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에서

  • 등록 2024.06.14 19: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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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상가는 그러하더이다.

많은 이들이 이제 떠나는 어느 노인을

배웅하는 그런 자리 같기도 하고

아님 모든 인간들이 자신이 출연하게 될

빈소이며 무대라고 칭하고

리허설을 하는 것 같기도 합디다

그리고 부모를 보내는 자식이나

그 손자손녀들이나

무조건 슬픈건 아니고

아버지 할아버지는

어머니와 할머니는

당신의 몸을 불사르는 공양미로

자식들에게 마지막 역할로

일가친척을 만나는

그런 인정의 장을

만들어 주시는군요.

그뿐이 아닌 것이 또 있으니

넥타이맨 사람들은

조문을 하자마자 두리번 거리는데

그 이유는 따로 있는 듯 하오

아는 이를 한사람이라도 눈에서 놓칠까

걱정하는 그런 눈치말이오

고인의 타계를 애도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상주에게 예를 차리고 친구와 이웃에게

나도 상가에 왔음을 알리고 싶은 속물근성이랄까

솔직히 상가에서 아는 이를 만나게 되면

다른 행사장에서의 만남과는 색다른 면이 있었거든

무었인가 뿌듯하고 꼭 악수를 해야만 할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들곤 했던거야

하지만 그 상가의 빈소에서

소주병을 기울이며 밤이 늦도록

무슨 이야기든 쏫아내지만

그들도 어느 날 소리 없이 신발을 벗고

저 자리에 누워

살아있는 이들의 수다를 듣게 되겠지

그런데 삶을 버릴 수 없는 것은

내 부모의 빈소를 지키겠다는 의무도 아니고

친구 동료 부모님 빈소에 또다시 오고 싶은 것도 아니고

새벽마다 닭소리 가을낙엽 떨어지는 소리에 눈을 떠

아침을 시작하기 때문일 뿐

매일 열리는 수많은 이들의 빈소는

전혀 나의 무대가 아닌 듯

빈소눕기 리허설이 꼭 필요하지는 않은 듯

또 다시 아침이 밝아오면

역시나 그렇게 하루를 지내고

어느 날 아침 자명종소리를 듣지 못하면

내게 주어진 낙엽 가을바람 새소리

그리고 어머니의 기침소리가

내게서 떠나간 줄 알게 되겠지

그래서 난 마지막 문장에만

마침표를 찍은거야. <2006. 10. 31>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이강석 기자 stone91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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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오산#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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