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의자

MBC 10대가수 출신의 1943년생 가수 김용만 선생의 히트곡중 하나가 ‘회전의자’입니다.

 

가사를 보면 ‘빙글빙글 도는 의자 회전 의자에 임자가 따로 있나 앉으면 주인인데 사람 없어 비워 둔 의자는 없더라~’ 입니다. 1966년에 나온 곡이니 오랜 세월 인구에 회자(膾炙)된 유행가입니다.

 

승용차의 핵심은 핸들, 타이어, 엔진, 그리고 의자일 것입니다. 장거리를 타고가야 하는 승용차의 푹신한 의자가 중요할 것입니다.

 

 

항공기의 이코노미석과 비즈니스석의 여러 가지 차이중 가장 현격한 격차는 의자 안락함의 차별화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의자는 과시와 자랑의 상징이었습니다. 회사의 사장이 되면 큰 소파를 사들이고 하루종일 놓여있을뿐 별로 앉지도 않는 검은색의 큰 의자를 세워둡니다.

 

읍·면·동사무소 회의실에는 좁은 회의실에 비해 과하게 큰 의자가 불편함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군청에 가면 초콜릿 색의 둔탁한 나무 의자가 회의실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도청에는 1980년대까지 이른바 VIP용 의자가 창고에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대통령이 초도순시나 행사참석때만 1년에 한두번 쓰이는 이 의자는 대형 주머니에 머리를 동여맨 초콜릿 형태로 포장되어 있습니다.

 

어느해에 지방에서 개최되는 대통령 참석 행사장에서 경기도의 어공(어쩌다 공무원) 간부들이 도지사 의자 배치를 놓고 청와대 의전팀과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을 옆에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두 손을 모으고 바라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결국 원안대로 도지사 자리는 정해졌고 행사가 열리자 도지사님은 이전의 의자 쟁탈전이 벌어진 사정은 모른 채 자리에 앉아서 행사를 지켜보았습니다.

 

경기도는 물론 경기도내 31시·군의 모든 행사장에서 의자는 행사를 진행하는 모든 공무원, 관계자들의 고민이고 걱정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운동장 트랙에 50개 의자를 한 줄로 세우고 싶습니다.

 

좁은 공설운동장 무대와 강당의 단상에 수십개의 의자를 10열×5줄로 배치하는 일은 맞추기 어려운 퍼즐(puzzle)조각이고 팔각 큐브(cube)와도 같습니다.

 

최근 국무위원 장관이 흰 구름같이 크고 넓은 소파에 앉아서 방송 인터뷰를 했습니다. 화려한 의자에 앉아서 민생을 걱정하고 기초생활수급자를 위한 정책에 대해 인터뷰하는 것을 보면서 접견을 준비한 비서실에서 중요한 포인트를 간과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느날 기획과 이벤트의 귀재로 평가받은 비서관이 근무하던 청와대 대통령 행사장의 의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4개의 다리에 손잡이 없는 등받이만 있는 의자입니다.

 

정말로 동사무소에서도 빌릴 수 있는 의자입니다. 대통령의 의자를 보면서 우리 사회가 많이 변하고 발전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부턴가 정부행사, 지방자치단체의 단상에는 발언대만 있을 뿐 의자가 사라졌습니다. 도지사, 시장·군수, 의원 모두가 일반 참석자와 함께 자리를 잡고 식순에 따라 단상에 올라가 연설하고 내려옵니다.

 

시민, 국민의 의자와 기관장의 자리가 평범하고 의자의 제조사도 같습니다.

 

이제는 의자가 더 이상 신분을 과시하는 미국사회의 승용차 키가 아닙니다. 그래서 국민들이 행복해 합니다. 도민들이 즐거워합니다.

 

시민들이 지방자치의 참맛을 느끼게 됩니다. 이제 의자 배치로 어려워 하는 공무원의 ‘단상(壇上)의 고민’만 해결하면 될 일입니다.

 

그 해결책의 키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이 쥐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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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오산#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