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발생시의 공보부서 임무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전 경기도청 언론담당)

 

 

장마비가 밤새 내렸다면 새벽 5시에 공보실 직원은 사무실에 나가야 합니다. 재난 현장에는 재난부서가 출동하였으므로 공보실 직원은 사무실에 가서 재난상황 자료를 받아 기자실에 배포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재난상황에 대처하는 메뉴얼은 중앙 통제형에 중앙 집중적이어서 지방자치단체가 재난상황을 언론에 전파하는 시각의 오차가 아주 큽니다. 장마속에 사망자가 나와도 시도 시군구 재난상황실 상황판에 1명 사망했다는 기록이 올라가려면 한나절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방송기자들은 이미 현장에서 사망사건을 취재하고 도청 상황실에서 한 번 더 확인하고자 재난상황실에 방문하였지만 상황판에는 강우량만 적혀있고 사망자에 대한 상황은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방송기자는 공보실 기자실에 옷과 짐을 두고 상황실에 가서 확인합니다.

 

"3명 사망이지요?"

 

"사망자 없습니다."

 

"왜 없어요. 현장에서 확인하고 오는 길인데요."

 

처음 이런 말을 들었을 때는 언론인을 위해 사건사고가 발생하여야 하는 것인가 자문자답해 보았습니다.

 

이제는 그 기자들의 멘트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상황실에서 사망 관련 취재를 보충하지 못한 방송기자는 공보실에 와서 사망 3명을 확인받으려 합니다. 이때 공보실 공무원은 재난상황실로 뛰어가 현장에서 올라온 팩스 사본을 입수하여 방송기자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아직 도 재난상황실에서 공식적으로 사망자 발표를 할 단계가 아니므로 시청, 군청의 보고서 사본을 제공하는 것으로 대체하면 됩니다. 아마도 도 상황실에서 사망 3명이 확정, 발표되려면 저녁까지 기다려야 하고 이미 뉴스에 나간 후에나 확인 받을 수 있습니다.

 

공보실 직원은 더러는 뒤처지다가도 때로는 앞서가야 하는 이중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공보환경의 현 주소이고 상황에 맞는 정답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언론과 행정의 다른 점이고 그래서 약간의 갈등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언론도 공무원들이 확정, 발표를 하기 어려워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무원끼리 말합니다. 언론은 사건에 집중하고 공무원은 보고와 통제에 몰입한다고. 최종 보고부서까지 올라갔다가 와서야 언론에 발표하는 공무원의 업무시스템을 언론이 조금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습니다.

 

하지만 더러는 언론의 속성을 이해하여야 합니다. 언론의 여러기능 중 하나가 속보성이니까요. 그래서 어떤 사건을 나중에 보도 할 때 "뒤늦게 밝혀졌다"고 합니다.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 있겠습니다만 언론으로서는 당일에 보도하지 못한 점에 대해 자신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기에, 그쪽에서 수일간 비밀로 한 것을 가지고도 "뒤늦게 밝혀졌다"면서 보도가 늦은 것을 나름 변명하고 있습니다. 늘 속보성에 대한 책임감에 충만한 방송사 기자를 위한 공보실 공무원의 발 빠른 자원 서비스가 필요합니다.

 

초록은 동색이거든요. 가재는 게편이고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에 있기도 하구요. 결국 공보실은 靑出於藍靑於藍(청어람청어람)이지요. <푸른색은 쪽[藍]에서 나왔지만 쪽빛보다 더 푸르다'라는 뜻으로, 제자가 스승보다 더 나음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로 사용된다.>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경기도민회장학회 감사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