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겸 “재난 피해 줄이기, 빅데이터 등 과학적 접근 중요”

OBS 라디오 ‘오늘의 기후’ 출연... 재난안전관리본부장 경험 토대로 재난문자 등 궁금증 해소

 

 

[뉴스폼] 김희겸 전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선문대 행정공기업학과 교수)는 지난 14일 재난은 선진국, 후진국을 가리지 않는다면서 피해의 정도를 줄이기 위해 “국가, 지자체, 국민이 함께 힘을 합쳐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며 “기후 이변에 따른 대규모 피해나 코로나19처럼 난생 처음 경험하는 신종·복합재난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빅데이터와 첨단기술을 활용한 과학적 재난관리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본부장은 이날 OBS 라디오(FM 99.9) 간판 프로그램 ‘오늘의 기후’에 출연해 기후위기 시대 도시의 재난관리 방향, 재난문자 발송,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 등을 통한 과학적 재난관리 등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언제 무슨 일 터질지 몰라 항상 비상대기”

‘오늘의 기후’ 김희숙 진행자는 ‘기후재난 대비, 전문가에게 묻다’라는 코너에서 김 전 본부장을 코로나부터 수해현장까지 굵직한 재난현장에서 행정혁신을 이뤄온 행정전문가로 소개했다.

 

그는 국민안전처와 행정안전부에서 재난관리실장을 역임한 뒤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차관급)으로 우리나라 재난을 실무 총괄하는 역할을 했다. 또한 경기도에서 행정1, 행정2부지사를 맡으면서 유독 재난과 관련된 일들을 많이 겪었다.

 

김 전 본부장은 이날 기억에 남는 재난 현장에 대해 “(아주 많지만) 그 중에도 세월호 참사가 기억에 남는다”면서 “당시 합동분양소에서 꽃다운 나이에 희생된 아이들의 사연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고 회상했다.

 

이어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 의정부 화재, 경주지진, 태풍 차바, 코로나19 등의 재난에 대처했던 일들이 많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김 전 본부장은 재난 업무 담당 공무원들의 고충을 잘 안다며 본인도 당시에는 “퇴근 이후나 휴일에 맘 편히 쉬지 못했고 잠을 잘 때도 항상 휴대전화를 옆에 두고 잤다”며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항상 비상대기하듯 지냈다”고 설명했다.

 

 

# 최대 20분 걸리던 재난문자 3분 이내로 혁신 ‘자동화 시스템 구축’ 역할

현직에 있을 때 재난문자 혁신과정에 큰 역할을 한 김 전 본부장은 작년에 6번 온 호우재난문자가 올해에는 하루에도 24번 울렸다며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홍수 발생 후 재난문자가 울리는데 최대 20분이나 걸렸는데 홍수 발생 후 3분 이내에 재난문자가 갈 수 있게 된 것은 ‘자동화 시스템 구축’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전 본부장은 재난 문자에 대해 재난문자방송(Cell Broadcasting Service)이 바른 표현이라며 일종의 방송 형태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어떻게 내 전화번호를 알고 문자를 보냈느냐’는 많은 이들의 궁금증에 대해 “정부가 이동통신사와의 협약을 맺고 개인 전화번호와 관계없이 특정 기지국 내에 있는 사람들이 동시에 문자를 받을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문자를 보냈을 당시 주소지와 상관없이 그 기지국에 있는 사람들은 문자를 받게 되는 원리”라고 덧붙였다.

 

김 전 본부장에 따르면 재난문자 발송은 2004년 도입돼 2013년부터 본격화됐는데 초기에는 국민안전처와 행정안전부에만 재난문자 발송 권한이 주어졌고 자동화 시스템도 제대로 갖추지 못해 실제 재난문자를 발송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다.

 

문자발송 자동화 시스템 도입에 대해 김 전 본부장은 “국민안전처 재난관리실장으로 있던 2016년 10월 태풍 차바로 인해 울산 태화강이 범람해 큰 피해를 본 적이 있다”며 “그때 홍수 예보 발령 전파가 지연돼 피해가 가중됐다는 비판이 제기돼 (지금은 환경부로 업무 이관) 그 당시 홍수 및 댐 관리 주관부처였던 국토교통부와 함께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재난문자 송출을 위한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는 2016년 9월 경주지진을 계기로 재난문자 발송 권한의 위임을 기상청부터 시·도와 시·군·구로 점차 확대했다. 올해 6월에는 환경부 홍수통제소에서도 직접 송출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했다.

 

이같이 빠른 재난 대처를 위해 송출 권한 위임을 확대하다 보니 “여러 기관이 비슷한 내용을 동시다발적으로 보내는 경우가 생기게 돼 국민이 재난문자에 대해 무감각해지거나 짜증이 날 수도 있다”면서 “(관계 기관들이)재난문자 발송을 남발해서도 안 되겠지만 시민 여러분께서도 지금, 이 순간 어느 곳에선가 우리의 이웃이 자연, 사회 재난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 더 이상 기후 상식이 통하지 않는 ‘기후위기’... “빅데이터 재난 대응 중요”

김 전 본부장은 기후위기 상황과 재난 대비에 대해 “우리나라의 장마 패턴이 바뀌고 동남아 아열대 지역의 스콜 현상이 빈발하고 있다”며 “이제 우리가 알고 있던 기후 상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세계기상기구에서 밝힌 바 있는 ‘빅데이터 재난 대응’에 대해 “내비게이션이 실시간으로 최적 이동 경로를 알려주는 것처럼 기상예보도 마찬가지”라며 “기존에 1개 있던 관측지점을 10개 지점으로 대폭 늘려 다양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된다면 기상예보나 홍수, 산사태 같은 대규모 피해 예측도 보다 정확해진다. 이 과정에서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기술이 쓰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후위기 시대 도시 관리 방향에 대해 “도시에 인구가 집중된 상황에서 이상기후 현상이 반복됨에 따라 재난 피해를 완전히 막기는 쉽지 않다”며 다만 “댐·하천 등의 설계기준을 강화하고 CCTV, 자동 통제시스템 등의 방재 인프라를 보강하는 등 재해 위험 요인에 대한 사전 점검을 강화한다면 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본부장은 “건강을 잃어본 사람은 건강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재난을 겪게 되면 재난 피해당사자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막대한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며 그렇기 때문에 재난은 사전에 막아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설마’하는 마음으로 인한 부주의가 재난으로 연결된다며 ‘1:29:300’ 하인리히 법칙을 예로 들었다. 대형 참사 1건이 발생하기 전에는 이미 29건의 경미한 부상이 발생하고 300건의 무상해 사고가 발생한다는 거다.

 

교통신호를 반복적으로 위반할 경우 처음에는 사고가 나지 않더라도 사소한 위반이 반복되면 돌이킬 수 없는 참사 발생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 자전거 운전자도 ‘막걸리 한잔은 괜찮겠지’라는 안일함이 사고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전 본부장은 “청취자 여러분들께서도 자신의 안전은 스스로 지킨다는 자세로 여름철 호우나 태풍을 비롯해 화재, 붕괴, 폭발, 다중운집 인파사고 등 각종 재난 위험에 항상 유의하고 안전 수칙이나 행동 요령을 숙지해 생활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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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기자

편집기자 20년 / 경인일보 전 편집부장 / 한국편집상 2회 수상 / 이달의 편집상 6회 수상 / 대구신문 근무 / 대구일보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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