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랜드로바를 몰고 수원시내를 활보하던 바로 그 즈음에 홀로 한계령을 올랐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친구인 이규주와 이훈구가 같이 가기로 했지만 수원 터미널에 두 사람 모두 나타나지 않기에 홀로 여행을 시작하였고 3박 4일간 치열한 여정에 나홀로 이어갔습니다.
첫날에 소양호를 거슬러 올라가 양구의 낚시터에서 1박하고 원통면으로 가서 비봉면에서 1년간 근무하고 고향인 강원도로 전출한 최만수 선배를 만났고 교회터에서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7인용 텐트를 짊어지고 갈 때는 무거웠지만 이를 풀밭에 펼치니 아늑한 집이 되었습니다. 세상사 평소에는 불편한 일이 위기에는 큰 힘이 되는 경우를 많이 만나게 됩니다.
아침에 먹고 남은 밥은 한계령 초입에서 점심으로 먹으면서 정상부근의 도로변에서 다시 노숙하여 3박을 보냈습니다. 원통면에서 한계령 정상부근에 오르는데 꼬박 하루가 걸렸습니다.
소승폭포와 대승폭포를 구경하고 누군가가 물속에 담가둔 커다란 참외를 발견하여 맛나게 먹었습니다. 이후 평생에 먹은 참외 중 대승폭포에서 우연히 얻은 참외맛을 능가하는 과일을 만나지 못하였습니다.
전쟁통에 어렵게 구한 도루묵이 맛있으므로 ‘은어’라는 이름을 하사하였지만 임금은 다시 궁궐에 돌아와 기미상궁이 올린 은어를 조금밖에 드시지 않았으므로 그 연유를 물은 즉, 맛이 없으니 ‘도로 묵’이라 하였답니다.
징비록 속의 인물인 선조의 이야기입니다만 역사적으로는 서글픈 스토리를 만든 분이어서 언급할까 말까 합니다만 원고를 채우는 맛으로 여기에 적어둡니다.
은색이 난다하여 銀魚(은어)라는 이름을 얻었지만 다른 山海珍味(산해진미)에 밀려서 다시 과거의 이름인 [묵]으로 돌아가니, 요즘에도 열심히 일을 진행하다가 실패하면 ‘말짱 도로묵’이라 말합니다.
하지만 어르신들의 노력과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는 절대로 도로묵은 없으며 어느 일이든 어떤 상황이든 다 필요한 것임을 이후의 단락에서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다음 사진은 증명사진 모음입니다.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이 될 때 처음으로 증명사진을 찍었습니다. 비봉에는 송씨 성의 사장님이 독점으로 운영하는 사진관이 있었고 이 집 딸은 중학교 동창이었습니다. 사진관에 친구들과 가서 수다를 떨며 차례를 기다렸습니다.
사진을 찍고 일주일 후에 가면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시진을 들고 나오십니다. 이 사진을 말려서 작은 봉투에 담아줍니다. 그리고 한 장을 꺼내어 귀퉁이를 손톱으로 문지른 후 반절을 벗겨냅니다.
매끄러운 부분을 떼어내면 거칠한 부분이 나오고 여기에 풀칠해서 이력서나 다른 종이에 첨부하게 됩니다. 이것이 증명사진입니다.
명함판, 반명함판, 여권용 사진이 있었습니다. 명함크기의 사진, 그 반절사진, 그리고 조금 큰 사진은 여권을 만드는 크기였습니다. 아마도 여권용 사진은 국제규격이었을 것입니다.
요즘에는 모든 분들이 여권이 있습니다만 과거에는 일부 몇 사람만이 해외여행을 하기에 특권층의 전유물이기도 했습니다.
영어가 들어간 신비로운 신분증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국가에서 부여한 것입니다. 따라서 국제규격이 있을 것입니다.
어르신께서도 자신의 어린시절 사진을 정리하실때 증명사진 등 개인사진을 시대별로 정리해 보시기 바랍니다. 자신의 역사를 완성하는 일이고 나를 존중하는 일이며 다른 이에게 자신을 자랑할 수 있는 소중한 역사책이 만들어집니다.
아내의 사진과 아내와 함께 써온 육아일기, 학생일기, 군대일기, 기족일기, 삶의 기록입니다. 현재 바인더북 120권을 지나고 있습니다. 쌍둥이 남매를 키우면서 있었던 일들을 편안하게 적은 자료집입니다.
아이들 100일, 돌까지 아내는 해 지나간 수첩에 딸과 아들을 적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상을 적었습니다. 우유먹은 시간, 기저귀를 바꿔준 시간, 이유식, 배변 등 기본적인 육아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3살이 지나고 유치원을 다니면서는 병원 영수증, 유치원 통지문, 당시의 신문기사 등 이런저런 소소한 것을 바인더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워드프로세서가 일반화되자 육아 타이밍에 맞는 서식을 만들었습니다. 시간과 구분난에는 4살, 5살, 9살에 맞는 내용이 들어가는 틀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하루에 한 장씩 1개월에 30장, 1년에 365매가 바인더에 정리되었습니다. 1년에 3~4권, 30년에 120권이 채워진 것입니다.
앞으로 30년간 일기는 이어질 것이고 200권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오늘 어르신과의 대화내용 일부도 일기장에 정리되어 보관될 것입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