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하고 저렴한 과일과 채소를 구입하기 위해 농산물도매시장을 자주 갑니다. 어느해 추석 연휴에 시장에 들어가기 위해 주차티켓을 뽑으려 하는데 붉은 글씨로 '사용금지'라고 티켓출구를 막았습니다. 이 티켓을 뽑지 말라는 의미로 보입니다. 그러면 사용금지가 아닙니다. '사용금지'라 쓰고 '연휴기간중에는 주차요금을 받지 않습니다'라고 읽으라는 의미입니다. 다음번에는 차단기를 하늘높이 들고 있으므로 그냥 들어갈까 하다가 '표 뽑는곳'이라는 문패가 선명하기에 여러번 터치를 했지만 반응이 없습니다. 이날 역시 '표뽑는곳'이라 쓰고 손님들에게는 '공사중이라 무료이오니 통과하세요'라고 읽으라 하는 것이었습니다. 공보실, 홍보부 직원들은 언론에 자랑할 것이 없어서 목이 타는데, 행정과와 관리과 직원들은 황금같은 홍보의 기회를 날리고 있습니다. 깊은 산속에 사는 부부가 있습니다. 신랑이 금덩이로 숯가마 아궁이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읍내에서 시집 온 며느리가 금을 알아보고 잘게 쪼개어 대장간에 팔아 큰 수입을 챙겼습니다. 숯가마 신랑은 금을 아는 아내가 아니었으면 황금같은 기회를 잃어버릴 뻔하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사업부서는 공사에만 신경을 쓰다보니 기관, 회사를 홍보할 기회가 있
벼랑에서 꽃은 웃고 있다 절벽을 삼킨 천진난만 꽃의 가슴을 열어보라 곳곳에 유리조각처럼 꽂혀 있는 벼랑 조금만 흔들려도 우수수 쏟아져 내릴 붉은 발자국들 절벽을 열고 꽃이 들어간다 대롱대롱 줄에 매달려 빌딩의 얼굴을 닦고 있는 사내 오전 내내 정신지체 아들의 벼랑을 끌어안고 이쪽저쪽 문질러도 꽃피지 않는 절벽 닦고 닦아도 시도 때도 없이 질질 흘러내리는 웃음 대책 없이 아무 때나 피어나는 벼랑을 떼어버린 꽃을 들고 수로부인이 지나간다 꽃들이 아등바등 물고 있는 절벽 피할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벼랑을 끌어안고 웃고 있는 꽃 늙은 소가 빌딩을 등에 지고 귀가하여 긴 골목을 잠근다 더 이상 웃음이 새어나가지 않는다 홍일표 시인 199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매혹의 지도』, 『밀서』, 『나는 노래를 가지러 왔다』, 『중세를 적다』와 청소년시집 『우리는 어딨지?』 평설집 『홀림의 풍경들』, 산문집『사물어 사전』을 펴냄. 제16회 웹진 시인광장 선정 올해의좋은시賞 수상. -시작메모- 세상의 사물은 모두가 꽃이라 할 수 있다. 꽃들은 슬픔에 잠겨 울기도 하고 기쁨의 충만으로 웃기도 한다. 벼랑에서 핀 꽃이 웃고 있다. 벼랑은 우리의 삶에 있어 하나의
요즘 정치인들이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자 하는 경우 기자회견 다음으로 자주 활용하는 것이 SNS입니다. 기자회견은 시간과 장소를 정해야 하고 기자들이 노트북을 들고 회견장소에 와야 가능합니다만, SNS를 이용한 보도자료의 제공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연락에 누락되었다거나 최견에 초청하지 않았다는 불평불만이 있을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언론인의 입장에서는 자료제공자 측의 '갑질'이 될 수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글을 올리고 특정한 우군에게만 1:1통신으로 공지하는 경우 주변의 다수가 정보제공 시스템에서 배제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 자료를 모두가 볼 수 있도록 글과 사진으로 올렸다하면 해명이 끝나기 때문입니다. 지식백과에서는 SNS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특정한 관심이나 활동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망을 구축해 주는 온라인 서비스인 SNS는 최근 페이스북(Facebook)과 트위터(Twitter) 등의 폭발적 성장에 따라 사회적·학문적인 관심의 대상으로 부상했다. SNS는 컴퓨터 네크워크의 역사와 같이 할 만큼 역사가 오래되었지만, 현대적인 SNS는 1990년대 이후 월드와이드웹 SNS는 서비스마다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
초임 차장급 기자가 기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우리 기관의 업무에 대한 비판적 기사를 연일 보도한다는 말입니다. 편안한 날 저녁에 술 한잔하게 되었습니다. 취한 척하면서 한마디 던져봅니다. 차장님은 ‘신문기사의 행간의 의미를 보느냐?’는 질문에 무슨 답을 하실런지요. 부장급 기자에게 이미 보도된 비판기사에 대하여 어필을 하면 ‘계장님, 행간의 의미를 읽어주세요’합니다. 도대체 행간의 의미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결론은 신문기사의 줄과 행 사이에서 숨겨진 어휘와 단어를 찾아보라는 말입니다. 기사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고민하고 편집회의에서 부장들이 검토하고 최종적으로 편집국장이 정무적인 검토를 하였다는 의미입니다. 이 기사가 나가기까지 언론사 간부들이 신문사와 취재원 기관과의 관계를 생각해 보았을 것입니다. 기사의 강도가 처음에는 지진으로 치면 리히터지진계 9정도였으나 차장의 검토에서 8로, 부장의 고민으로 5로 내려갔을 것이고 편집회의 결과 다양한 정무적 검토결과 최종적으로 3의 강도로 기사사 나온 것이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언론의 비판을 받은 우리측에서는 3이라는 강도가 높다 할 것입니다. 더구나 언론에서 우리를 비판한 것이니 이후
언론인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니 공무원으로서 모시고 근무했던 계장님을 선배님이라 존칭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1988년 임사빈 경기도지사님 재임시에 저는 세정과에서 문화공보담당관실로 발령을 받아 언론인에게 행정업무의 홍보 자료를 기사문으로 작성하여 전달하는 이른바 '아이템 담당자'로 일했습니다. 이 자리는 누구의 결재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자료를 받아 자료를 작성한 후 기자실에 배포하면 석간에 그 자료를 바탕으로 한 기사가 인쇄된 신문으로 읽을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 도지사님 주재의 간부회의시에는 상황실 뒷편에서 오디오를 청취하다가 의미있는 말씀이 나오면 간단히 메모한 후 지방 신문사 기자에게 전화로 알려주면 원고지 1매 이내의 가십 기사가 오후 2~3시경 신문에 실리니 이 또한 밤나무 아래서 3개 또는 2개의 초콜릿 알밤을 줍는 기분입니다. 취재와 기사 보도과정이 1:1로 마감되는 것이 공무원 초짜(공무원 11년차)로서는 얼마나 신명나는 일이겠습니까. 특히 당시의 임사빈 경기도지사로 말씀드리면 정말로 '입지전적'인 인물로서 일찌기 양주군에서 출생하시어 젊은 시절 내무부에서 일했고 야간대학을 다니고 꾸준한 노력을 거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록된 수원화성은 그 차제가 아름다운 성곽이고 그중 白眉(백미)를 꼽으면 화홍문과 그 위편에 자리한 방화수류정이라 할 것입니다. 화홍문 인근에는 좋은 식당이 하나 있는데 2002년경 어느 날 사무관 2명과 중견 언론인 몇 명이 자리를 잡고 도정의 홍보와 언론사의 미래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두 사무관은 물론 공보부서를 대표하는 당시로서는 그래도 젊은 공무원이고 언론인 역시 회사의 정치부를 대표하는 한참 잘나가는 기자였으니 할 말도 많고 빈 술병도 여러 개 양산하였습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최후의 3인이 남게 되었고 따로 소주집에 갈 여력도 휘발유도 부족하지만 단거리라도 달려보고 싶은 마음이 동하였고 아주 쉽게 의견의 일치를 보았던 것입니다. 해서 언론인 간부가 인근 슈퍼에 가서 소주 몇 병을 확보하고 안주꺼리 포를 사서 화홍문 달빛거리를 지나 방화수류정 별빛마을에 도착하였던 것입니다. 화홍문을 지나는 물결의 일렁임 속에는 둥근 달이 붉은 구슬이 되어 물결을 만나 너울거리며 검은 밤을 밝혀주고 방화수류정 문틈을 지나 작은 고원마을에 도착하면 하늘에서 별빛이 반겨주는 곳입니다. 水原八景(수원팔경)을 한번 돌아보겠습니다. 정조
요즘 공직사회에서 갑질이라는 문제가 부상하고 있습니다. 갑질로 인한 피해는 당장 필드에서 갑질로 어려움을 겪은 이들의 고통이었고, 이를 지적하는 감사부서의 조사와 징계위원회의 논의 과정의 안타까움, 그리고 당사자가 조직으로부터 징계조치를 받은 이후의 긴 시간을 징계의 굴레를 쓰고 감내해야 하는 과정으로 이어집니다. 갑질에 대한 언론보도는 천인공노할 내용이어서 갑질의 피해가 크다는 생각에 공감을 하곤 했습니다만 조직내에서 논쟁이 되고 위원회에서 검토, 논의되는 갑질의 경우에는 갑질인가 아닌가의 경계선이 참으로 모호하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일이 갑질이 되는구나 뒤늦게 깨닫게 됩니다. 1980년대 공직사회라면 이같은 경우의 일들은 평범한 일상이었습니다. 과거 군대에서 밤 12시까지 몽둥이 구타를 당하지 않은 날은 더 불안해서 잠이 오지 않는다 했다지요. 사실 과거 공직사회의 모든 사무실에는 한두명 잔소리, 악담을 해대는 사무관 계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주변의 공무원들은 마음속으로 "저양반 또 시작이군!!!" 했습니다. 내용을 들어보면 그렇게 큰 잘못이 아닌데 게딱지 후펴파듯이 소속의 해당 공무원의 업무행태를 비판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의 시각으로 보면
이젠 채우기보다 꺼내 베풀어야 할 때에야 옆구리 터져 너덜너덜한 지갑 푼돈 몇 푼으로 견딘 허기진 세월 불평불만 한 번 뱉지 않고 묵묵히 동거해온 지가 어언 20여 년 아비는 지갑의 신하가 되지 못하고 아비는 지갑을 잘 모시지 못하고 아비는 그래서 가난한지 지갑을 선물 받을 때 배부른 지갑이 되어달라는 뜻이었겠지만 정작 너를 위해서는 한 번도 열어보지 못한 지갑 인제 그만 버릴까 말까 하다가도 딸내미 얼굴이 어른거려서 한참을 만져본다 나석중 시인 2005년 시집 『숨소리』로 작품 활동, 『저녁이 슬그머니』 『목마른 돌』 『외로움에게 미안하다』, 『풀꽃독경』 『물의 혀』 『촉감』 『나는 그대를 쓰네』 『숨소리』, 미니시집(전자): 『추자도 연가』, 디카시집(전자): 『라떼』 『그리움의 거리』, 시집 『저녁이 슬그머니』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2021년 문학나눔 도서로 선정. -시작메모- 이 시를 읽는 순간 왠지 서글픈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내면의 세계를 곱씹어 보면 온 몸이 후끈거리며 따뜻해지는 느낌이 든다. 화자는 나이가 지긋한 시인이다. 그야말로 한 푼이라도 모으며 안달 떠는 젊은 시절보다는 이제는 물심양면으로 베풀며 살아가는 황금빛으로 물든 인생인 것이다
언론사는 물론 일반 네티즌에게도 기사를 제공하고 수수료 성격의 기사비용을 받는 회사를 통신사라 하고 그중 현재의 연합뉴스는 '연합통신'이라 불렀으며 약칭 '연통'이라 말했습니다. 기사에서 연기가 난다는 의미로 '연통'이라는 농담을 하곤 했습니다. 통신사 기자는 일반 신문사, 방송사의 마감시간보다 빨리 기사를 보내야 하는 의무와 사명감을 가지고 있어서 참으로 부지런한 발걸음을 보입니다. 여러 유형의 언론이 매일매일 기사를 받아 쓰고 있으므로 딱히 마감시간을 정할 수는 없겠으나 신문을 기준으로 한다면 통신사가 오후 4시까지는 마감해 주어야 저녁 편집회의에 최종 정리정돈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통신사 기자들은 10분이라도 먼저 기사의 핵심을 잡아야 하고 긴급사안일 경우에는 제목이라도 올려야 하는 속보성에 생명을 걸고있습니다. 이런 언론 시스템을 알기에 행정기관의 공보실 근무자는 가장먼저 통신사에 기사를 올리려 합니다.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기사꺼리 일지라도 일단 통신사에 올리면 각 언론사 데스크에서는 통신보다 기사보고가 늦은 각 기관 출입기자에게 압박을 가하는 수단이 될 수 있기에 그리 하는 것 같습니다. 사건사고도 그러하거니와 기관장의 기자회견이
TV 방송 기자에게 홍보를 위한 소재를 제공하는 경우 사안에 따라 차이가 조금은 있겠으나 일주일 정도 미리 알려야 효과적인 취재와 기대만큼의 방송편집이 가능합니다. 우선 TV는 보여주는 뉴스이기에 현장 화면이 중요합니다. 수준높은 내용이라 해도 화면으로 설명하기에 어려운 소재는 피하게 됩니다. 시각적 효과를 노리는 방송의 특성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이 사업을 TV를 통해 알려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CG(computer graphics)를 준비하거나 직접 카메라 앞에서 시연을 준비해야 합니다. 아직 진행은 아니지만 실제로는 이러하다는 것을 그림으로, 화면으로 담아서 방송에서 보여 주어야 합니다. TV기자보다 카메라 감독이 더 바쁘고 신이나야 합니다. 월남참전용사가 군대이야기 좋아하듯이 새로운 취재꺼리를 만나면 카메라 감독 대부분은 욕심을 내기 시작합니다. 나만이 이런 멋진 영상을 담아냈다는 자부심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방송기자는 기관장 인터뷰 하는 것을 즐거워하지 않습니다. 데스크에 들어가서 설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고 기관장님들은 자신이 카메라앞에서 말만하면 무조건 방송에 나온다는 자신감에 차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