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과 원주가 강원도, 충주와 청주가 충청도, 전주와 나주가 전라도, 그리고 경주와 상주가 경상도라 작명됐다. 경상북도 상주군 공무원들이 상주가 되어 상복을 입고 근무를 한다는 기사가 관심을 끌었다.
1965년 상주군 인구가 26만5천명이었는데 2019년에 9만9천986명으로 10만선이 무너졌다. 그래서 상주군 공무원들이 인구 10만선을 지켜내자는 각오의 표현으로 상복을 입었다고 했다. 누구의 제안인지는 알 수 없다.
1978년 화성군청 소속 9급 공무원으로 비봉면에서 추곡수매 담당자로 일했다. 산촌 2개 마을을 담당했으므로 논 비율이 적어서 목표량을 채우지 못했다. 부면장께서 ‘수매 담당자로서 자신의 목표량도 채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어렵게 출하를 독려해 20가마니를 받았지만 수분초과로 반품됐다. 그 벼를 2등급 가격으로 구매해서 건조해 다음번 수매일에 검사를 받으니 3등급이 나왔다. 건조하니 2가마니가 줄었다. 그 달 월급 5만 원 중 2/3를 벼 구매와 건조비로 날렸다.
이번에는 부면장님, 재무계장님을 따라서 상주군으로 달려갔다. 지인의 소개를 받아 벼를 사와서 수매물량을 채우자는 전략이었다. 그 당시의 행정은 그랬다.
하지만 상주군 면사무소에도 정보가 들어갔는지 아침일찍 트럭을 몰고 나오자 파출소 순경이 검문을 한다. 카빈(carbine)총을 메고 나와서 우리 차를 막았다.
어제 구매한 상주곶감 8판을 들고 뒷문으로 내려 도망치듯 내달렸다. 8㎞를 걸어 나와 기차와 버스를 타고 귀청했다.
상주벼 특공작전은 실패했다. 하지만 성공하여 한 트럭 150가마니를 실어왔다면 목표량의 0.008%를 채웠을 것이다. 공무원 개인 돈 들여서 18가마니를 채워서 수매 목표량 1만8천532가마니의 0.001%를 채웠다. 사막은 한알 두알 모래이고 한강의 물도 한 방울 두방울이다.
그래서 상주시 공무원들의 결의에 박수를 보낸다. 시민 한 분 한 분이 소중하다. 진짜 상복을 입은 심정으로, 그 초심으로 시민은 물론 외지 분을 소중히 모시기 바란다.
초심으로 열과 성을 다하면 ‘10만 상주시’는 곧 회복될 것이다. 노조원과 6ㆍ7급 간부 공무원에게 전한다. 상복은 검고 무겁다. 부정적이다. 밝은 색동옷은 가볍고 예쁘다. 희망적이다.
<추신 : 이 이야기를 상주시청 홈피에 올렸던바 상주시청 자문위원이라는 교수님이 전화해서 글을 내려달라 했습니다. 글의 내용이 상주시를 크게 비난했다면서 화를 내시므로 글을 삭제했습니다. 오히려 상주시 시정계장이 한번 와서 강의해달라는 청탁을 받을까 기대했는데 정 반대의 상황을 마주했던 아픈 추억이 있습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