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기자#과거기자#50년전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전 경기도청 언론담당)

모임에서 만난 KBS소속 언론인에게 '악어와 악어새'라는 소재를 가지고 글을 쓰고 있다는 자랑을 하였더니 기자정신으로 깊은 관심을 보이면서 책으로 최종 정리하기 전에 취재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 내용을 추가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요즘에는 여러가지 취재방식이나 운용방식이 다르다는 설명도 첨가해 주셨습니다. 그러니까 기관에서 준비한 보도자료를 복사해서 기자실에 빼곡하게 배치된 각 언론사별 책상위에 올려주는 것으로 우리의 할 바를 다했다는 생각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자만심이라 할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각 기관에 출입하는 기자가 취재의 중심축에 있는 것은 맞지만 그 주변에서 알게 모르게 취재하고 보도하는 다양한 매체가 있고 그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제가 1970년대 경기도청 출입기자님 명단을 가지고 있습니다. 군대 차트병 출신인듯 각지게 쓴 이 자료를 보면 경기신문, 경향신문, 동아일보, 신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매일경제, 서울경제, 현대경제, 경제통신, 산업통신, 시사통신, 문화방송, 한국방송공사, 기독교방송 등 18개사 회사명, 기자 이름, 사무실 전화, 집 전화번호가 나옵니다. 1970년 10월 12일 현재입니다.

 

기자분 중에 여성은 없습니다. 전화번호는 2-4569번입니다. 1970년이면 50년전입니다. 1988년에 공보실에서 만난 분도 있습니다. 경기도내 민간단체 회장을 역임하신 원로 어르신의 사진도 나옵니다. 이분들이 경기도내 언론문화를 이끌던 시절의 취재상황과 2020년 전후의 모습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언론인의 취재현장 50년 변천사를 상상해 보고자 합니다.

 

우선은 원고지 기자와 노트북 언론인입니다. 1988년에 경기도청 문화공보담당관실에 근무하면서 100자 원고지를 기자실에 제공하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거의 모든 신문이 세로쓰기로 편집했습니다.

 

이후 가로쓰기를 병행하면서 지적기사는 세로로, 칭찬기사는 가로쓰기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습니다. 당시의 신문은 비판기사 제목은 검정색으로 찍었고 격려성 기사의 제목 바탕에는 비단결 무늬가 자주 등장한 신문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2011년 전후로 당시 70을 넘나드는 원로기자님이 노트북을 들고 와서 본사와 연결해 주고 E-Mail을 만들어 달라 하셨습니다. E-Mail의 개념과 원리에 대해서 잘 몰랐으므로 전산과 직원의 도움을 받아 메일을 만들어 드리고 본사 홈페이지에 연결해 드렸습니다.

 

지금도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당시로서는 전화선을 타고 들어가 본사에 접속한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보면서도 신기했습니다. 이분 원로 기자님은 한달만에 E-Mail을 활용하여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정리한 후 자신의 이름으로 본사 홈페이지에 올렸다고 자랑을 하셨습니다.

 

2020년 전후에 신입으로로 들어온 출입기자는 기성세대와는 다른 환경에서 공부하고 성장했습니다. 중학생, 고등학생때 게임으로 단련받고, 대학을 다니면서 노트북으로 과제를 작성하여 E-mail로 교수님께 제출하고 평가를 받았습니다.

 

대학의 학과 홈피에 노트북으로 작성한 논문을 내서 학점을 받아 졸업한 신세대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도청 홈페이지 자료, 시청의 정보를 입수하고 활용할 수 있는 정보 전문가들입니다.

 

과거에 어떤 원로 언론인은 군대에서 잉크냄새로 신문사를 맞추는 게임을 하셨다 합니다. 이제는 종이신문이 아니라 전자신문, 인터넷을 통한 정보, 모바일을 활용하는 다양한 정보를 시공을 초월하여 받고 보내는 시대입니다. 언젠가는 키보드 소리를 듣고 문장의 내용을 추정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SNS는 수초 안에 모든 정보를 지구촌 전체에 보냅니다. 그런 환경속에서 1970년대식 언론홍보를 생각할 수 없습니다. 손흥민의 발끝을 떠난 공이 꼴망안으로 들어가는 꼴인의 순간을 수천만명이 지금 손위의 모바일로 손금처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언론이라는 공급자 중심, 행정기관이라는 전달자 위주의 언론환경이 아니라는 점에 우리의 話頭(화두)가 잡혀야 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홍보를 위해서는 출입기자, 언론사 편집부, 독자, 국민 등 모든이들의 대형 지구본 속에서 함께 돌아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야 합니다.

 

광고비를 써서 홍보하는 방법도 장기적으로 필요한 일이지만 우리의 오늘아침 홍보 컨텐츠를 어디에 둘 것인가 고민하는 홍보전략도 필요합니다.

 

가정해서 오늘은 북미회담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019년2월27일 아침입니다. 오늘 어느 정당이 당 대표를 선출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이 정당에서는 북미회담과 겹치는 날에 대표를 뽑는 것이 언론흥행 실패가 우려된다며 행사를 연기하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당초 일정대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이런 생각을 합니다. 두 번째 북미회담이 열리는 기간에는 언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더 높을 것입니다. 따라서 당 대표 선출 일정을 함께 진행하면 이른바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라 상상해 보는 것입니다. 언론에 관심을 갖는 국민들이 당대표 선출 뉴스를 함께 볼 수도 있다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결국 언론 홍보는 지름길도 없고 정답도 없는 롯또와 같습니다. 관점에 따라 다양한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이 언론입니다. 좋은 자료를 내면 큰 기사가 되는 것이고 기관장이 기자회견을 한다고 해서 큰 기사로 편집되지도 않습니다. 그날의 운세입니다.

 

대형화재, 다수가 사망하는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우리의 기사는 그 연기속에 가려지고 폐차될 자동차와 함께 찌그러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거창한 사업계획 발표가 하루 연기되면 지방의 우리 기사가 큰 활자를 확보하게 되는 것입니다.

 

 

[저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경기도민회장학회 감사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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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