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시 궐동에 소재한 궐리사는 공자님의 사당입니다. 공자의 64세손인 공서린(1483~1541)선생이 낙향해 강당을 세우고 제자를 가르쳤던 곳입니다. 공서린 선생 별세후에 폐허가 되었는데 1792년 정조대왕의 어명으로 사당을 다시 짓게 됩니다. 정조는 사당에 성묘라는 어필현판을 내렸습니다.
2025년 3월 27일에 “공부자탄강 2576년 춘기 석전대제”가 봉행되었습니다. 오산시청에 근무할 때 3번 초헌관 초청을 받아서 석전대제에 참여했습니다.
시청을 떠날 때 화성궐리사의 유관진 도유사(전 오산시 민선시장)님의 배려로 임금님이 내리시는 교지 형식의 초헌관 초청장을 받았고 이를 표구하여 방에 걸어두었습니다. 공자님의 격려를 받고 공직에서 열심히 일하겠다는 다짐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2025년에 6월 14일에 화성궐리사 유도회가 주관하는 “오산시민을 위한 김병조 선생 초청 강연회”가 열렸고 초청을 받아 참석했습니다. 강연내용은 공자님의 仁義禮智(인의예지)인데 개그맨 출신 한학자 김병조 교수님의 명강의가 마음에 쏙쏙 들어왔습니다. 정리한 내용을 개인 수필집에 실어서 출간하였습니다.
이후 공자님이 맺어준 인연으로 3번에 걸쳐 석전대제에 참여할때에 관복을 관장하시고 차를 대접하신 이규희 회장님의 초청을 받아 정통 한식 점심을 먹었습니다. 이 회장님은 한식전문가로 수원시소재 봉선사주관 사찰음식 경연에서 대상을 받은 한식 전문가입니다.
그런데 회장님이 오찬에 초청한 이유를 알고나서는 그 이야기가 자화자찬이겠지만 이런 기회에 자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청 이유는 궐리사 행사를 마친 초헌관이 행사장 여러곳을 다니면서 수고하신 분들에게 감사인사를 하였기 때문이랍니다.
오산시 서동로 산기슭의 양옥집에 사시는 이규희 회장님 댁으로 부부가 가면서도 초청의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였는데 점심 식사후 차를 마시면서 나눈 긴 대화중에 '초헌관의 인사'라는 단어를 캐취한 것입니다.
당시에도 매년 시청에서 초헌관이 참여하였고 행사를 진행하였는데 유독 그해 행사에서는 관복을 입은 초헌관이 주방, 茶房(다방), 행사장의 여러곳에서 수고하신 분들, 특히 여사님들에게 인사를 해주어서 특별하다는 생각에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말씀 해 주십니다.
그래서 인생을 살면서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이처럼 중요하고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차담을 하면서 들어보니 회장님은 궐리사 행사뿐 아니라 사회적협동조합, 교육사업, 전통음식의 계승 등 다양한 활동을 하십니다.
오산시청에도 자주 가시는데 다른 회원이 가면 공무원이 눈길을 피하는데 자신이 가면 반갑게 인사를 하게하는 노하우를 소개하여 일동이 큰 박수를 치기도 했습니다.
맛있고 멋스러운 한식을 대접받은 바 감사의 인사를 하면서 궐리사가 주관하여 열린 김병조 선생의 특강내용과 기타 수필을 실은 책 한 권에 서명해서 드렸습니다. 그리고 회장님 자택의 벽면에 진열된 500개가 넘을 찻잔과 다관, 다기 촬영을 허락받았습니다.
1984년산 보이차를 대접받고 차맛을 30년 숙성된 양주에 비유하니 틀린 비교는 아니라 하시면서도 차와 음식을 대접하면서 음식을 칭찬하고 차맛을 알아주는 이가 있어 보람이라 말씀하십니다.
실제로 회장님의 차는 부드러운 가운데 향이 있는데 이는 전에 몇 번 마셔본 발렌타인 30년산과 비슷했습니다. 그러니까 보통의 차맛은 거친면이 있으니 이는 1980년대에 한잔 마시고 ‘카’소리를 내던 25도 막소주에 비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통의 맛이 넘치는 한식과 풍미가 가득한 차를 마시면서 우리사회의 인연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였습니다. 초헌관을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하면 공직자로서의 임무는 마무리되는 것인데, 행사를 마치고 수고하신 분께 진솔한 인사를 드리고 관심을 표명한 작은 일이 세월이 지나서도 이처럼 만남의 인연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에 스스로 감동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회장과님의 차담속에서 캐취한 어려운 일에 대응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본받게 되었고 그래서 인생의 버킷리스트가 하나 더 늘고 말았습니다. 삶속의 인연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평소의 삶속에서 마주하는 사람들이 참으로 조중함을 더 무겁게 마음속에 새깁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