성(본명 정승렬)
경력 : 경기도청 근무
등단 : 2003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시집 : 푸른경전, 공무원, 궁평항
수상 : 2004년 공무원문예대전 시부문 행정자치부장관상
2009년 공무원문예대전 시조부문 행정자치부장관상, 경기시인상 수상
현재 : 칼럼니스트와 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로 활동
이젠 채우기보다 꺼내 베풀어야 할 때에야 옆구리 터져 너덜너덜한 지갑 푼돈 몇 푼으로 견딘 허기진 세월 불평불만 한 번 뱉지 않고 묵묵히 동거해온 지가 어언 20여 년 아비는 지갑의 신하가 되지 못하고 아비는 지갑을 잘 모시지 못하고 아비는 그래서 가난한지 지갑을 선물 받을 때 배부른 지갑이 되어달라는 뜻이었겠지만 정작 너를 위해서는 한 번도 열어보지 못한 지갑 인제 그만 버릴까 말까 하다가도 딸내미 얼굴이 어른거려서 한참을 만져본다 나석중 시인 2005년 시집 『숨소리』로 작품 활동, 『저녁이 슬그머니』 『목마른 돌』 『외로움에게 미안하다』, 『풀꽃독경』 『물의 혀』 『촉감』 『나는 그대를 쓰네』 『숨소리』, 미니시집(전자): 『추자도 연가』, 디카시집(전자): 『라떼』 『그리움의 거리』, 시집 『저녁이 슬그머니』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2021년 문학나눔 도서로 선정. -시작메모- 이 시를 읽는 순간 왠지 서글픈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내면의 세계를 곱씹어 보면 온 몸이 후끈거리며 따뜻해지는 느낌이 든다. 화자는 나이가 지긋한 시인이다. 그야말로 한 푼이라도 모으며 안달 떠는 젊은 시절보다는 이제는 물심양면으로 베풀며 살아가는 황금빛으로 물든 인생인 것이다
외눈박이 청솔모가 잣 한 송이 물고 전깃줄 위를 아슬아슬 건너간다 중간정도 갔을 때 소나기 한줄기 퍼붓는다 잣송이를 놓일세라 이 악물고 기어간다 삼분의 이 정도를 지났을까 또 한 번 몰아치는 거센 바람 잠시 주춤거리며 머리 숙여 바람 피하고 있다 순간, 한줄기 회오리바람에 툭, 잣송이 계곡으로 떨어졌다 전깃줄에 대롱대롱 매달린 청솔모 그네처럼 흔들거린다 떨어진 잣송이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온 힘을 다해 계곡으로 몸을 날린다 잣송이를 입에 문 청설모 입가에 선혈이 낭자하다 피 묻은 잣송이를 사이에 두고 새끼 청솔모들 정신없이 잣 알 빼먹고 있다 외눈박이 청솔모 자식들의 먹는 모습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지그시 눈을 감는다 깡마른 등줄기 따라 땅거미 몰려오고 있다. -시작메모- 우리가 어릴 때 아버지의 존재는 어떠했는가? 비바람 몰아치고 천둥번개가 번쩍 거리며 굉음을 내도 아버지만 곁에 있으면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그런 아버지도 밖에 나가 돈을 벌고 자식들의 먹잇감을 위해 일 할 때는 상사의 눈치를 보며 비굴해지기도 하고 건설 공사현장에서는 목숨을 바쳐 먹잇감 사냥을 한다. 직장 상사가 뭐라 해도 실직 될까 두려워 자존심 죽여 가며 오직 처자식 생각으로 허리 구부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