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문현답(愚問賢答)

  • 등록 2026.05.14 23:08:12

스토리칼럼 '거울에 비친 세상' 스물여덟번째 이야기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우문현답과 바꿔쓸 수 있는 말입니다. 우문현답은 단어 그대로 해석하면 ‘어리석은 질문에 현명한 답’입니다.

 

질문은 별것 아니고 되레 어리석어 보일 수 있지만, 대답은 지혜롭고 본질을 꿰뚫은 명쾌한 답변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질문이 엉뚱하거나 부족해도 상대를 존중하고 깊은 통찰이 담긴 답변을 해주는 태도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우문현답의 단어 조합을 살짝만 바꿔도 의미는 상당히 달라집니다. 우문우답(愚問愚答, 어리석은 질문에 어리석은 답변), 현문우답(賢問愚答, 현명한 질문에 어리석은 답변), 현문현답(賢問賢答, 현명한 질문에 현명한 답변)으로 조합이 가능하고, 한 때 직장인들 사이에서 우스게 소리로 쓰였던 말이기도 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누군가에게 질문을 했을 때 자신이 원하는 답을 하지 않았으면 어리석은 답변이고, 원하는 답을 하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 상대방에게 하는 질문이 잘못됐을 거라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문현답을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순발력과 지혜가 담겨있다고도 표현합니다.

 

그런데 가끔 아이들은 쌩뚱맞은 질문을 할 때가 있습니다. 어른들은 너무 당연한 질문이라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마 엘윈 해리스이 쓴 ‘어른을 일깨우는 아이들의 위대한 질문’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저자는 자신의 아들과 세 명의 조카로부터 쏟아지는 질문에 ‘전문가는 어떻게 대답할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해 직접 실행에 옮겨 책을 냈습니다. 작가는 초등학교, 중학교 10곳의 수천 명의 아이들로부터 질문을 모아 각계 전문가들에게 보냈고,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을 비롯해 요리사, 소설가, 음악가, 육상선수 등 모두 120명의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질문에 답해 주었습니다.

 

아이들의 질문은 참 다양하지만, 어른이 볼 때 “왜?”가 먼저 나오는 질문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벌레를 먹어도 될까요?”, “피는 왜 파랗지 않고 빨간가요?”, “바람은 어디서 오나요?”, “왜 자기 자신은 간지럽힐 수 없나요?”, “왜 화장실에 가야 하나요?”, “‘좋은’ 것은 어디서 오나요?”, “왜 우리는 영원히 살 수 없나요?”, “달은 왜 모양이 바뀌나요?” 등의 질문은 어른이 돼서는 하지 않는 질문들입니다. 어른이 되면서 경험하고 배운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른이 되고 나서는 아이들의 질문에 아이의 눈이 아닌 어른의 입장에서만 답을 하려할까요?

 

어른도 분명 아이 시절이 있었고, 똑같은 혹은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하게 엄마를 비롯한 어른들한테 물어봤을텐데 말입니다. 분명 어린 시절에 “나는 크면 어른처럼 답하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한 어른도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 생각을 잊은 지 오래겠지요? 그 생각을 잊은 어른을 탓할 수는 없을 겁니다. 오늘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의 철없는 생각(?)을 너무 오래 품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아이들의 질문 뿐 아니라 주변을 둘러보면 가끔 이해할 수 없는 물음을 가진 사람들이 제법 있을 겁니다. 가끔 마주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당황하지 말고 ‘우문현답’을 떠올리세요! 우리는 지금껏 많은 경험을 했고, 생각보다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들이니까요!

 

 

당신의 미소가 보고 싶은 '거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