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열쇠 세 개

  • 등록 2023.06.21 01: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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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수

하나는 목에 걸고 다니고

 

하나는 출입문 옆 화분 아래

 

또 하나는 누이동생

전화 안 받으면

우리 집 문 열어봐라

 

오래돼 썩은 둥치 하나 있으면

내다가 불태워 버려라

 

 

 

 


이성수 시인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 『그대에게 가는 길을 잃다, 추억처럼』, 『눈 한 번 깜빡』이 있으며 문학동인 빈터회원이다. 「출판저널」기자생활을 시작으로 여러 잡지사에서 일했으며 ‘푸른시민연대’ 문해자 시 교실 자원봉사를 계기로 어르신들 시 강의와 갈매책방 상주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시작메모-

 

짧지만 옹골찬 시다. 이 시를 시집 『눈 한 번 깜빡』에서 처음 만났을 때에는 가슴이 먹먹해지고 현기증이 났다. 7줄의 행간 속에 생을 마감하는 소멸 과정이 담겨 있으니 이 시는 누가 뭐라도 절창이다. 고독사에 대비한 ‘노인의 열쇠 세 개’ 이 어르신은 죽음 앞에서도 당당하고 가족에게 짐으로 남길 희망하지 않고 있다. 죽음은 어느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찾아오며 우리는 늘 많은 죽음과 맞닥뜨리면서 살아간다. 부모형제, 이웃, 동료, 상관의 죽음 등. 죽음의 형태는 자연사, 병사, 사고사 등 다양하지만 아무도 죽음 이후의 영역에 대해 명확히 밝혀주지 않는다. 시인은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적 현실을 한 편의 시로써 담담하게 풀어 낸 것이다. ‘오래돼 썩은 둥치 하나 있으면/내다가 불태워 버려라’ 아직도 귓가에서 환청처럼 들리는 것은 어떤 연유에서 일까.

(시인/한국경기시인협회이사 정겸)

정승렬 기자 jung36k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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