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비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복도통신이라고 합니다.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는 것을 말하는데요 요즘에 나오는 통신은 참 힘든 내용입니다. 교육을 갈 인원이 몇 명이고 누구누구가 이번 승진에 오르고 내린다는 말이 흘러나옵니다. 하지만 복도통신이기 때문에 정보의 출처에 대한 신뢰수준이 낮습니다. 그래도 재미있습니다.

 

 

더구나 같은 급의 인사에 대한 복도 통신이야 말로 귀를 종긋하게 만드는 소식이고 들어보면 나름 타당성과 객관성이 보태지는 이야기입니다. 복도에서 구전되는 이야기는 때로 아주 구체적이고 확실한 정보통의 빨대에 의한 것으로 포장되어 2층과 3층 복도를 넘나들기도 합니다.

오전·오후로 변하는 복도통신은 마치 몇 년전 없어진 중앙신문의 가판과도 같습니다.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판매된 가판에 일단 기사가 올라가면 다른 경쟁사 데스크는 일단 신경을 쓰게 됩니다. 그때나 요즘이나 특종은 아니어도 낙종을 하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정중동, 성동격서의 심정으로 응근히 신경을 쓰는 것은 사실입니다.

복도통신에 당사자가 되면 더더욱 신경을 쓰게 되겠지요. 혹시 그냥 있다가 정말로 그렇게 되면 나만 뒤쳐지는 것 같아 내심 걱정, 좌불안석입니다. 그리고 나서자니 출처 불명의 소문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쫌팽이로 보일 것 같은 걱정도 살짝 스쳐 갑니다. 사실 하마평이란 조선시대에 하마비 앞에서는 말을 내린다는 말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검색] 하마비는 대개 비석에 '대소인원개하마(大小人員皆下馬)'라고 새겨 누구나 말에서 내리게 한 것이다. 왕을 비롯하여 훌륭한 어른과 관련이 있는 곳에 하마비를 세워 그 어른에 대해 예의를 지키는 것이다. 하마들 뒷산에 덕수이씨네 묘가 많은데, 조선시대 3대 정승이 살았다고 한다. 세도가 상당하여 가족이나 일가 친척은 물론 그 집에서 부리는 남녀 하인들도 위세가 당당하였다. 이 때문에 이 집 앞에서는 누구나 가릴 것 없이 타고 있던 말에서 내리게 되었고, '하마(下馬)'라는 지명이 생긴 것이다.

 

말을 내린다는 말을 바꾸어 탄다로도 해석할 수 있으니 공무원이 자리를 바꾸게 된다는 소식을 하마평이라고 한답니다.

이처럼 조선시대 하마평이 이제는 복도통신으로 바뀌었으니 좀 섭섭한 맛은 있다 하겠으나 그래도 공직에 근무하면서 매년 겪는 하마평은 늘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각종 게시판에도 행정안내는 500명 이내가 들어오는데 비해 인사발령에는 4,000명 이상이 들어오는 것을 보아도 인사에 관한 공무원들의 큰 관심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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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