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봉 노인대학 강의 (4)

그럼 이야기 10개중 첫 번째 소고기 반 근을 이야기하겠습니다. 대부분 5대조 조상님 제사에 삼적을 올리는데 어적, 육적, 봉적이 있습니다.

 

어적은 조기를 쪄서 올리는 것이고 봉적은 닭을 잡아 삶아서 실고추, 홍지단, 백지단으로 치장을 해서 상에 올립니다. 그리고 육적은 소고기를 익혀서 역시 빻은 마늘, 실파, 실고추로 데코레이션해서 드리게 됩니다.

 

조기는 소금에 저려두면 수개월이 가고 닭은 늘 뒷곁에서 평온하게 조상님 제삿날을 기다립니다만 농사의 핵심인 소를 잡는 것은 금지된 시절이고 허가를 받은 일부만에게만 도축이 허용되었던 시절입니다.

 

요즘에도 소 한 마리를 잡아 제사를 올리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 소고기 반근은 읍내 정육점에서 사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요즘에야 마트에 차 타고 가면 다양한 크기와 부위의 소고기를 고를 수 있습니다만 1968년 비봉면 자안리에는 정육점이 없고 국개장터 비봉 양노리에 나와야 소고기를 살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소고기 반근을 사러 나온 10살 초딩은 윤재의 사장님이 부리부리한 눈으로 어린 손님을 맞이하고 소고기 반근을 잘라내어 종이에 포장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옆의 칸을 열고 흰 덩어리를 더 크게 베어내어 역시 종이에 싸서 내줍니다.

 

 

 

어리고 어리어리한 어린 심부름꾼은 소고기 반근을 사오는 것이 임무인데 갑자기 2kg은 됨직한 소기름 덩이를 내주시므로 받지 않습니다.

 

윤재의 사장님은 아이들 말로 ‘싫음 관둬라!’는 표정과 함께 의미있는 미소를 남긴 채 소기름을 다시 냉장고에 넣으셨습니다.

 

4.5km 산길을 걸어서 집으로 왔습니다. 정육점이 있는 비봉면 양노리 국개장터에서 집까지 돌아오는 길에는 2개의 고개가 있고 고개와 고개 사이에는 민가가 없는 산길로 이어집니다.

 

드디어 집에 도착하니 처녀 심부름으로 읍내 정육점에 도전한 아들을 기다리던 어머니는 아들이 들고있을 소기름을 찾아보았지만 고사리 손의 주먹보다 작은 소고기 반근외에 큰 덩어리의 소기름이 보이지 않습니다.

 

소기름은 어찌되었느냐 묻습니다. 아들은 자랑스럽게 주먹보다 작은 소고기 반근을 자랑스럽게 내어 놓습니다.

 

그런데 심부름이 잘못되었습니다. 소고기 반근은 미끼였고 어머니 마음속에는 소기름덩이가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초보 심부름꾼은 말씀대로 소고기 반근만 가져왔습니다.

 

완벽한 심부름꾼을 자처한 아들은 소기름을 챙기라는 말을 전하지 않은 어머니에게 소고기 반근만을 내밀었습니다.

 

이전에 할아버지나 다른 가족은 소고기 반 근을 사올 때 소기름덩이를 받아오는 것은 일상적인 기본사항이었기에 어린 아들을 정하여 심부름을 보내며 굳이 소기름도 받아와야 한다는 토를 달지 않았던 것입니다.

 

아들은 그길로 다시 4.5km를 내달려 국개장터 청룡정육점에 가서 윤재의 사장님에게 소기름을 청했습니다. 대략 50분만에 다시 찾아온 초보 심부름꾼을 맞이한 윤재의 사장님의 넉넉한 표정과 빙그레한 미소를 잊지 못합니다. 네가 다시 올 줄 알았다는 표정입니다.

 

소고기 반 근 심부름을 실패한 10년후 아들은 비봉면사무소 5급을류, 현재의 9급 공무원이 됩니다. 윤재의 사장님의 청룡정육점은 그때에도 번창하였습니다.

 

그리고 밥집 청룡집에서 아침, 점심, 저녁을 매일매일 먹고 월급날에 밥값을 정산하였습니다. 그렇게 1년9개월간 9급 공무원으로 일하고 병역의 전선으로 향했습니다. 방위 훈련을 받고 예비군중대본부 기간병으로 배치되었습니다.

 

훗날 성인이 되었을 때 윤재의 사장님의 訃音(부음)을 받고 곧바로 달려가서 조문했습니다. 사모님 성함은 최일병입니다. 수년후 최일병님도 별세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후 지금 비봉면 양노리 비봉정육점에서 120m 자안리 쪽으로 걸어가면 오른쪽에 그 딸과 사위가 운영하는 식당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식당에서 비봉면사무소 근무자들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합니다.

 

우리의 삶 속의 인연은 이처럼 면면하니 이어지고 있습니다. 만남과 이별의 연속입니다. 會者定離(회자정리)이고 去者必返(거자필반)입니다. 만나면 헤어짐이 있고 헤어진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돌아오게 된다는 말입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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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오산#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