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 계절

  • 등록 2026.07.17 09:00:00

스토리칼럼 '거울에 비친 세상' 서른일곱번째 이야기

 

 

집 밖은 위험합니다.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에 조금만 걸어도 온 몸에 땀이 흥건해집니다. 에어컨 밑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TV를 보거나 책을 읽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더위도 더위지만 무섭게 내리는 장마도 걱정입니다. 며칠 전 잠깐 산책을 나왔다 가로등이 비추는 바닥에 내리는 비를 보며 잠시 ‘비멍(?)’에 빠져들었습니다. 사람들이 불멍을 즐긴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비멍’은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물멍(물을 바라보거나 물소리를 들으며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있는 일, 우리말샘)이라는 단어도 있습니다.

 

문득 비에 빠져있다보니 ‘지금 만나러 갑니다’라는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2005년 개봉된 일본 영화입니다. 벌써 20년이나 흘렀습니다. 영화 내용은 비의 계절에 다시 돌아오겠다는 엄마를 기다리는 아들과 남편의 이야기입니다.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로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2018년에는 국내에서 소지섭과 손예진 주연으로 리메이크 되기도 했습니다.

 

기억나는 장면 중 하나가 일본 풍습 중 장마가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인형을 걸어두는 장면이 있는데, 주인공 꼬마는 인형을 거꾸로 걸어둡니다. 비의 계절에 엄마가 찾아오기 때문에 비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의 계절이라는 단어는 낭만적으로 들립니다.

 

조병화 시인도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과거가 있단다’라는 시 역시 비를 통해 낭만과 사랑을 이야기했습니다.

시 전문은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과거가 있단다/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의 과거가//비가 오는 거리를 혼자 걸으면서/무언가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은/사랑을 모르는 사람이란다//낙엽이 떨어져 뒹구는 거리에/한 줄의 시를 띄우지 못하는 사람은/애인이 없는 사람이란다//함박눈 내리는 밤에 혼자 앉아 있으면서도/꼭 닫힌 창문으로 눈이 가지지 않는 사람은/사랑의 덫을 모르는 가엾은 사람이란다’입니다.

 

비가 모든 사람에게 낭만을 가져다 주지는 않겠지만, 비에는 그런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얼마전 1차 장마가 지나고 2차 장마가 다가온다고 합니다. 요즈음 내리는 비는 소나기가 몇 시간 내리는 것처럼 무섭습니다. 소나기는 피하고 본다는 말이 이제는 장마는 피하고 본다고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읽히고 들리겠지만, 이번에 내리는 장마로 큰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소나기를 피하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쉼없이 달려왔다면 잠시 쉬었다 가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잠시 쉬는 것조차 남에게 뒤처지는 것이라고 조급해 하지 말고 ‘잠깐 쉼’의 여유를 찾아보세요!

 

또 장마 기간 동안에는 우리를 힘들게 했던 폭염도 잠시 쉬어갈 겁니다. 좋은게 좋다고 했습니다. 장마 핑계로 잠시 쉬면서 재충천의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